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누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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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보툴리누스균은 타원형의 간균이다. 인간에게 유해한 대표적인 세균으로,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을 유발한다. 보툴리누스는 라틴어로 '소시지'를 뜻하는 botulus에서 따온 이름이며, 18~19세기 독일에서 사람들이 소시지를 먹고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죽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이 균이 만들어내는 '''보툴리누스독'''(보툴리눔 톡신; Botulinum toxin)은 화학적 구성에 따라 A형부터 H형까지의 분류가 있는데, '''이 가운데 H형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까지 밝혀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극물'''이다. LD50이 0.5ng/kg에 불과하여[1] 그 유명한 청산가리, 폴로늄보다도 독하며, 1kg이면 전 인류를 두 번 죽일 수 있을 정도이다. 일본의 사이비종교 화학테러집단 옴진리교가 이 세균으로 덴노를 암살하려다 발각된 전적이 있다. 카메이도 악취사건 참조.
인류는 이 강력한 독을 희석하여 피부 미용에 쓰고 있으며, 그것이 유명한 상품인 보톡스이다. 다만 보톡스는 H형 독이 아니라 '''A형'''을 쓴다. 만약 H형을 사용했다면 나노 단위의 제조 공정 오차만으로도 사람이 여럿 죽었을 것이다.
2. 특징
클로스트리디움 속(genus)에 드는 모든 세균은 혐기성(공기, 즉 산소 기체를 피하는 성질, anaerobic)으로서 공기 중의 산소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공기가 없는 통조림 및 소시지와 같은 곳에서 증식한다.
치명적인 신경독소(neurotoxin)를 만들어내는 아주 위험한 세균이다. 운동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기 때문에 근육 마비를 초래하는 물질이다. 근데 이게 그냥 독소가 아니라 인류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독성 물질보다도 유독한 물질로 인간에게 반수치사량(LD50)이 1.3~2.1'''ng'''/kg(주사) 혹은 10~13'''ng'''/kg(나노그램)이다.
밀폐된 상태에서 열과 건조 등 열악한 환경에도 견디는 내생포자(endospore)를 형성하기 때문에 통조림과 같은 식품을 제조하는 데 오랫동안 큰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섭씨 100도 이상에서 최소 10분 이상 살균 처리하면 되므로 요즘은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보툴리누스균은 잘 안 죽어도 독소는 쉽게 파괴된다는 점이 특히 다행이다. 보톡스도 일종의 단백질이고 분자량도 꽤 크기 때문에(분자량이 거의 150만이다) 열에 약하다.
또한 상처에 감염이 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때도 있다.
3. 병과 치료
만약 증상이 발생했다면 살아날 가망은 거의 없다. 이 병의 치사율은 예나 지금이나 식중독 중에서 넘사벽급으로 높다. 유일한 치료법은 항독소 혈청 치료뿐인데, 이것은 조기에 치료해야 효과가 있고 그마저도 여타 항독소 치료가 그러하듯이 성공이 확실하지가 않다. 치료가 가능한 시기를 놓치면 대증요법밖에 대책이 없다.[2] 그러므로 뭐든 의심스런 식품은 버리거나 꼭 끓이자. 특히 통조림은 팽창되었거나 뭔가 맛 간 것 같으면 그냥 버려야 한다.[3]
치명률은 '''치료를 받을 시 평균 7.5%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50%에 육박한다.''' '''단 영아의 보툴리누스 중독은 병원 치료를 받아도 99%가 넘어간다.'''
증상은 케바케로, 비교적 가볍고 자가회복질환(self limiting disease)인 때도 있으나 급격하고 치명적인 때도 있다. 기본으로 복통 , 구토 및 설사가 동반되다가 보툴리누스균의 특징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입이 마르거나(dry mouth), 복시(diplopia), 구음장애(dysarthria) 등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다가 전형적인 대칭적(symmetric) 하향의(descending) 무탄력성 증상이 상지(UE)에서부터 보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보일 때 감별진단상 길랑 바레 증후군(GBS), 이튼람버트 증후군(ELS),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디프테리아균 및 진드기(tick paralysis) 증상과 구분해야 한다. 주로 GBS는 상향성으로 하지에서부터 보이며, 중증근무력증은 EMG를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진단은 혈청(serum), 대변 및 위장 내 검사를 통해 독소(toxin)를 찾아낼 때에 확진할 수 있으나 음식에 균이 발견된 것만으론 부족하다.
치료는 우선 환자를 입원시키고, 음식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으면 위세척(gastric lavage)을 시행하며, 증상이 보툴리누스균에 따른 마비로 높게 의심되면 진단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항독소(antitoxin)를 투여한다. 상처의 감염으로 인한 질병에는 상처를 소독하고 페니실린을 투여하여 증상을 완화시키게 된다.
통조림을 제조할 때 충분한 열과 압력을 가하지만 고열과 고압에 강한 내생포자가 통조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은 포자는 통조림에서 음식을 먹고 증식하게 된다. 만약 장시간 증식한다면 그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 때문에 통조림이 부풀게 되므로 통조림의 모양이 조금이라도 부풀었거나 찌그러졌다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꿀에도 소량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서 꿀을 영아가 먹을 때 보툴리누스로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있다. 즉 보툴리누스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아에게 멸균하지 않은 꿀을 먹이면 안 된다.
이 세균 때문에 소시지[4] 에 신체 내에서 발암물질이 되는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통 훈제방식 또한 발암물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발암물질 먹는 게 보툴리누스균 먹고 죽는 것보다 백만 배는 낫다.[5]
[1] 분량이 가늠이 안 된다면 대략 '''적혈구보다 더 작은 병'''에 담긴단 소리다.[2] 내원했을 시 일단 치명적인 호흡근 정지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삽관을 실시한다. 하지만 호흡근에만 작용하는 독이 아니기 때문에(심근도 포함)생존률을 확 올려주는 요법은 아니다 [3] 어떤 이유에선지 몇 달간 수입을 잃어 반 노숙자 신세를 지낸 어떤 사람이 몇 달간 쓰레기통를 뒤지며 버려진 음식을 먹으며 지낸 경험을 쓴 에세이가 있는데, 그 어떤 때라도 버려진 통조림은 절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식중독은 좀 앓으면 그만이지만 보툴리누스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서라고...[4] 라틴어로 소시지를 botulus 라고 하고 소시지에서 흔히 보툴리누스가 문제가 되었기에 보툴리누스균의 어원이 되었다.[5] 당연히 제일 좋은건 아에 소시지를 안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