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제2번(베토벤)
정식 명칭: 교향곡 제2번 D장조 작품 36
(Sinfonie Nr.2 D-dur op.36/Symphony no.2 in D major, op.36)
1. 개요
베토벤의 두 번째 교향곡. 전작인 1번을 완성한 직후 착수한 것으로 추정되며, 1802년에 완성되었다. 1번보다 다소 작곡 속도가 느렸던 것은 아마 난청 증세가 심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실제로 이 곡이 완성된 해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가 쓰여졌을 정도로 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곡도 기본적으로는 1번과 비슷하게 고전파 선배들의 양식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한층 더 과감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악상도 1번에 비해 좀더 거대해지고 연주시간도 훨씬 길다. 물론 후속작인 3번의 충공깽스러운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기본적인 평.
2. 곡의 형태
마찬가지로 4악장 구성인데, 1악장에는 1번과 마찬가지로 느린 서주가 붙어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길이가 늘어나 있고, 내용도 여러 파트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속도가 빨라져 들어가는 본론 부분도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1번처럼 종결부(코다)를 쫙 늘려서 형식 파괴를 꾀하고 있다.
느린 2악장도 1번과 마찬가지로 소나타 형식을 취하는데, 다만 트럼펫과 팀파니는 일반 고전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쓰이지 않는다. 평소 격렬하다고들 하는 베토벤 작풍과는 다르게 꽤 부드럽고 노래하는 듯 흘러나오는 악상이 인상적인 대목.
3악장에서는 고전식 미뉴에트를 대신에 교향곡에서 처음으로 '''스케르초'''(scherzo)를 썼는데[1] , 처음부터 크게 때려주는 부분과 작게 연주하는 부분이 빠르게 교차되면서 강한 대비 효과를 노리고 있다.
4악장은 일반적인 고전 교향곡들처럼 별도의 느린 서주 없이 빠르게 진행하는데, 여기서도 소나타 형식을 쓰고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종결부를 굉장히 길게 늘어뜨리고 훨씬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단정하지만 약간 새침한 느낌의 1번보다는 훨씬 거칠고 마초적인 곡.
관현악 편성은 1번과 마찬가지로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2/트럼펫 2/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라는 전형적인 고전 시대의 2관 편성 스펙을 취하고 있다. 1번에서는 다소 안습이었던 클라리넷의 비중도 여기서는 다른 목관악기들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동등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3. 초연
1번과 마찬가지로 1803년 4월 5일에 빈에 새로 설립된 극장인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베토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 번째 '아카데미' 콘서트에서 초연되었는데, 첫 번째 아카데미와 달리 이번에는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 교향곡 1번, 피아노 협주곡 제3번과 이 곡까지 죄다 자작곡만 채워넣어 공연했다. 공연 평은 역시 엇갈렸고, 특히 2번의 경우 연주가 좀 막장이었는지 거칠고 비뚤어진 작품이라고 혹평하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평가들도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반 애호가들은 특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면서 열광적으로 환호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첫 아카데미 직후부터 리히노프스키 공작을 비롯한 귀족 계층의 재정지원을 얻고 있었는데, 이 공연 이후 더 많은 후원자를 얻고 곡 주문도 늘어나는 등 자신의 입지를 제대로 굳힐 수 있었다.
4. 편곡버전
같은 시대를 산 음악가 후배인 훔멜(Jan Nepomuk Hummel,1778~1837)이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실내악 버전이 1~7번까지 있는데 2번의 경우 고전적인 풍미가 아직 남아있던 곡이라 피아노와 현악기의 실내악 앙상블로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1] 그의 1번 교향곡의 미뉴엣에서도 이미 스케르초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