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不當利得
독일어: ungerechtfertigte Bereicherung
1. 개요
모종의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노동력을 직접 취득하거나 혹은 적어도 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보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자신에겐 이득을 얻을 법률상 자격이 없어[2] 다시 돌려줘야 한다면, 이때 얻었던 이득이 바로 '''부당이득'''이다. '부당'이라는 어감과는 달리, 반드시 타인의 돈을 훔치는 등의 반사회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계약에 따라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았는데 나중에 그러한 계약이 없던 일로 된 경우처럼 개인간의 법률관계 변동에 의해 발생할 때가 많다.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갑이 을과의 계약으로 자동차를 구입하여 인도까지 받았는데, 이후 둘 사이 계약이 취소된다면[3] 갑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자동차를 획득한 것이 되므로 갑의 부당이득은 자동차다.
- 갑의 건물을 빌려쓰던 을이 정해진 날짜까지 건물을 반환하지 못하고 몇 개월간 더 사용해버렸다면, 을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건물을 몇 개월간 초과 사용한 것이므로 을의 부당이득은 몇 개월간의 건물 사용료다.
간혹 사기죄 등에서 벌금과 부당이득을 혼동하여 국가가 왜 부당이득을 챙겨가느냐고 불만을 갖는 이들이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민사상 부당이득과 형사상 벌금은 별개이다'''. 벌금은 사회가 범죄자에게 가하는 형벌로써 부과하는 벌이고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개인이 직접 갖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벌금 부과여부와 관계없이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수 있다.
2. 반환금지의 특례[4]
부당이득을 얻어 상대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마땅히 이득을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민법은 공평 또는 정의의 관점에서 부당이득의 반환이 금지되는 몇몇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2.1. 악의의 비채변제
채무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2조). 예컨대, 갑이 을에게 빚진 것이 없고, 또한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을에게 돈을 갚은(?) 경우.
2.2.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채무없는 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4조). 부양의무자가 아닌데도 부양의무가 있는 줄로 착각하고 타인을 부양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힘든 피부양자에게 부당이득을 토해내라고 독촉하는 건 가혹하지 않겠는가?
2.3. 타인의 채무의 변제
채무자 아닌 자가 착오로 인하여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권자가 선의로 증서를 훼멸하거나 담보를 포기하거나 시효로 인하여 그 채권을 잃은 때에는 변제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5조 제1항).
그 대신, 위 경우에 변제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2.4. 불법원인급여
불법[5] 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의 대표적인 사례는 불법도박. 불법도박은 반사회적 행위라 법적으로 무효이므로 도박으로 딴 돈은 전부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렇게 주고받은 돈은 이 규정에 의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해당 반환청구는 물권적 청구권에 의한 반환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다.
예를 들면 불법도박자금의 차용을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양도담보(채권자에게 담보목적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설정해주었다면, 이 규정에 의해서 그 등기는 말소청구할 수 없으며(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배제), 상대방이 결국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부정의가 발생하기도 한다.
(저당권 설정의 경우에는 해당 저당권은 말소청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민법 제746조의 ‘재산의 급여’는 종국적인 재산의 양도의 모습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폭리행위의 경우,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기 때문에 이미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피폭리자는 반환청구가 가능하나 폭리자는 반환청구가 불가능하다(민법 제746조 단서).
3. 반환할 이익과 그 범위
3.1. 반환할 이익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수익자는 그 받은 목적물을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다(원물반환).
그러나, 수익자가 그 받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7조 제1항. 가액반환).
더 나아가, 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3자는 그 가액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같은 조 제2항).
3.2. 수익자의 반환범위
3.2.1. 선의의 수익자
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이를 반환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48조 제1항).
3.2.2. 악의의 수익자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민법 제748조 제2항).
그런데, 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후 법률상 원인없음을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이익반환의 책임이 있으며(민법 제749조 제1항), 선의의 수익자가 패소한 때에는 그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같은 조 제2항).
[1] 민법 제743조는 "변제기에 있지 아니한 채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때에는 채권자는 이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나, 이는 기한의 이익의 포기로 풀이된다.[2] 민법 제 741조의 '원인없이'는 이를 가리킨다.[3] 계약의 취소는 소급효가 있다. 즉, 그러한 계약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취급된다.[4] 민법 제743조는 "변제기에 있지 아니한 채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때에는 채권자는 이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나, 이는 기한의 이익의 포기로 풀이된다.[5] 여기서 불법의 의미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로서, 민법 제103조 및 제104조 위반의 경우를 의미한다는 게 다수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