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그랏
1. 개요
반지의 제왕 4권과 6권에 등장하는 오크. 키리스 웅골 탑의 경비대장 직책이다.
2. 행적
프로도가 쉴롭에게 잡혔다가 샘에게 당해 쫓겨나고, 쓰러져있는 프로도를 옮기는 오크들을 지휘하면서 첫 등장한다.
이 녀석이 오크들이 두려워하는 쉴롭의 서식지 근처까지 온 이유는, 프로도 일행이 미나스 모르굴 옆길로 지나갈 때 미나스 티리스로 원정가던 마술사왕이 이상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르굴 쪽의 고르바그도 마찬가지 이유로 그 지역의 아랫쪽을 수색하고 있었고, 둘이 시비가 붙으려는 찰나 프로도가 발견되면서 프로도를 옮기는 절차에 착수한다.
이후 경비대가 싸그리 전멸당한 키리스 웅골로 샘이 잠입했을 때 고르바그의 칼에 찔려서 부상당한 상태로 재등장한다. 이미 자기 부하들은 고르바그의 부하들과 싸워서 다 죽어있었고, 쬐끄만 덩치의 오크 한 놈만 옆에 있었는데, 그 오크마저 침입한 샘이 두려워서 꼭대기에서 안 나가겠다며 버팅기는 건 물론이요, 화살이나 맞고 싶냐며 부하한테 오히려 협박당하는 굴욕을 보여준다(...).[1] 결국 그 부하가 샘한테 죽은 뒤, 샘이 프로도를 구출하는 사이 프로도의 미스릴 갑옷, 샘의 누메노르 단검, 그리고 에아렌딜의 빛을 챙겨간다. 사실 이놈이 없었으면 프로도와 샘이 그 물건들을 도로 챙겨갔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사우론의 입이 모란논 정문에서 서부연합군에게 협상할 거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후 프로도와 샘을 추적하던 두 오크의 대사에서 대장직에서 해임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키리스 웅골 수비대 전체를 고르바그와 쌍으로 뻘짓하다가 날려먹었고 포로까지 놓쳐버렸으니 죽어도 싸지만, 미스릴 갑옷을 비롯한 물건들을 챙겨온 공으로 목숨은 건진 듯 하다.
3. 기타
등장 시간도 얼마 안 되고 행적도 굴욕적이기 짝이 없지만, 사실 이 놈이 바로 반지의 제왕 후반부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이었다. 먼저 쉴롭이 프로도를 죽인 줄 알고 있던 고르바그에게 핀잔주면서 프로도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준 덕에, 엿듣고 있던 샘도 프로도를 구출할 희망을 가지게 됐다. 또한 고르바그와 싸우다가 자기 부하들과 모르굴 오크들 전체로 싸움이 번지는 바람에 키리스 웅골의 병력이 전멸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고, 덕분에 샘은 칼도 몇번 안 휘두르고 키리스 웅골 꼭대기까지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그 난리통 속에서도 스스로는 기어코 살아남아서 사우론의 입에게 프로도 일행의 물건을 바쳐 사우론의 입이 서부연합군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까지 만들었다. 고작 오크 대장 하나 치고는 어마어마한 역할이다.
굴욕적인 행보에서 얼마 안 되는 위안거리라면 먼저 고르바그의 칼에 찔렸는데도 고르바그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는 건데, 오히려 영화 기반 게임에서는 고르바그한테 발려서 쓰러진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 게임에선 스테이지 보스로 오크 대장 하나는 죽여야겠고, 그렇다고 원작처럼 샤그랏이 고르바그를 죽이는 걸로 처리해버리면 샤그랏이 스팅에 맞아 죽어야 하므로 스토리상으로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고르바그한테 맞아서 정신을 잃은 사이 샘이 고르바그를 죽이고, 샤그랏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프로도 일행의 물건을 챙겨 달아나는 스토리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 소설 시점이 샘 중심의 3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깝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 부하 오크의 이름이 '스나가'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사실 샤그랏이 덩치 작은 부하를 낮춰 불렀던 걸 샘이 이름으로 착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