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
1. 개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인 급부를 실현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채권 소멸사유이다. 즉, 약정된 채무를 이행해서 채권을 해소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용사가 머리를 손질해주면(서비스 채무 이행), 손님이 대금을 지불하는(금전 채무 이행) 것으로 양자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다. 변제는 '''채무의 이행'''과 그 실질에 있어서 같다. 이행은 채권을 소멸시키는 행위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변제는 채권의 소멸이라는 측면에서 본 것이다.
2. 변제자
채무자는 변제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변제권한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래 채무자가 변제자가 된다. 그러나 항상 채무자가 직접 이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행행위가 사실행위인 때에는 그 행위를 이행보조자가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법률행위인 때에는 대리인이 행할 수도 있다.
채무변제는 언제나 채무자만이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3자도 원칙적으로 변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채무의 성질이나 합의로 인해 제3자의 변제가 금지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1] .
3. 변제수령자
변제수령자는 유효하게 변제를 수령할 수 있는 자이다.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변제수령자가 되나, 채권자라도 수령권한이 없는 경우가 있고, 채권자 이외의 자에게 수령권한이 있는 경우도 있다.
4. 변제의 증거
변제 자체에 의하여 채권•채무는 소멸한다. 그런데 변제가 있은 후에도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경우를 위하여 민법은 변제자에게 영수증청구권과 채권증서 반환청구권을 인정한다.
영수증청구권은 변제자가 적극적으로 변제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채권증서 반환청구권은 채권자로부터 다시 이행을 청구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5. 변제의 충당
변제의 충당이란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의 목적을 가지는 수개의 채무를 부담하거나 1개의 채무의 변제로서 수개의 급부를 하여야 하거나 또는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에 관하여 원본 외에 비용·이자를 지급하여야 할 경우에, 변제로서 제공한 급부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는 데 부족한 때에 그 변제를 어느 채무에 채울 것인지의 문제이다.
변제의 충당이 문제되는 이유는, 채무들이 이자 여부·담보 여부·이행기 도래 등에 관하여 여러 가지 모습이 있어 변제로서 급부한 것이 어떤 채무에 충당되느냐가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1. 변제충당의 방법
민법은 변제충당의 방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 규정은 임의규정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2]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충당할 수 있다.[3][4] 그리고 합의 충당이 없을 때 법률규정에 의하여 지정충당·법정충당이 행하여진다.
변제충당의 방법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최후의 법정충당과 다른 충당을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5]
5.2. 합의충당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충당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계약충당이라고도 한다. 충당의 합의는 내용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유형화 할 수 있다.
- 구체적인 채무에의 충당에 관한 것[6]
- 충당의 방법에 관한 것
5.3. 지정충당
지정충당은 변제의 충당이 지정권자의 지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지정충당에 있어서 충당 지정권자는 1차적으로는 변제자이다.[7][8] 변제자의 지정이 없으면 변제수령자가 지정할 수 있다.[9][10]
민법 제479조[11] 가 지정충당에 대한 제한인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 긍정설은 제479조 제1항과 다르게 일방적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12]
- 부정설은 제479조가 임의규정이므로 그와 다른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그 적용이 배제되고 지정충당도 제479조에 우선한다고 한다.
5.4. 법정충당
합의충당도 지정충당도 없는 경우에는 법률규정에 의하여 충당이 일어나게 된다.[15] 이를 법정충당이라고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16]
- 채무 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않은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17][18][19]
-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20]
- 이상과 같은 표준에 의하여 충당의 선후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각 채무들의 채무액에 비례하여 변제에 충당한다.
6. 변제의 제공
변제의 제공이란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채무에 있어서 채무자가 급부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다해서 채권자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행의 제공' 또는 단순히 '제공'이라고도 한다.
채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 채무자의 행위만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것
-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한 것
7. 선급금
계약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으로 선급금이 있다. '''선급금''' 혹은 '''전도금'''이란 금전채무에 있어서 일부의 변제로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금채무 등의 일부변제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증약금으로써 기능할 수는 있겠으나, 해약금으로 작용하지는 못한다.
[1] 대표적인 예로 의료 서비스가 있다. 당신은 명성이 자자한 XX대학교수 A가 수술을 집도하길 원한다. 그래서 계약 당시 이를 명백하게 밝혔다. 이때 A교수가 아닌 무명의 레지던트가 수술을 집도한다면 이는 적절한 채무의 변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2]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 내지 제479조가 임의규정인지 여부(적극) 및 변제충당의 방법 /이때 민법 제477조의 법정변제충당의 순서를 정하는 기준 시기(= 변제제공 시)에 관한 판례(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다71712 판결)에서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 내지 제479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변제자와 변제받는 자 사이에 위 규정과 다른 약정이 있다면 약정에 따라 변제충당의 효력이 발생하고, 위 규정과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민법 제476조의 지정변제충당에 따라 변제충당의 효력이 발생하고 보충적으로 민법 제477조의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변제충당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때 민법 제477조의 법정변제충당의 순서는 채무자의 변제제공 당시를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한다.[3] 이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사적 자치에 의하여 당연히 인정된다.[4] 다만,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에 있어서 변제충당은 조금 다르다. 판례는, 대판 1996.5.10, 95다55504 이후에는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의 경우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에 의한 변제충당은 허용될 수 없고 획일적으로 가장 공평한 충당방법인 제477조의 규정에 의한 법정변제충당의 방법에 따라 충당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담보권 실행 경매의 경우에도 법정충당만 허용된다.[5] 즉 그가 자신에게 유리한 변제충당의 합의의 존재, 변제충당의 지정, 우선적인 법정충당 등에 관하여 주장·증명하여야 한다.[6]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 채무 중 보증인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 채무와 그렇지 않은 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충당의 합의를 함에 있어서 보증인이 있는 채무를 반드시 먼저 변제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채권자와 채무자는 제공된 급부를 어느 채무에 어떤 방법으로 충당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다만 그러한 충당이 보증인에게 현저히 부당하고 신의칙에 반하는 때에는 합의충당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한다.[7] 그가 변제에 가장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에 인정된 것이다.[8] 이 변제자의 지정에 변제수령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으며, 또한 수령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9] 그 시기는 '변제받는 ··· 당시'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수령 후 지체없이'의 의미이다.[10] 변제수령자의 지정에는 변제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의 효과에 관하여 견해가 나뉜다. 다수설은 지정권이 변제가에게 이전하지 않고 법정충당은 하게 된다고 하나, 소수설은 다시 변제자가 지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11] 제479조(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①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 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여야 한다.②전항의 경우에 제47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12] 판례는 긍정설이다.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에 있어서는 민법 제479조에 그 충당 순서가 법정되어 있고 지정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야 하고,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라 할지라도 위 법정 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의 순서를 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있는 경우이거나 당사자의 일방적인 지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인 합의가 되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법정충당의 순서와는 달리 충당의 순서를 인정할 수 있다" 즉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민법 제479조는 적용된다.[13] 여기의 비용에 관하여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여기서의 비용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법률의 규정 등에 의하여 채무자가 당해 채권에 관하여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변제비용이나, 채권자의 권리실행비용 중에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이나 집행비용액확정결정에 의하여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확정된 소송비용 또는 집행비용 등은 위와 같은 비용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변제비용이라고 하여도 채권자의 주소이전 기타의 행위로 인하여 증가된 액수는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하므로, 이를 위 규정에서 말하는 비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그 부담자 및 부담범위 등에 관하여 여러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14] 제479조의 '''이자'''는 법령의 제한이 있는 때에는 제한 내의 이자만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자제한법이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제한을 초과하는 이자는 제외된다. 그리고 '''지연이자'''는 실질적으로 이자와 동일하므로 여기의 이자에는 포함된다.[15] 제479조 제2항에 따라 채무의 원본 외에 비용·이자가 있는 경우에 비용 상호간, 이자 상호간, 원본 상호간에도 같다.[16] 이때 변제충당의 순서는 채무자의 변제제공 당시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17] 변제이익은 변제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무이자 채무보다는 이자부 채무, 저이율의 채무보다는 고이율의 채무, 무담보 채무보다는 담보부 채무, 변제자가 보증인으로서 부담하는 보증채무보다는 변제자 자신의 채무, 연대채무보다는 단순채무가 변제이익이 많다.[18] 변제자가 주채무자인 경우에는 보증인이 있는 채무와 보증인이 없는 채무는 변제이익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 마찬가지로 변제자가 채무자인 경우에 물상보증인이 제공한 물적 담보가 있는 채무와 그러한 담보가 없는 채무 사이에도 변제이익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19] 저리의 물적 담보부 채무와 고리의 무담보채무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섞여 있는 경우에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20] 기한이 정해겨 있지 않은 채무는 채무 발생시에 이행기에 있게 되므로 그러한 채무 상호간에 있어서는 먼저 성립한 것에 충당되어야 한다.[21]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 운영 가스공급업자에 가스요금 청구서를 발송하지 않으면 가스요금 납부가 불가능하다. 공탁을 하려고 하여도 그 액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