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절
'''proposal''' / research plan
연구계획서, 연구제안서, 논문계획서라고도 한다.
1. 연구계획서로서의 프로포절
어떤 논문을 쓰는 데 있어 자신이 이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연구를 진행할 것임을 알림과 함께,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 대학원에서는 "알린다" 는 목적에 치중하는 편이지만, 많은 연구들은 대학교나 연구소에 연구비를 수주받는 용도로 연구계획서를 쓴다. 만일 특정 기관에게 펀딩을 받는다면 그 기관에서 사전에 제시한 양식에 맞추어야 한다. 대략의 양식은 한국연구재단에 공개되어 있다.
이름이 하필 "프로포절" 인 이유는 한영혼용체가 만연한 우리나라 학계에 이 단어가 입에 붙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좋은 프로포절이 갖추어야 할 특징으로서, 한 문헌에서는[1] '''1)''' 잘 조직화되고 읽기 쉬운 내용, '''2)''' 적절한 강조, '''3)''' 원론에서 각론으로의 구체화, '''4)''' 적절한 초점을 들고 있다. 논문이나 초록 문서에서도 나오지만 현대에는 갈수록 학술문헌에서 간결체와 짧은 글쓰기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프로포절도 덩달아 함께 짧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학위논문을 준비중인 학생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연구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의 배경과 동기를 설명하고, 기존의 이론적 조망이나 연구의 영역과 관련하여 미진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즉 연구대상을 바꾸든지, 연구방법을 바꾸든지, 교차검증을 하든지, 재현성을 확인하든지, 이론적 조망을 대체하든지 해서 '''그 미진한 부분을 자신이 채우리라 공언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 돌아오는 (지도교수 포함) 학과 교수님들의 비판의 화살은 자신이 온전히 디펜스를 해야 한다.[2]
큰 틀에서 볼 때 프로포절의 구성은 IMRaD Format에서 M(연구방법)까지만 완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서론 - 선행연구 - 연구방법 - 결과예측 형태. 즉 자신이 쓰게 될 논문의 내용을 반절만 쓰고, 연구가 계획대로 잘 흘러갔을 때 얻어질 데이터가 어떠할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갖는 학술적인 의의는 무엇일지 미리 예측하는 내용을 덧붙여야 한다. 물론 참고문헌을 작성하는 것은 기본. 연구기관에 따라서는 브리핑 내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PPT 자료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에 꼭 필요한 예산, 즉 연구비는 특히 한국에서 연구할 경우 상당히 조심해서 작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 등에서는 당초 잠정적으로 연구비를 요청하더라도 연구 향방에 따라 사후 조정이 가능한 반면, 한국에서는 처음에 한번 정해놓고 나면 연구비를 재조정할 때 "예산변경신청서" 같은 관료제 티가 팍팍 나는 지루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3] 어쩌면 우리나라 학계에서 처음부터 연구비를 잔뜩 요청한 다음에 연구 중간중간에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종종 회식을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기존에는 프로포절을 제출하는 지원자 쪽에서 자신의 계획서를 심사해 줄 교수들에게 저녁을 대접한다거나, 거마비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한다거나 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것도 마찬가지로 금지사항이 되었다. 이게 잘못된 줄 모르고 있었던 대학원생들이 은근 많았다고...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마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아서 심사를 할 교수가 프로포절 심사장으로 자기 돈 내고 온다면, 지방 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학생들은 어떻게 수도권 교수들에게 심사를 부탁하겠는가, 지방 대학교들은 어떻게 유능한 교수를 초빙하겠는가" 같은 식으로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 "자기 돈을 내는 깨끗한 사회" 에 대한 인식이 교수들 사이에 바로잡힐 때까지는 지방 중소도시 대학교 및 대학원생들이 조금씩 손해보는 것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 발표로서의 프로포절
연구계획서 말고도 박사 학위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관련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프로포절이라고 한다. 연구를 다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발표를 하고 심사를 받는 디펜스랑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디펜스는 연구를 확실히 완료한 상태에서 발표하여 자신이 여태껏 연구해온 모든 것들의 정수를 심사교수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반면 프로포절은 '당분간 이런 내용으로 연구를 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에 대해 미리 심사를 받는 단계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성과가 0인 상태로 발표하는건 아니고, 이 연구주제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차후 연구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수준까지는 연구해 놓아야 한다.
3. 외부 링크
[1] Freidland & Folt, 2000.[2] 여러분의 지도교수가 아무리 세심하게 지도했더라도, 프로포절 발표 시간에 여러분을 실드쳐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 것.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혼자 김칫국 마시고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애초에 지도교수가 실드쳐주면 이 학생은 지도교수 실드를 받으려 할 정도로 자기에게 자신이 없나 하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에 차라리 모자란 채로 까이는 게 낫다. 박사 아니면 잘라버리지는 않으니까. 적어도 학석사에서 모자람은 연구하면서 보충하면 되기 때문에, 진짜 석사졸업시점에 기본적인 학문개념조차 모를 정도로 크게 모자라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는다.[3] 출처는 《과학 글쓰기를 잘 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여기서 설명된 내용은 연구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