패러프레이징

 


1. 개요
2. 상세


1. 개요


'''어휘 변용'''(paraphrasing)이란 미리 언급한 어휘와 뜻이 같거나 유사한 어휘를 사용하여, 서술의 중복(동어 반복)을 막고 문장을 쉽게 풀어내는 화술을 말한다. 특히 고립어영어중국어에서 중요시되는데, 교착어굴절어는 어근에 접사를 붙이거나 그 자체로 변화할 수 있어서 같은 단어를 약간만 수정해도 딱딱한 느낌을 없앨 수 있는 반면, 고립어는 어근의 변화 없이 배치 순서만 바꾸어 사용하므로 앞에서 등장한 단어와 아예 똑같은 글자가 등장하게 되고, 이것이 청자(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 상세


문장이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하며, 특히 동어 반복을 극도로 기피하는 영미권에서는 연설자와 집필자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교양 중의 하나로 꼽힌다.[1][2] 흔히 '의역'으로 번역되나 정확히 말하면 의역은 패러프레이징을 사용한 결과 중 하나에 해당하며, 동의어를 사용하여 전혀 의역이 아닌 문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패러프레이징의 간단한 예시로 바로 윗 문단에서 쓴 문장을 보자.

문장이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하며'', 특히 동어 반복을 극도로 기피하는 영미권에서는 연설자와 집필자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교양 중의 하나로 꼽힌다.

만약 위 문장에서 '핵심적이다' 이라는 어휘 대신 전술한 '중요하다'를 중복해서 사용했으면 읽는 이에게 '언어의 폭이 단조롭다'는 느낌을 불러올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어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영어는 이 패러프레이징을 매우 중시하는 언어로, 단어가 반복되면 매우 질이 떨어지는 글로 평가한다. 이에 반해 한국어는 정반대로, 뜻이 비슷하면 단어를 통일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실제로 '''한국어는 패러프레이징을 영어만큼 많이 하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의미 전달 효율이 수직하락한다'''. 그 원인은 문법적 차이에 있는데, 영어는 고립어에 가까워서 단어의 문법적인 형태 변화가 잘 없다. 이 때문에 단어가 반복되면 대부분은 거의 같은 형태로 반복된다. 하지만 한국어는 반복되더라도 그 뒤에 어미나 조사, 접사 등이 붙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단조로움이 상쇄된다. 그 대신, '''한국어에서는 어미의 패러프레이징이 중요하다'''. 다음 문장을 보자.

아침에 바람이 불어서 창문이 흔들려서 소리가 커서 잠에서 깼다. 학교 가는 길에, 주운 종이가 바람에 날려서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봐서 도와 드렸다.

어딘지 모르게 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제 다음 문장을 보자.

아침에 바람이 '''불어서''' 창문이 '''흔들리는 바람에''' 소리가 '''커서''' 잠에서 깼다. 학교 가는 길에, 주운 종이가 바람에 '''날려'''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도와 드렸다.

훨씬 매끄럽다. 같은 이유로 나열의 '-고'나 '-며'를 반복해 쓸 때도 번갈아 쓰는 것이 좋다.

민수는 밥을 먹고 철수는 빵을 먹고 영희는 술을 마시고 연지는 우유를 마셨다.

민수는 밥을 '''먹고''' 철수는 빵을 '''먹으며''', 영희는 술을 '''마시고''' 연지는 우유를 '''마셨다'''.

이렇듯, 한국어는 어미의 변화만으로도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단어 자체를 아예 다른 것을 쓰면 비록 비슷하거나 같은 뜻이라 할지라도 문법 형태소의 변화까지 더해져 글이 매우 산만해지고 의미가 파편화되어 버린다.
하지만 영어와 같은 고립어는 단조로움을 피할 길이 단어 변화 말고는 없으므로 어휘 수준의 패러프레이징이 중시되고, 결과적으로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교양의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는 같은 고립어라 하더라도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고립어를 쓰더라도 같은 뜻이면 단어를 통일해 반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글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영어 글쓰기에서도, 학술적 글쓰기는 패러프레이징을 남발하면 오히려 글의 가독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같은 뜻이면 단어를 하나로 통일해주거나 유의어를 2~3개 정도로 제한해주는 것이 오히려 명료한 글쓰기로 취급되기도 한다.
[1] 예를 들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재임 시절 주 비판거리가 이 패러프레이징, 그리고 발음의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원어민 화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텍스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2] 고교나 대학 영어쓰기에서도 표절방지를 위해 패러프레이징은 상당히 중요하여, 동어반복이 심한 경우 경우에 따라 담당교수나 교사와 면담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