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 초록색의 준말
草綠
봄비를 맞은 풀잎을 보면 초록색이 뭔지 알 수 있다.
구 리비아 국기의 바탕색이다. 지금은 2011 리비아 민주화 운동에 의해 바뀌었지만. 그 밖의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도 관찰되는데, 붉은 색과 마찬가지로 신성(神性)을 드러내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2. 논문의 가장 앞 부분에 쓰이는 글
抄錄[1]
'''Abstract''' / Headnote
논문의 핵심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글. 보통 논문의 앞이나 뒤에 들어가며 분량은 (영문 기준) 300~400단어 내외, 적은 경우 250단어 미만이다. 한국 기준으로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작성되며, 필요에 따라 영어 대신 다른 언어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사에 대한 논문에는 중국어로 된 초록이 붙는 경우가 많다. 간혹 저널명에 "International~"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등의 소수 사례에서는 저자가 자국어 초록을 함께 병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관행이나 큰 틀은 존재하되, 세부적인 문제는 저널 에디터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보통이라고 볼 수 있다.
초록의 경우에도 모든 논문이 다 그렇듯이 "필요한 건 전부 쓰고, 필요없는 건 절대 쓰지 마라" 의 조언이 유효하다. 초록에서 꼭 써야 할 내용들은 대략 "왜 이 연구를 하게 되었으며, 왜 이 문제제기가 의미가 있는지?" 의 내용, "연구는 어떠한 방법론을 따랐으며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의 내용, 그리고 "결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으며, 어떠한 추가적 활용이 제안될 수 있는지?" 의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 이 중에서 시사점이나 함의는 굳이 이 연구의 가치를 세일즈할 것이 아니라면 자세한 설명 없이 "본문 중에 포함되어 있다" 고만 하고 넘기는 것이 보통. 이를 두문자어로 줄여서 '''"QUERA"''' 라고 하기도 한다. 각각 "'''QU'''estion, '''E'''xperiment, '''R'''esults, '''A'''nswer" 의 약자.
2010년대 들어서부터는 아예 해외 주요 과학저널들을 중심으로 포맷을 정해버려서, '''1)''' 연구의 배경(background), '''2)''' 연구의 목적(aims),[2] '''3)''' 대략의 방법론(methods), '''4)''' 연구의 결과(results), '''5)''' 결과로부터 얻어진 결론(conclusions), 이렇게 다섯 가지만 쓰고 끝내야 한다. 오죽 정형화되었으면 이런 비꼬는 짤도 있겠는가.(…) 반면 80년대 이전의 케케묵은(…) 논문들을 보면 적당히 도입부와 결론부에서 각각 두어 문장씩 떼어내어 이어붙이는 식으로 퉁치는 사례도 꽤 많았다.[3]
현대에는 초록에 더하여 별도로 '''하이라이트'''(highlights)라고 해서 개조식 형식으로 내용 요약을 해 놓기도 한다. 세줄요약...까지는 아니지만(...) 대략 5~7줄요약을 하게 되는데, 각각의 문장들은 철저히 간결체를 지킨다. 워낙 정보량이 많은 현대사회다 보니, 이처럼 단시간에 대량의 정보들을 슥슥 스쳐가면서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필요없는 것은 버리는 활동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초록에 넣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우선 인용을 포함한 각주의 사용,[4] 연구에서 취합된 데이터 그 자체, 각종 약어 및 상징, 연구의 한계와 개선점 등이다. 논문에서 초록은 그 논문의 첫인상이므로, 초록이 뭔가 부실해 보이고 어설퍼 보인다면 그 논문은 빛을 보기가 많이 힘들어지게 되는 가엾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초록을 읽으면 논문 전체의 주제나 개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연구를 참고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어 편리하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초록 공개 편향(NAA bias)이라는 개념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고. 사실 이를 뒤집어 보면 초록의 장점이기도 한데, 짧은 시간에 논문의 핵심 내용에 대한 대량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 주제에 대해서 대략의 관심을 갖고 있는 동료 연구자들의 시선을 끌고 논문 본문에 몰입하게 하는 후크(hook)의 기능도 한다.
정말로 바빠서 초록을 다 읽을 시간조차 없는데 심지어 영자 초록이라면, 한 가지 팁이 있다. 중간 즈음을 뒤져보면 '''"Results showed / revealed / suggested that..."''' 부분이 있는데, 딱 그 문장만 읽으면 된다. 빠르게 독해할 수 있었다면,[5] 덤으로 뒤에 따라오는 "Furthermore, ..." 문장도 함께 읽어주자. 마지막 문장은 보나마나 "연구의 시사점과 한계점이 함께 논의되었다." 인 경우가 많으니 가뿐하게 뛰어넘고 다음 논문으로 넘어가면 된다. 단, 이런 식으로 마지막 문장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것은 분야에 따라서는 지양되기도 하므로 본인이 논문을 쓰는 입장이라면 신중히 결정할 것.
국내의 적지 않은 석사학위 논문들을 보면, 심지어 초록이 깨알 같은 글씨로 A4용지 세 페이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 잘 쓴 초록이 아니다.''' 그나마 그것도 정성들여 요약한 거라면 모르겠는데, 논의 파트에서 통째로 복붙해 놓은 경우도 종종 보이곤 한다.(...) 덤으로, 초록은 논문 전체를 다 쓴 후에, 그러나 아직 제목을 달기 전에 쓰게 된다. 전체 내용을 수십 번씩 검토하고 퇴고한 다음, 자신의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반쯤은 세일즈맨의 마음으로(…) 강하게 어필하면서 쓰는 것이 좋다.
초록(草綠)색으로 쓸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러한 문의가 들어온 바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암묵의 룰을 따르는지, 여러 논문의 초록을 모아놓은 초록집의 표지는 대부분 초록색이다!
대학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영문 초록을 '''무보수로 영작시키려는 자들이 있으니 주의.'''
초록의 기본적인 템플릿(…)을 예로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물론 분야마다 관행이 다를 수 있고, 나무위키를 참고해서 자신의 소중한 논문을 쓰는 우를 범하지는 말도록 하자. 편의를 위해, 각 문장들의 기능은 색상을 달리하여 분리하였다.
사실 초록도 기본적으로는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에 속하는 만큼, 그 목적은 자신의 발견을 간결 명료하게 보고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개의 학술활동에서 강조되는 것이 늘 그렇듯이, 여기서도 학술적 글쓰기의 ABC라고 불리는 "Accuracy,[6] Brevity,[7] Clarity"[8] 가 똑같이 적용된다. 이 점에서 벗어나지만 않더라도 적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는 피드백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초록이 논문의 요약이기 때문에 요약문 생성에 대한 자연어처리 논문 중 초록을 해당 방법론을 사용해 자동으로 만들어낸 사례가 있다
3. 미얄 시리즈의 히로인
초록(미얄 시리즈) 참조
[1] 抄는 '뽑다', '필요한 것만을 뽑아서 기록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호적초본, 삼별초 등의 초 자가 바로 이 초 자이다. 다만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글이라서 처음 초(初) 자를 사용하는 줄로 잘못 아는 경우가 간혹 있다.[2] 경우에 따라서는 예측(prediction)이 쓰일 수도 있다.[3] 이 시절 문헌들 중에는 아예 초록이 없는 것들도 많았다.(!) 이럴 경우 작은 팁을 주자면, 해당 논문의 "논의"(discussion) 첫 문단을 읽어보면 초록을 읽는 것과 꽤 유사하다.[4] 따라서 초록은 온전히 패러프레이즈 능력에 의지해야 한다.[5] 의외로 영미권 과학논문들은 TOEFL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독해가 쉽다. 글의 짜임새가 거의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논문식 논리전개 방식에만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다음에 나올 내용까지 예상하면서 읽어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6] 당신의 방법과 결과를 조심스럽게 설명하라. 선행 연구를 묘사할 때 주의하라. 당신의 연구의 장점과 한계를 설명할 때 솔직하라.[7] 중요한 정보를 빼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간단하게 서술하라. 불필요한 단어들은 다 제거하라. 각 문장과 문단들의 길이와 중요성을 검토하라. 모든 표와 그림 자료의 제시의 필요에 대해 평가하라.[8] 독자처럼 생각하라. 모호함을 찾아내어 제거하라. 단어, 문장, 문단, 전체 텍스트 수준에서 명료성에 초점을 맞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