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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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홍합을 넣고 끓인 탕.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있는데다 살을 건져먹는 재미가 있어, 술 먹을 때 안주삼아 먹기에 좋다. 홍합 자체가 감칠맛이 풍부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조미료 따위는 넣지 않아도 맛이 끝내준다.(홍합을 삶은 국물을 육수로 쓰는 경우도 있다.) 홍합탕이 독립적인 메뉴지만 제철 홍합의 단가는 수산물 식재료 중에서 미역과 함께 싸면서 국물이 있는 안주기 때문에 이 국물이나 홍합탕을 서비스로 내주는 식당도 있다. 한겨울에 소주와 궁합이 아주 좋다.
동양권과 서양권 모두 존재하는 음식이다.[1] 주재료인 홍합에 맛을 의존하다보니 모양도 맛도 거기서 거기.
2. 조리법
- 홍합을 찬물에 씻는다. 요즘 홍합은 재래식 시장에서 파는 것도 해감을 한 상태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금물에 오래 담가둘 필요가 없다.
- 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낸다.
- 냄비에 물 적당량과 무를 넣고 약불로 끓인다. 물은 대충 홍합 높이의 반 정도면 된다.
- 왜간장과 맛술을 넣어 약간 심심할 정도로 간을 맞춘다. 간하는 데 자신이 없을 때는 굳이 안 넣어도 크게 상관없다. 특히 간장은 잘못 쓰면 홍합 본연의 맛을 가려서 안 쓰느니만 못하다. 간은 이 단계에서는 하지 말거나 심심해야 한다. 홍합이 입을 연 다음에 짜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물이 끓기 시작하면 홍합을 넣고 10분에서 20분 정도 끓인다. 냄비 뚜껑을 닫지 않아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한가하다면 거품과 함께 떠오르는 불순물을 국자로 걷어내준다.
- 먹기 조금 전에 대파를 넣는다. 얼큰한 맛을 선호한다면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도 좋다.
3. 주의점
속까지 완전히 익기 전에 물이 끓으니 다 익었다고 생각하고 대충 건져내 먹었다간 지옥을 구경하게 된다. 이렇게 설익은 걸 먹으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 극심한 배앓이를 하게 되는데 이후 몇 년간은 어디서 홍합 삶는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게 된다. '''끓는 물에 충분히 익혀서 먹자.'''[3] 운없이 이런걸 태어나서 처음 먹게 되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홍합을 먹기 힘들다.
또한 충분히 끓여서 웬만한 홍합은 다 입을 벌렸는데 그럼에도 입을 앙다문 녀석이 있다면 굳이 억지로 벌려서 먹진 말자. 상태가 안 좋은 녀석들은 웬만큼 끓여도 입을 벌리지 않기 때문이다.
홍합을 비롯해 어패류들의 공통점이지만 날씨가 따뜻할 때[4] 먹는 건 위험하다. 플랑크톤에 의한 독소를 품고 있기 때문인데 독소는 열심히 끓여봐야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잘 끓이면 이만한 술안주가 없게 된다. 술안주가 아니어도 잘 끓이면 밥과 같이 먹어도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조미료를 안 넣어도 훌륭한 맛이 나므로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홍합만 삶아 먹어봐도 선사시대 조개무덤(패총)이 왜 생겼는 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여럿이 둘러 앉아 열심히 까먹다 보면, 정말 산더미처럼 껍데기가 쌓인다.
몇몇 지역에서는 된장 베이스의 홍합탕도 있다. 홍합의 풍미가 적절히 섞인 것이 일품이다.
해물탕이 그렇듯이 홍합탕도 바로 끓인 것이 제일 맛있다. 홍합탕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느끼거나 냄새를 숨기기 위해 향신료를 쓴다면 잘못 만들었거나 재료가 안 좋거나, 여러 번 데우다 음식이 가장 맛있는 시점을 지난 것.
[1] 서양권식 홍합탕으론 벨기에의 '물' 이 있다.[2] 국간장을 넣어도 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3] 네발달린 고기든 해산물이든 간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식재료를 고르는 눈이 생긴 다음에, 덜 익힌 식재료의 맛을 탐구하는 게 순서다.[4] 5~9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