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미들랜드 국제항공 92편 추락 사고
Kegworth air dis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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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6일''' 전에 찍힌 사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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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89년 1월 8일 브리티시 미들랜드 국제항공 92편 보잉 737-400기가 엔진 고장으로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앞에 추락해 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2. 사고 과정
영국 런던의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얼마전 발생한 팬암 103편 폭파 사건때문에 보안이 엄격해지면서 경비원이 늘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국제공항으로 가는 브리티시 미들랜드 국제항공 092편의 기체는 만들어 진지 2개월 밖에 안 된 신형의 보잉 737-400이었다. 기장은 42세의 케빈 헌트(Kevin Hunt)로 13,200시간의 비행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었지만 737 조종 시간은 고작 23시간밖에 안됐다. 부기장은 39세의 데이빗 맥클리랜드(David McClelland)로 1989년 브리티시 미들랜드 항공에 입사한 후 거의 3,300시간동안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 중 737 조종 시간은 53시간이었다.
오후 7시 15분, 승객 118명이 모두 탑승하자 기장은 엔진을 가동했다. 관제탑에서 092편의 이륙을 허가했고 이후 해당 기체가 이륙했다.
8시 4분, 고도 8,500m를 통과해 순항 고도인 10,600m로 가는 도중 갑자기 큰 굉음이 들리고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조종실에서도 진동이 느껴지고 연기 냄새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기장은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판단하고 부기장에게 관제탑에게 비상 착륙하겠다는 것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엔진쪽 좌석에서는 덜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를 목격한다. 조종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계기판으로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만 확인하고 문제가 생긴 걸로 추정된 엔진을 껐다. 이후 흔들림은 멈췄고 다시 정상적인 비행이 시작됐지만 안전 규정에 따라 빨리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장은 케그워스에 있는 이스트 미드랜드 공항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기로 결정하고 관제탑에서 승인을 받았다.
8시 10분, 기장은 기내 방송으로 회항 사실과 문제가 생긴 엔진을 끈 것을 알렸다. 8시 17분, 고도 2,000m 아래로 하강한 비행기는 착륙을 준비 중이었고 1분 후 관제탑에서 기장에게 우회전해서 활주로에 정렬하라고 지시했다. 기체는 최종 접근을 시도했고 승무원들은 자리에 앉았다.
8시 20분, 다시 굉음이 들리고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엔진에서 문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진동은 더욱 커지고 관제탑에서는 기장에게 600m 하강을 승인했다. 마지막 엔진마저 고장나 작동을 멈추고 비행기는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기장은 부기장에게 동력을 복구하라고 지시하고 엔진 재점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왼쪽 엔진에 불이 붙었고 다른쪽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기장의 조종대가 흔들리고[1] GPWS에 급강하 경보(Sink Rate)가 들어왔다. 공항까지는 2km도 안 남은 상황. 8시 24분, 공항까지 1분 거리에서 기장은 기수를 들어 활공을 연장해 마을에 추락하는 것을 간신히 피했다. 비행기는 건물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내려온 상황이었고, 기장은 불시착에 대비해 달라는 마지막 방송을 한다. 이후 공항 앞 고속도로 30m 부분에서 꼬리가 땅에 부딪히고 다시 공중으로 튕겨 오른뒤 고속도로 주변 나무들을 들이받고 중앙 분리대와 조명을 들이 받은 뒤 건너편 제방과 충돌 후 3번 고속도로 밖으로 나가면서 추돌이 끝났다. 활주로를 900m도 안 남긴 상태였다.
다행히 그 당시 고속도로는 텅 빈 상태였지만 엔진에 불이 나무로 옮겨 붙고 항공유가 새는 상황이었다. 승객 중 한 명이 비상문을 열고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생존자들은 고속도로쪽 운전자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8시 30분, 소방관이 도착하고 사고 현장에 포말을 뿌려 불을 진화했다. 다행히 불은 엔진과 주변 나무에만 붙고 항공유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후 생존자 구조에 나섰고 6시간 뒤 마지막 생존자를 구조하고 39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 도중 8명이 사망했고, 기장과 부기장은 큰 부상을 입은 채 살아남았다.
3. 사고 조사
아직 팬암 103편의 파편을 다 수습하지도 않은 상황이라 폭탄으로 인한 사고라는 가설이 맨 처음 제기되었으나, 폭발물의 흔적이 없어서 해당 가설은 폐기되었다.
이후 뉴스 앵커가 엔진 고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체 결함에 무게가 실렸다. 항공 사고 조사 기관에서 사고 기체의 왼쪽 엔진을 조사하러 나섰지만 당시 추락의 충격으로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손상된 엔진을 조사한 결과 부서진 팬블레이드 파편이 엔진을 고장나게 했단 결론이 나왔다.
이후 멀쩡한 오른쪽 엔진을 조사하는데 조종사가 '''멀쩡한 엔진을 껐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장난건 왼쪽이었는데 조종사가 끈 엔진은 오른쪽이었던 것. 수사의 초점이 바뀌어 조종사의 실수에 무게가 다시 실렸고, 조종실 음성 분석장치로 조종사가 조종실에서 내린 결정을 분석했다.
조종사가 맡은 엔진 연기는 엔진실을 빠져나와 냉각 장치 관을 통과한 연기였는데 기장은 부기장에게 어느 엔진이 문제인지 묻자 처음엔 좌측이라 대답했지만 이후 말을 바꿔 오른쪽이라 대답한다. 계기판에는 각각의 엔진상태가 표시되어 어느 엔진이 문제인지 판단이 가능했다. 문제는 737 400 시리즈는 계기판의 LED바늘이 다이얼 바깥을 작은 크기로 회전했고, 신형 400시리즈에 대한 교육 기간 중 안전 계기 장치 EIS에 대한 모의 교육은 없었다. 기내 공기에서 연기 냄새를 맡은 기장은 737기의 냉방 장치가 우측 엔진에서 공기를 공급받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측이라 추측했지만 737 400은 양쪽 다였다. 결국 오른쪽이 문제인 것으로 착각하고 오른쪽 엔진을 끈 것이다. 승객들은 창문으로 왼쪽 엔진이 문제란 걸 아는 상황이었지만 기장의 오른쪽 엔진을 껐단 방송에 조종사가 더 잘 알 거라 생각하고 반박을 하지 않았다.
또한 737기는 자동 조절판이 왼쪽 엔진에 적정량의 연료를 엔진에 보내 제대로 된 비행 속도가 유지되는 순항 제어기였는데 부기장이 자동 조절 판을 해제하고 엔진을 끄면서 비행기가 수동으로 돌아가고, 엔진 고장으로 속도가 줄자 자동 조절 판이 좀더 많은 연료를 주입해 엔진이 흔들리고 연료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후 엔진을 끄자 연기가 사라지고 진동이 멎었다. 자동 조절 판을 끄면서 왼쪽 엔진의 센서가 연료를 즐이고 진동과 불꽃 또한 줄어들었다. 기장은 교육지침에 따라 판단에 착오가 있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검토를 확인하려는 순간 관제탑의 지시가 들어와 확인을 하지 못했다. 활주로가 가까워지자 착륙통제를 위해 왼쪽 엔진의 추력을 높이자 엔진은 완전히 불붙었고, 오른쪽 엔진을 다시 가동시킬 시간이 없이 그대로 추락했다.
4. 사고 이후
사고 5개월 후 같은 엔진 고장이 B737-400에서 일어났고, 긴급 조사를 위해 모든 항공기에 있는 동일 엔진의 작동을 멈추게 했다.[2] 엔진 제작사에서 결함을 발견했는데 7,600m상공에서 최대 속도로 가동 할 경우 낮은 공기 밀도가 블레이드에 감지 안되던 진동을 일으켰고 응력이 생기면서 엔진 팬 블레이드가 깨졌다. 엔진은 비행 시험도 거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당시엔 비행 시험이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737-400형 90대의 엔진을 교체했고 엔진 시험 비행이 의무화되었다. 조종사는 정상 참작을 받고 과실치사 혐의에서 벗어났으며, 조종실 계기판을 다시 만들어 판단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또한 항공기 설계에 변화가 생기면 모두 비행 훈련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했다.
더불어 조사 결과 생존한 승객중 의외로 항공사 측에서 안내한 충돌 대비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당시의 충돌 대비 자세는 단순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는데, 이 자세는 강한 충돌 시 머리를 앞 좌석에 부딪혀 머리나 목을 다칠 위험이 많았다. 심지어 이 자세는 어떤 체계적인 실험의 결과물도 아니었고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를 정도로 제대로 정립이 안된 상태였다. 이후 더미를 이용한 충격 실험 등을 통해 팔꿈치까지 닿도록 팔로 앞 좌석을 단단히 잡고 있거나 아예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 묻을 정도로 상체를 깊게 숙이거나 하는 등의 식으로 충돌 대비 자세가 만들어졌다.
[1] 스틱 쉐이커, 실속경보기능이다.[2] 이 때문에 당시 이 기종밖에 없었던 지구 반대편의 어느 신생 항공사가 제대로 피를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