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르어
1. 개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언어. 역사적인 항구 도시 반자르마신을 중심으로 보르네오섬 남부를 비롯한 해안 지역에 널리 거주하는 반자르인의 언어이다. 근세 반자르 술탄국에서 사용되었으며, 말레이어와 계통상 가깝고 이로부터 다수의 외래어를 받아들였다. 근세 반자르어를 표기한 자위 문자 역시 말레이어권에서 반자르어권으로 전래되었다. 말레이어권에서 받은 영향은 반자르어권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근세에 반자르어권에서는 말레이 고전 문학과 유사한 장르 분류를 사용하는 반자르어 문학 전통이 형성되었다. 고전 시대에 자바어권에서도 문화적 영향을 받아 자바어계 외래어도 다수 사용된다. 현대 반자르어의 표기에는 라틴 문자를 사용한다.
보르네오 남부 반자르어 권역은 크게 두 방언 '반자르 쿠알라'(Banjar Kuala)와 '반자르 훌루'(Banjar Hulu) 권역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어휘와 음운 영역에서 상당한 방언차를 보이는데, 가령 반자르 훌루는 5모음 체계인 반자르 쿠알라와 달리 오직 3개(/a/, /i/, /u/)의 모음만을 사용하는 3모음 체계이다. 이하의 설명은 반자르 쿠알라 기준이다.
2. 음운
반자르어의 음소 체계는 마인어와 유사하지만, 마인어보다 더 단순하다. 반자르어에는 외래어를 받아들이기 이전의 말레이어처럼 마인어의 마찰음 f, v, sy, z, kh, gh가 없다. 마인어의 e /ə/ 음소도 없는데, 반자르어 모음 음소 'a, i, o, u'는 마인어와 같고, 'e'는 /ɛ/ 음소만을 나타내어 반자르어는 5모음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말레이어와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나 말레이어계 외래어가 반자르어에서 사용될 경우, 반자르어에 없는 e /ə/는 a /a/로 옮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레이어의 'o' 모음이 반자르어에서 'u'로 바뀌는 교체 현상도 빈번하다. 가령 마인어의 'ber-' 접두사는 반자르어에서 'ba-' 접두사로 쓰이고, 마인어의 'orang'은 반자르어에서 'urang'이다.
3. 문법
말레이숨바와어군에 속하는 교착어이며, 마인어와 유사한 교착적 접사 범주를 갖추고 있다. 기본 어순은 SVO이며, 시제와 상은 동사의 굴절로 표현하지 않고 부사를 동사 앞에 놓아 표현한다.
3.1. 경어법
근세까지는 자바 문화와 자바어에 영향을 받아 왕실에서 또는 귀족 간에는 자바어처럼 복잡한 경어법 체계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바사 달람'(Basa dalam, 자바어 크라마체에 해당)으로 불리는 레지스터 교체를 통한 높임말은 현대에는 전통 의식이나 전통 예술, 문학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현대 반자르어 경어법은 오직 인칭대명사에서만 나타나는데, 정리하면 이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