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팔형제
1. 개요
풍종호 무협소설 『검신무(劍神舞)』에 등장하는 여덟 형제로, 이름이 동일환부터 동팔환이다. 100여 년 전, 오직 강시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로 마교(魔敎)의 음풍강시옥(陰風殭屍屋)을 추앙하던 강시마군(殭屍魔君)의 진전, 강시공(殭屍功)이라는 산 사람을 시체와 같이 만드는 사공(邪功)을 불완전하게나마 잇는다. 이 때문에 삐쩍 말라 뼈만 남은 상태에 살가죽은 잿빛을 띠는 시체 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활시팔형제(活屍八兄弟)'''라는 별명을 얻었다."우와, 살아있는 분 맞아요?"
"살아있는 분 맞습니다. 이전에도 이렇게 보이면서 벌떡 일어난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똑바로 서 계시잖아요. 죽었다고 오해할 일이 아니지요."
"전에 만난 일이 있던가? 그건 기억나지 않는 듯하군."
"아주 어린 시절에, 널려 있던 시체였다가 일어나시는 모습을 봤지요. 그뿐입니다."
"그런가, 그런 추억은 나중에 천천히 기회가 나면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 지금은 다른 일이 먼저이니 말이네."
"그럼, 볼일 보도록 하시지요. 저희는 바빠서 이만······."
- 『검신무』의 사호표국 앞에서 배원세, 도운연, 동팔환이 나누는 얘기 중 일부를 발췌.
2. 행적
강시마군의 사후, 그의 제자들은 무공비급을 먼저 차지하려 파렴치한 난장판을 벌였고, 비급은 갈기갈기 찢어져 흩어진다. 당시 녹림왕(綠林王)이 그 잔여품을 상당수 회수하였으나, 무공에 관한 부분이 아닌 강시를 제련하는 부분만 되찾았다. 녹림왕은 회수한 것을 불태우면서 세월이 흘러 다시 강시마군의 무공이 나타나더라도 제련된 강시가 없다면, 그저 한 명의 고수일뿐이니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이후로 세월에 떠밀려 세상을 떠돈 비급은 하급 표사 노릇을 하며 남의 집에 빌붙어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던 동씨 팔형제의 손에 들어간다.
제목 부분이 뜯겨 나간 것은 물론 앞뒤의 많은 부분이 훼손된 비급, 익힌 동씨 형제는 일제히 표사에서 도둑으로 직업을 바꾼다. 전에는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해 준 비급이었기에 그들은 하늘이 준 '천서(天書)'라고 까지 일컫는다. 그러다 점차 살아있는 시체와 같아진 여덟 형제의 누워 자는 모습을 본 이들이 '살았소? 죽었소?'를 연거푸 묻게 돼서야 배운 무공이 강시마군의 강시공임을 알게 되어 크게 좌절한다. 이미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 그래도 살아 숨 쉬는 사람이며, 당당히 독립한 도적으로 만들어준 힘을 주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은 형제들은 절망을 딛고 일어나 더 높은 이상을 좇기로 다짐한다. 그 새로운 꿈이 '녹림대영웅'이었다.
한동안 사천(四川) 땅에서 거침없이 도적질을 하던 동씨 형제는 나름의 명성을 얻자 자신감에 가득 차 자신들을 녹림대영웅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운연을 데리고 있어서 길을 돌아 청성파(靑城派)로 가던 위강을 쫓아가기까지 해서 털려고 했다가 무참히 박살 난다. 그나마 어린아이와 함께 있어서인지 죽지는 않고 공력만 봉쇄당한다. 반성하기는커녕 복수심에 불탄 형제들은 공력을 회복하고, 나아가 불완전하게 얻은 무공을 더 강하게 단련할 수 있게 해주는 음기(陰氣)를 간직하고 있는 한옥(寒玉)을 수소문한다. 7년의 노력으로 서역(西域)에서 한 상인[1]으로부터 한옥을 입수한 그들은 독군자(毒君子)의 제혼술(制魂術)에 걸린 줄은 꿈에도 모른 채 2년 간 꾸준히 단련한다.
공력도 회복하고 예전보다 더 강해진 활시팔형제는 복수하기 위하여 이제 막 한옥을 얻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위강이 찾아오게 하려는 계책이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앞날에 자신들의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큰 섭혼마협(攝魂魔俠)의 후예도 예비한다. 그 방법으로 두 번째 섭혼마협의 출신을 빌미로 녹림의 수호자라는 녹림육무상(綠林六武相)을 끌어들여 연합을 꾀한다. 부가적으로 강시공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육무상만의 호신술(護身術)이라는 금강혈기(金剛血氣)도 얻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공을 알지 못한다 잡아뗀 육무상이 녹림에 발을 담은 이상, 관의 끄나풀, 장물아비의 첩자, 외국의 간세라도 무슨 상관이냐며, 섭혼마협의 후예가 신주제파(神州諸派)의 앞잡이여도 알바 아니라고 제안을 거절한다.[2]
새로운 섭혼마협은 다름 아닌 수십 년 만에 청성에서 나온 일곱 번째 검협(劍俠), 도운연이었다. 세상에 나와 큰 족적을 남긴 청성육검협(靑城六劍俠)과 비교하더라도 그가 특출난 실력을 갖춘 사실을 전혀 짐작도 못한 활시팔형제는 애송이로만 판단해 자신들의 실력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정찰 삼아 보냈던 일곱째가 기억을 잃고 돌아온 일로 다시 나타난 섭혼마협의 정체가 도운연임를 알게 된 형제들은 현재 그와 일행인 원후파(元侯派)의 배원세가 백제성(白帝城)의 사호표국에 있음을 알아내 마침 같은 성에 있는 거점인 회영장으로 협박 겸 초대를 한다. 그곳에서 동이환을 대표로 육환, 칠환, 팔환 네 형제가 도운연에게 덤벼 든다. 결과는 간단한 파자권(筢子拳)[3]에 맞아 3명이 기절, 남은 동칠환도 구경하던 배원세에게 뒤통수를 맞아 쓰러진다. 이때 도운연은 주화입마(走火入魔)로 전신불수가 된 동삼환이 숨어서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재능이 마음에 들었는지 섭혼검법(攝魂劍法)의 검흔(劍痕)을 남겨준다.[4]
도운연의 출현은 이전 육검협과도 은원이 얽혀 있는 은씨 가문과의 대립을 야기한다. 결국, 독군자의 후예인 은일항과 은천항이 청성파와 도운연을 노리고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활시팔형제는 혼을 잃은 꼭두각시가 된다. 은일항에게 부림 당한 동일환과 동이환은 도운연을 공격하던 중 섭혼검법의 영향을 받아 정신만은 깨어난다. 신체의 제어권을 되찾지 못한 두 형제는 치욕감에 도운연에게 검객답게 베어 달라 부탁하여 무인다운 죽음을 맞는다. 섭혼검의 흔적이 남아 유일하게 제혼술에서 벗어난 동삼환은 몰래 숨어 결정적인 기회를 노린 끝에 두 형이 죽는 순간, 틈을 보인 은일항의 심장을 부숴 복수를 한다. 그렇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아 남은 동사환부터 동팔환까지 다섯 형제가 청성파 운리관에서 은천항에게 조종당하다 뒤에 나타난 은씨 가문의 소가주 은시연의 손에 모조리 죽고 만다.[5]
3. 무공
- 한빙동백수(寒氷凍魄手): 마교가 사라지며 모든 마교비전도 실전된 상황에서 강시마군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뒤지는데, 음풍강시옥의 음풍찬심수(陰風鑽心手)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방법을 바꿔 북해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한빙결(寒氷訣)을 기반으로 홀로 한음기공(寒陰氣功)을 연구, 독자적으로 음풍찬심수에 근접한 무공을 창안한다. 그것이 사람의 혼백을 얼리겠다는 의지가 서린 동백수이다. 강시마군의 성명절예로, 전개하면 냉기(冷氣)로 이루어진 음풍(陰風)을 펼쳐 낼 수 있다. 여기에 닿으면 냉기가 스며들어 몸을 느려지게 해 운신(運身)을 제한한다.
- 음풍유옥진(陰風幽獄陣): 음풍강시옥이 자랑하는 강시제조술의 기본이면서 마공절기(魔功絶技)로도 그 위용을 과시할 수 있다. 두 손에서 하얀 서리와 안개를 뿜어내 일으킨 음풍으로 만들어 낸 무형(無形)의 뇌옥(牢獄)에 적을 얼려 가둬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단지 피와 살, 뼈로 이뤄진 두 손으로 만들어 내는 절정(絶頂)의 마진도(魔陣圖)인 이 음풍유옥진은 강시마군도 도달하지 못하고 갈망하기만 한 것이다. 회영장에서 도운연의 안배로 기량이 크게 발전한 동삼환은 강시마군을 넘어서 이 마공을 복원하였으며, 은일항에게 복수할 때 처음 발휘한다.
[1] 독군자의 후예인 은일항이 변장한 것이다.[2] 섭혼마협은 강시마군이 강시를 만드는 것을 저지하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던 자이다. 더불어 섭혼검법을 이은 무룡성도 강시마군이 남겨놓은 독철시(毒鐵屍)를 베는 것을 소원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러므로 활시 형제는 새로이 나타날 섭혼검법의 전승자도 당연히 강시마군의 진전을 이은 자신들을 방해할 것이라 여겨 적대한다. 그러나 도운연은 섭혼검법을 그저 검신경(劍神境)에 빠르게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익힌 것이라 그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찾아와서 분수도 모르고 덤비니 어울려줄 뿐이다.[3] 백성을 걱정하는 무인 몇몇이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기예로 고안한, 손 모양을 갈퀴나 쇠스랑처럼 만든 다음에 냅다 후려치기만 하면 되는 권법일 리가 없는 손질이다. 그런고로 전국의 서로 다른 고장에서 쓰는 사람마다 특징이 다르다. 심지어 이름의 첫 문자도 筢, 把, 爬 세 가지나 쓰이지만, 밭을 가는 갈퀴와 쇠스랑을 가리키거나 밭을 가는 일에서 나온 권법이라는··· 이름만 다르지 의미상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신주제파 같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문파의 파자권은 절대 단순한 손질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청성파의 파자권은 청풍검법(淸風劍法)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맨손으로 사용하는 절기인 '선풍수(旋風手)'의 일부분이다.[4] 가호(加護)을 남겨준 것만 동삼환이 기억하지 못하게 한다. 덕분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그는 형제들이 맞은 도운연의 선풍수와 배원세의 권격에서 많은 배움을 얻어 주화입마를 치료한다.[5] 독곡(毒谷)의 후예들이 마공을 일깨워 제정신을 차린 동씨 오형제는 은원을 잊자는 은시연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 독심화운비(毒心華雲匕)에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