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 포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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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Winter at Valley Forge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 발생했던 일화. 가격통제의 한계이자 화폐 신용도 관리 실패 사례, 더 나아가선 불안정했던 대륙회의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또한 민간의 경제 활동은 국가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반드시 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로 꼽힌다. 쉽게 말하자면 '''경제에는 애국심이 없다'''는 것.
2. 상세
1770년대 미국 독립을 위해 영국군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대륙회의(Continental Congress)는 가맹 주들의 비협조에 어떻게든 전비 조달을 하기위해 ‘컨티넨탈 화폐’를 남발한다. 멀쩡히 금융 활동이 이뤄지는 정상 국가도 통화를 남발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징세 권한도, 화폐의 가치를 보장할 현물이나 신용도 없는 대륙회의가 발행한 화폐는 당연히 가치가 추락했다. 이에 최전선에 나가 있는 조지 워싱턴의 대륙군의 보급은 더욱 힘들어지고 말았다.
당시 워싱턴 장군과 병사들은 영국군을 필라델피아에 묶어두고 펜실베이니아를 지키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밸리 포지(Valley Forge)를 택했는데, 상황은 워싱턴에게 그리 좋지 못했다. 날씨는 엄동설한이었고 피복 및 장구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식량조차 떨어져가는 상황이었다.
보다못한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는 '물가통제법'을 제정하는데, 치솟는 물가를 대륙군이 감당하지 못하자 상인들에게 대륙군 한정으로 정해진 값싼 가격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라는 내용이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영국군을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하자는 의도였겠지만, 물가통제법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다.'''
3. 폐해
우선 어떤 상인들도 주어진 가격에 판매를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륙군에게 판매를 거부하고 나섰다. 빡친 주 의회는 강제로 징발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했지만 상인들은 아예 물건 자체를 없애 버리거나, 심지어 '''영국군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등, 물가통제법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또한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팔아야 하니 이를 메꾸기 위해 통제법 리스트에 묶이지 않은 품목들의 가격이 더 올랐으며, 주 의회와 민간 사이의 대립이 격해지자 사이에 낀 조지 워싱턴은 서한까지 보내 제발 쓸데없는 탁상공론 그만 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까지 하였다. 결국 1777년부터 1778년 2월까지 수많은 대륙군 병사들이 굶주림, 질병, 추위로 죽어간 다음에서야 주 의회는 '물가통제법'을 실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1778년 6월에 폐지하기에 이른다.
4. 원인
밸리 포지의 가격 통제가 불러온 끔찍한 참사로, 민간 경제에서는 오직 돈의 논리만 작용하며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대륙회의가 징세권이 없어 예산확보가 안되는 와중에 나온 컨티넨탈 화폐는 군표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경제에서 재화는 액면가를 지정해둔다고 그 가치가 자동으로 붙는게 아니다. 덤으로 일부 식민지 주에선 금이나 은을 바탕으로 자체 화폐까지 만들면서 중앙 정부의 화폐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었다.
즉, 물가통제법이 없었다 할지라도 물건을 가진 상인 입장에서는 거래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1] 거기에 한술 더 떠 가격마저 형편없이 책정해버린 것이다. 이러니 애국심만으로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갈리가 없었다. 애초에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미국은 독립 지지파와 독립 반대파가 나뉘어 있어, 일치단결한 심정으로 독립을 원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애국심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설령 애국심이 투철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억지 정책은 명백히 '''전쟁 비용을 민간에 전가시키는 행위'''인 것이다. 애국심이 크지도 않은 처지에 그나마 있는 애국심마저 날려버린 대실수를 한 셈.
물론 이러한 말도 안되는 법 이면에는 대륙회의가 중앙정부 주제에 징세권도 없고 각 식민지주의 기부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였던 점도 한몫 한다. 차라리 과거 금본위 화폐처럼 금으로 바꿀수 있다는 보장이 있거나 징세권을 바탕으로 이 돈이 가치가 있으리라는 신용이 쌓여있었다면 당연히 주 의회도 이러한 억지 법안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물가통제법으로 인해 공급이 사라지고 일부 상인들은 영국군에게 물건을 팔기까지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책 하나 잘못 짜서 홈에서 싸우는 아군은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데 물자가 적군에게 가버리는 상황까지 만들어버린 것이다.
5. 여담
전쟁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다른 사례들이 증명해주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적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밸리 포지에서의 교훈이 잘 알려준다. 붕괴된 경제 상황은 아군에게 손실을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군에게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
또한 화폐 발행 주체의 견실함이 화폐 가치에 끼치는 영향도 알 수 있는데, 미국 남북전쟁기의 화폐 그린백은 북부가 일시적으로 금이 부족했을지언정 중앙 정부가 징세권을 지니고, 해당 화폐의 환전이 법으로 보장되었고, 남부 국력상 북부가 지더라도 사라지지 않으리란 어느정도의 신뢰를 기반으로 1994년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현대에는 전쟁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전시 경제 체제의 건전성이 중요해졌다. 밸리 포지의 교훈이 있은 이후,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령 같이 전쟁의 위험이 있거나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에게 경제제재를 가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는데 이는 그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전쟁에서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 것도 있지만 이 사건의 교훈이 보여주듯 '''경제를 옥죄는 것만으로도 전쟁 억지력이 크게 올라간다'''는 점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의 촉발점이 된 미국의 대일본 수출 제재나 북미관계가 안좋아질 때마다 언급되었던 대북제재, 미국-이란 관계에서 언급되는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같은 것들이 다 이러한 이유다.
6. 관련 문서
- 악법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반응/논란/마스크 품귀현상 - 자국이 쓸 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많은 수출업자들이 중국으로 밀수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경제에는 애국심이 없다'는 사례를 다시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