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혼용체

 


1. 개요
2. 사례
2.1. 인명이나 약호
3. 찬반
3.1. 반대
3.2. 찬성
3.2.1. 고유 명사 음차 문제
4. 해외의 유사 사례
5. 기타 매체에서


1. 개요


韓英混用體
코드 스위칭의 일종. 한국어영어를 섞어쓰는 것을 말한다. 표기 체계 측면에서는 영어를 한글음차한 방식도 포함할 수 있으나, 본 문서에서는 영어로마자로 그대로 들어온 문체를 주로 지칭한다.
영어를 섞어쓴다고는 하나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 등 문장 구조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혼용의 범위는 대개 단어 단계에서 그친다. 문장 수준에서는 영어를 번역한 느낌이 나는 문체가 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영어 번역체 문장으로 따로 분류한다.

2. 사례


예) presumption이란 영어 낱말은 한국어로는 흔히 '가정'이라고 옮기지만 실제 영어에서의 뉘앙스를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으므로 이하 본문에서는 원문을 그대로 기재한다.

유독 번역체와 관련이 깊은 문체이기도 하다.

예)Korea는 굉장히 traditional한 thinking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한국은 굉장히 전통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유학생 등이 쓰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미주 한인어 문서도 참조.

예) organometallic compound라고 하면 좁은 의미에서는 metal-carbon bonding이 있는 화합물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보면 nitrogen oxide, dinitrogen, phosphine 같은 것들이 metal과 covalent bond를 만든 것도 이것과 유사한 characteristic을 보이지. 유기화학 시간에 Grignard reagent를 배웠을텐데, 아주 대표적인 organometallic compound야. 여기 magnesium이랑 carbon 사이에 sigma bond가 있는 게 보이지?

자연과학, 공학 등의 이공계, 의학 분야는 영미권 학술지 위주로 이론이 전파되고 발전하는 특성상 개념을 나타내는 주요한 단어가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영혼용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인문사회 계열에서도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미권 학술지가 학문 발전을 주도하는 경영학과경제학과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예) HIV는 complex retrovirus로 여러가지 효소를 virion 내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cDNA를 transfaction해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逆相遺傳學的으로 설계된 vector가 필요하다.[1]

개중에 간혹 개념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글+영어+한자 혼용체'가 나올 수도 있다.
패션계에서도 영어가 자주 쓰이는데, 이는 약간 있어보이려는 의도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보그체라고 따로 지칭한다.

2.1. 인명이나 약호


예) 이런 점에서 Milton Friedman의 서술은 상당히 흥미롭다.

다량의 논문 인용이 있는 경우에 인명을 표기할 때도 많이 쓰인다.

예 1) IAEA는 23일(현지시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예 2) 국제원자력기구는 23일(현지시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단체 등을 나타내는 영문 약자의 경우 번역어에서는 대개 약자가 정해져있지 않고,[2] 로마자 약자로 쓰는 것이 가독성이 높기에 흔히 쓰인다.[3]
그밖에 몇몇 영문 약자들은 습관적으로 널리 쓰이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정원'(定員), '인원 배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TO(table of organization: 인원 편성표)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3. 찬반



3.1. 반대


외국의 수많은 서적들을 자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면 다양한 계층들의 일반대중들이 흡수하기에 용이하며, 이후 세대에 뛰어난 학자들이 나오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원어 그대로 쓰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하여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학문의 교육적 의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교재나 민간공표용 문헌, 단순 내부보관용 자료, 국내 대학의 강의처럼 내수전용 문헌과 발언에까지 한영혼용체를 사용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 인도, 아랍권 등 수많은 문명의 저서들을 편찬한 역사가 있는 경우 번역되지 않은 외국어 단어를 직접 삽입하는 경우는 적다.[4]
번역이 어렵다는 것은 구차한 이유일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번역을 잘 했는데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은 괄호 안에 원어를 표기하고 각주 등을 통해 부가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번역 문서에도 나오듯이, 번역이 어렵다며 원서만 추종하고 이것이 더욱 번역의 어려움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3.2. 찬성


전면적인 번역어 통용에 대해서는 이미 시기를 놓쳐도 너무 많이 놓쳤다. 일본의 경우 19세기 시절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기에 번역어들이 잘 정착할 수 있었다.
중국도 번역어를 만들기는 하나 강압적인 중국 정부치고는 여러 문제로 정착률이 높지 않아서 여전히 영문이나 라틴어 계열 언어를 받아쓰기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중국식 음역/의역 학술언어들은 거의 대중에게 공표할 때나 쓰이는 편이다.
따로 번역어를 만드는 것이 학계의 교류를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의학용어 번역처럼 한국인 연구자들이 둘 다 숙지하고 내수용 문헌과 발언에만 한국식 번역어로 쓰라고 할 수도 있기는 한데 연구자 입장에서 도저히 그럴 만한 유인도 없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번역된 의학용어는 현장에서 안 쓰인다. 괜히 용어를 2중으로 암기하게 해서 연구효율이 저하되는 문제점도 있고, 대중에게 공표하는 용도가 아닌 이상 사실상 학술문서에 내수용이랄 게 거의 없어서 쓸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적다 는 문제가 있다. 굳이 찾자면 학부생용 교재나 민간공표용 문헌 정도.
보조어 병기도 마냥 답은 아닌 게 현재는 정립된 용어가 거의 없어서 병기해야할 단어가 원체 많은지라 가독성이 떨어지고 처리 속도도 떨어진다.
영문 학술지에서 많은 개념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단어는 한국어로 이렇게 번역하자.'라고 주도적으로 권위 있는 규범을 만들 수 있는 기관이나 사회적 합의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3.2.1. 고유 명사 음차 문제


그리고 다른 언어를 한글로 표기(번역이 아니라 음차)할 때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로마자 언어권(특히 영어권)에는 발음을 알기 어려운 생소한 고유 명사들이 꽤 있는데,[5] 이런 고유 명사들은 한글로 적으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발음을 추측해서 한글로 적으려고 했다가 번역자마다 표기가 달라져서 오히려 소통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고[6], 발음을 잘못 추측해서 원음과 꽤 차이가 큰 표기가 생기고 간혹 이런 표기가 굳어지기도 한다. 즉 이런 경우는 한글 표기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표기에 혼란만 가중시키며, 로마자 원어 그대로 적는 것이 표기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
로마자의 경우 로마자를 쓰지 않는 언어권에서도 나름대로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인명이나 지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당사자나 해당 지역, 회사, 단체 등에서 (체계적인 로마자 표기법에 따랐건,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정했건) 직접 로마자로 먼저 표기해 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로 든 yin & yang, qi, nirvana, zen 등은 로마자 표기법들을 통해 나온 표기들이고, Bhumibol Adulyadej, Punjab 등은 당사자나 해당 지역 등이 직접 먼저 로마자로 표기한 것이다. 로마자 언어권 및 한영혼용체에서는 이런 결과물들을 그냥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
그러나 한글로 표기하려면 원어의 발음을 추적해 낸 뒤 이것을 한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옮겨 적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을 쓰는 것에 따른 불운

영어처럼 로마 문자를 기반으로 한 알파벳(이하 로마자)을 쓰는 언어에서는 외국어를 들여오는데 그다지 큰 문제가 없다. 일단 로마자를 쓰는 언어가 매우 많다. 공통된 문자를 쓰는 언어에서는 표기를 거의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 예를 들어 Kwaśniewski라는 폴란드 전 대통령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자. 영어를 쓰는 사람은 폴란드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이것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더라도 그 이름을 적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폴란드어 철자 그대로 쓰거나 익숙하지 않은 특수문자 ś는 s로 적어 Kwasniewski라고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것을 한글로 적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방송, 언론 등을 통해서 폴란드 소식을 접해왔거나 폴란드어에 적용되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으면 이 이름은 '크바시니에프스키'로 적는다는 것을 알아맞힐 한국어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한글은 표음 문자여서 어느 언어의 소리라도 흉내내어 적기 쉬운 장점이 있다. (지금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어려움을 논하고 있지만 표음 문자가 아닌 한자를 쓰는 중국어로 외국어를 적는 어려움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적으려는 언어의 발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로마자를 쓰는 언어들은 공통된 문자 덕택에 세계 주요 언어의 대부분은 거저 옮겨 적을 수 있는 반면 한글은 한국어에서만 쓰므로 한국어에서 외국어를 적으려면 다른 문자에서 한글로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영어가 사실상 국제 공통어이기 때문에 로마자를 쓰지 않는 언어에서도 웬만한 고유 명사는 로마자로 알려지게 되어있다. 그리스 문자를 쓰는 그리스인이나 한자를 쓰는 중국인이나 외국인을 위한 명함에는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로 적어 소개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이 한국인을 위해서 친절하게도 자기 이름을 한글로 적는 법을 소개할 리는 없다. 이들 이름의 한글 표기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출처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로마자로 표기된 고유 명사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고유 명사에 대해서는 한영혼용체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4. 해외의 유사 사례


일본어는 영일혼용체 문체가 널리 쓰인다. 아예 가타카나외래어 전용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에 표기상으로 히라가나한자 vs 가타카나로 구별이 된다. 이른바 '가타카나어'(カタカナ語)라는 말도 있을 정도. 다만 일본에서는 세로쓰기가 보편적인 관계로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들여오기에는 어려움이 많아[7] 로마자로 적기보다는 가타카나로 적는 경우가 많다.[8]
인도에서도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영향인지 힌디어, 타밀어 등 자국어에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 일상적이다. 독일어의 경우에도 영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예를 들면 자국어인 Panzer를 두고 Tank라고 표기한다든지.

5. 기타 매체에서


게임에서는 대개 번역을 안 하면 안 했지 번역한다고 하면 어휘들도 한글 음차라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간혹 배틀렐름처럼 어휘들은 로마자로 그대로 두는 게임도 있다.

[1] "HIV는 복잡한 레트로바이러스로 여러가지 효소를 비리온(바이라스의 최소 입자 단위) 내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cDNA를 수혈해서는 감염이되지 않는다. 역상유전역학으로 설계된 병독을 매개하는 곤충이 필요하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2] '국련'(국제연합, UN),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UNSC)는 번역어에서도 약자가 있는 몇몇 예이다. 위에 예로 든 IAEA의 번역어 국제원자력기구는 번역어 약어가 없다.[3] 한겨레의 경우 이러한 약자를 사용하지 않아 가독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4] 다만, 영어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 여기서 영어는 중세와 근세를 지나며 학문의 언어로 사용된 라틴어프랑스어, 심지어 그리스어로부터 단어를 통째로 수입했음도 고려해야 한다. 또, 유럽 외의 다른 문명권들의 저서를 번역할 때도 번역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채로 남긴다. yin & yang, qi, nirvana, zen 등.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원어를 자국 문자로 바꿔 표기하지 원어를 그대로 표기하지 않는다.[5] 특히 폴란드·헝가리·체코 같은 동유럽 쪽 사람들 이름은 정말 로마자를 봐도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몰라서 미치고 펄쩍 뛰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같은 동남아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6] 이런 경우는 엄청나게 흔하다. 당장 그 반지의 제왕도 번역본 소설로 읽은 사람들은 네 진영 중 하나인 마법사 사루만의 휘하세력 이름이 '''아이센가드'''인지 '''이센가드'''인지 엇갈리는 경우가 정말로 많다. 심지어 이센가르드나 아이센가르드 등 어딘가 북유럽신화적인 호칭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참고로 일단 아이센가드 쪽이 맞다.[7] 한 글자씩 떼어서 쓰거나 90도로 눕혀서 써야 한다.[8] 반대로 수식이나 로마자 단어의 표기를 위해 학술서적은 가로쓰기로 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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