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장애 아동 유기 사건
1. 개요
2018년 필리핀에서 현지 사역 중인 선교사들에 의해 실체가 밝혀지고[1] , 2019년 피의자가 구속되면서 알려지게 된 아동 유기 사건. 정신장애가 있는 아동을 여러 차례, 그것도 해외에 유기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2. 사건 경위
피의자 A는 2014년 11월 정신장애[2] 가 있는 아들 C군[3] 을 필리핀 마닐라 소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겼다. 당초 피의자는 시설에서 일하는 선교사에게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하면서 C군이 코피노이며 엄마가 가출하고 자신은 일용직이라 아이를 양육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후 자신의 인적사항을 일체 밝히지 않고 양육비 명목으로 약 3500만원 가량의 후원금을 시설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A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라 부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였고 C군도 순수 한국인이었으며[4] , 출국하기 6개월 전 C군의 이름을 개명하고 여권을 빼앗아 귀국한 뒤 연락처까지 바꾸었다. 게다가 선교사에게 아이를 인계할 때는 개명 전의 이름을 알려줘서, 아이와 시설 측이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치졸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후 4년 동안 A는 아내 B와 함께 한국에서 계속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가족과 함께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냈으나, 그 동안 필리핀 시설의 선교사에게는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동안 가벼운 증세만 보이던 C군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어[5] , 중증 조현병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IQ가 39로 측정되는가 하면 왼쪽 눈까지 실명된 상태였다고. 한 전문의의 분석으로는 C군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서 지적장애가 이루어졌으며, 이 상태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해 우울증과 조현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결국 선교사는 2018년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려 C군의 부모를 찾아줄 것을 호소했고, 11월에는 주필리핀 대사관도 아동 유기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C군의 기억을 토대로 A 부부의 소재를 파악, A를 구속하고 아내 B를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A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라든지 영어학습 차원에서 유학 보낸 것이라는 등의 변명을 하면서 유기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조사 결과 A 부부는 사건이 있기 전인 2010년 7월과 12월에 두 차례 네팔의 전문상담기관에 유기했는데 두 번 모두 현지인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오자 2011년에는 마산의 한 어린이집에 1년 가량 C군을 방치했고[6] , 2012년에는 충청북도 괴산군의 한 사찰에도 C군을 맡겼다가 사찰 측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또한 A 부부에게는 C군 외에 대학생인 첫째 아들[7] 이 있었으며, 장애를 가진 C군을 버거워하다가 사찰과 어린이집에 맡기는 등 C군을 이곳저곳으로 전전하게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8]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C군은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2019년 7월부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나를 버릴 것'''이라며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7월 31일에 MBC 실화탐사대에서, 8월 2일에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상담심리학 전문가는 A 부부에 대해 장애가 있는 C군은 이들 부부에게 있어서 숨겨야 하는 '수치스러운 존재'였기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의 존재가 공적 영역에서 드러나야 하는 시점[9] 부터 아이를 유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20년 1월 9일 부산지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 방임) 등의 혐의로 두 부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
KBS 제보자들 2020년 2월 27일 방영분에서 C군의 근황이 공개되었다. 치료 및 보호 차원에서 한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는 C군의 국선변호인이 아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보호와 치료가 가능한 안전한 시설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상당수의 시설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C군의 입소에 난색을 표하는 기미가 보였으나, 다행히 방송 말미에 한 정신건강센터 측과 C군의 면담이 성사되었고[10] 면담 후 C군의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3. 관련 기사
[1] 후술하겠지만 사건 자체는 2014년에 발생했다.[2] 당시에는 경증 자폐증 수준이었다고 한다.[3] 사건 발생 당시 10세, 2020년 현재 16세.[4]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필리핀 현지 보육원 원장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원장의 딸이 C군의 왼쪽 어깨에 있는 BCG 접종 흔적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아차렸다고 한다.[5] 타국에서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충격에 더해 장애인 시설과 보육원 등을 전전한 경험이 증세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추정된다.[6] 당시 취학 연령이었던 C군의 나이를 속이고 맡겼다.[7] 이 아들과의 사이는 나름 원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 끝에 A부부의 소재가 파악되어 연락을 했을 때, 가기 힘들다면서 한 말 중 하나가 바로 이 아들의 수능시험 때문이라고 밝혔을 정도.[8] 그런데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공개된 사찰과 어린이집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맡았을 당시에는 상당히 똑똑해보였다고 한다. 특히 사찰에 있을 때는 어른도 힘들게 외우는 불경을 잘 외웠다고.[9] 즉,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전후.[10] C군이 시설장과 사회복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한 질문이 '''"저 언제 병원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