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에게서 소년에게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아모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쏴......... 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던[1]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拿破崙),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룰 이 있건 오나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이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是非(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膽(담) 크고 純精(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육당 최남선이 지은 시로 1908년 발표된, 우리나라 신체시(시조와 현대시의 과도기적 성격을 띤 장르)의 첫 작품. 대략적 내용은 구한말 때의 과도기적 문학들이 그렇듯 신문물을 찬양하고 국민 계몽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제목이 일본식 문체(海から少年へ)로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고치면 "바다가 소년한테"가 된다. 최남선이 1890년생이므로 발표 당시 19살이었다. 이 시의 특징은 바로 구성. 앞부분과 뒷부분의 문장이 수미상관 구조로 완전히 똑같고(쏴... 아, 철... 썩), 이는 한 시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육당 최남선이 친일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 시 역시 친일적 성향을 찾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이 시는 '''1908년 창간된 잡지 소년의 권두시'''이다. 이 시기는 이미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이기는 하지만 경술국치 이전으로 대한제국은 존재했던 시기이며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3.1 운동까지는 10년도 더 전이다. 최남선이 기미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한 사람인 만큼 이 당시까지는 친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와 같은 문구에서는 오히려 일본을 "좁쌀 같은 작은 섬"에 비유하여 일본을 비판했을 가능성이 있다.

[1] 원문에는 '업거든'으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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