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작법/구체적 요소/사건
1. 사건
사건이란 저마다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일과 행동을 의미한다. 보통 소설의 중심은 주인공이니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위주로 소설은 채워지게 된다.
또한 사건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만일 주인공이 자신의 초목표를 위해 악당을 공격한다면? 악당도 그만큼 반격할 거라는 의미다.
이렇게 빚어지는 갈등의 종류에는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이 있다. 내적 갈등은 주인공 내면에 있는 갈등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초목표를 추구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이상향, 기존의 결심, 성격 등에 대치되는 터라 심리적으로 스스로 갈등을 겪어 고뇌하고 좌절한다는 것이다. 외적 갈등은 종류가 더욱 다양하다. 주변 인물들, 가족 관계, 연인, 환경, 짐승 등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들이 주인공의 초목표를 방해하는 대립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립자란 비단 인간만이 아니기 때문에, 대립자가 주인공에게 가하는 방해를 '대립자의 행동'이라고 하지 않고 대립자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하는 것이다.
2. 사건의 진행
소설의 구성단계는 발단ᆞ전개ᆞ위기ᆞ절정ᆞ결말의 5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사건은 전개에서 일어난다.
전개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사건을 벌인다. 즉 초목표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를 하나씩 차례로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작가는 주인공의 '직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추리 소설을 쓰는데 탐정들이 기본적으로 어떻게 추리하는지도 모르면?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데 소방관이 기본적으로 어떻게 소방을 하는지 알지 못하면? 이야기를 쓰고 싶어도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건은 이야기의 장르를 결정한다. 만약 주인공이 사건으로써 추리를 벌인다면 추리 소설이 되고, 무술을 펼치면 액션이, 대립자와 간접적으로 대치하면 스릴러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건의 진행은 유기적이 되어야한다. 문자 그대로 다음 전개를 위해 초기 전개를 억지로 이어쓰는 느낌이 든다면 쓰는 사람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힘들다. 자연스러운 사건 진행을 위해선 최대한 현실적인 사고를 갖추고 (비록 가상의 사건을 쓰는 거지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전개가 될지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작법을 해야 한다. 소설의 배경과 사건은 허구여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모두 현실적인 사고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읽거나 쓰거나 할 수밖에 없기 때문.
가령 본업이 탐정이 아닌 학생이 주인공인 추리물을 쓰려고 할 경우, 그 학생이 어떻게 해서 추리물에 뛰어들게 되는지를 주인공이 사건과 마주하는 도입부부터 '있음직한' 묘사로 써야한다. 예시로 그런 유형의 주인공이라면 평소 주변 관찰과 사건 추리에 흥미를 가지는 타입이란 설정이 있으면 좋고, 아니라고 친다면 기존의 성격이나 취향 등이 추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그걸 무마할 정도로 추리에 뛰어들 만큼 강렬한 동기가 있어야한다. 편하게 쓴다면 그 학생이 평소 지나다닐만한 장소에서 사건이 나는 식으로 도입부를 마련하며, 범인도 지나치게 쌩뚱맞은 인물이 아니라 최소한 그 장소, 피해자, 주변 지역 등과 관련되는 식으로[1] 범위가 어느 정도 고정되어있는 것이 좋다.[2]
3. 개연성
소설에서 개연성이란 주인공이 대립자에게 벌이는 사건(행동)의 관련성을 의미한다. 사건이란 갈등을 빚는 인과관계다. 즉 주인공이 행동(사건)을 벌이면, 대립자도 그만큼 주인공에게 맞서서 행동하고, 서로 맞서니 충동하고 대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은 등장인물들을 자극해 더 격렬한 사건(행동)을 이끌어낸다.
그런데 만약 발단에서 악당이 주인공의 어머니를 살해했는데, 전개에서 주인공이 악당에게 복수를 하기는커녕 주식이라도 하러 간다면? 독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해, 개연성이 없다고 욕을 할 것이다. 또한 이해를 하지 못하니 그만큼 이야기를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주인공이 어머니가 죽었는데, 심지어 살해당했는데, 주식을 하러 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러한 가능성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킬 만큼의 '''명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초목표의 당위성이 중요하다. 초목표란 주인공이 왜 굳이 대립자에게 맞서는지 이유를 부여한다. 초목표가 약하면 주인공이 그냥 집에서 안 자고 구태여 힘들게 갈등을 빚고 대립자와 맞서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4. 사건의 배치(스토리, 시나리오)
사건을 시간 순으로 배치한 것을 "스토리"라 하고, 스토리를 작품 연출에 맞춰 왜곡한 것을 "시나리오"라 한다. 보통 3막, 4막, 5막 등으로 나뉘는데 보통 분량에 따라 구체적으로 나뉜다. 3막 구조는 사실상 서론-본론-결론의 구조와 거의 비슷하며, 어느 의미에서는 삼단논법과도 비슷하다. 4막 구조는 기승전결 문서를, 5막 구조는 문서를 참고.
참고로 여기서 다루는 3막~5막의 구조는 '정상적인 흐름'을 따라갔을 경우만을 다룬다. 회상이 시작, 혹은 액자식 구성처럼 중간에 들어가듯이 시간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3] 엔 조금 머리가 아파진다. 봄봄처럼 단편소설인데도 결말이 절정보다 앞에 오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의 구성단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익힌 사람이 '''응용'''해서 원하는 대로 비틀고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마치 건축을 배우는 사람은 기본에 아주 충실해야 하지만, 건축의 장인이라고 하면 그 기본을 비틀어서 새로운 형식의 건물을 창조하듯이 말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의 구조를 꼬는 일 자체는 그리 많지는 않다. 건물과 다르게 이야기란 꼬이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즉 작품을 다루기 쉽지 않으며, 독자의 입장에서도 읽기 어렵다. 달리 파격적이라 하겠는가.[4]
더군다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정도의 걸작이나 명작은 그만큼 특출난 무엇을 '''처음''' 시도 했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그리고 이런 특별한 작품들은 거장이나 천재 등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세간의 평판과 읽는 사람의 즐거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며, 대중은 이해를 못하지만 소수의 집단에게 고평가를 받는 작품과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만 문학적인 가치가 낮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서로 공존한다.
물론 아무리 인생은 실전이라지만 소설 몇 개 실패했다고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고 일단 실패를 두려워 말고 단편 위주로 많이 써보자. '''제대로 완결난 작품이 하나도 없는 작가보다는 단편이라도 제대로 완결한 작가가 낫다.'''
[1] 범인이 완전히 외부인이라고 쳐도 일단 그 장소에서 사건을 벌인 만큼 거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설득력있는 경위가 마련되어야 한다. 최소 집 주변이나 학교 주변 도로의 교통사고 추리사건이라 친다면 범인이 못해도 그 장소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뺑소니를 해버렸다~ 이런 뒷사정 플롯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 말이다.[2] 이 경우 '우연' 이라는 전개적 요소가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지만 전개에 있어서 우연을 도입부에 써도 그 이후에도 계속 남발하면 아래에 나온 개연성이 떨어지고 작위성이 늘어나게 된다.[3] 이를 역순행적 전개라고 한다.[4] 소설은 아니지만 영화 메멘토에서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꼬아놓았다. 그래서 메멘토를 처음 본다면 이야기의 전체적인 서사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