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허릭 마지오
1. 소개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인간 남성.
아라짓 제국군 소속 상장군으로 가시나무 군단의 군단장이다. 기혼자이며, 성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집 내지 장가를 보낸 자녀도 둘 있다. 작품 초반 규리하 전쟁부터 시작해서 발케네 전쟁, 흑사자군 조직, 시모그라쥬군과의 전쟁, 다시 규리하 침공에서 마지막 미션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모든 굵직한 전쟁 및 군사활동에 핵심 인물로 참여한 대단한 무장이다. 덕분에 시허릭 마지오의 휘하 소대장인 틸러 달비 역시 신나게 제국을 싸돌아다녀야 했다.
대장군 엘시 에더리의 그림자이자 참모장으로 활약한다. 다른 상장군이 수십명이나 되는 데도 유독 그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가 시허릭이 상장군 중에서 능력 혹은 경력 면에서 가장 뛰어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규리하 정벌전에 참여했다가 그 인연이 쭉 이어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작중 표현으로 볼 때 짬밥이 많은 것은 거의 확실하다.
말을 사랑한다는 살본 출신의 인물로, 그만큼 말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하다. 작중에서는 기병 예찬론자이며 은퇴 후 장제사[1]가 된다는 소박한 꿈이 있다. 젊은 시절 장제사와 군인 중 군인의 길을 선택하였으며 그 결과 제국군의 최고위직인 상장군까지 올랐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
2. 작중 내역
도망친 태위 레이헬 라보 때문에 졸지에 아라짓 제국군의 1인자가 된 엘시의 뒤를 이어 시허릭은 명실상부 제국군의 2인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엘시가 지멘을 추적하러 간 사이 발발한 발케네 전쟁에서 그는 정벌군 총사령관으로 제국군 9만 병력을 지휘하게 된다.[스포일러]
발케네 정벌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적보다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운하 구축 및 레콘여단 공중 강습 등의 기발한 전략들을 구사하여[2] 사라티본 평원 전투 이외에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였다. 능력면으로만 보면 엘시 에더리도 확실히 인정할 만큼 전쟁의 달인이다. 치천제는 엘시의 손에 피를 묻힐 수 없었고 발케네 공격은 승리가 아닌 학살이 목적이므로 엘시 없이 발케네를 상대했어야 했는데 황제가 믿는 패가 시허릭이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작중에서 베로시 토프탈과 함께 상장군 지위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인물 중 하나.
신중하고 침착한 성격이다. 어떤 계획을 세울 때 계획 상대의 반응까지 예측하여 그에 걸맞는 수를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의 아내가 그와 결혼하기를 결정한 것도 이런 성격 덕분이다. 반대로 단순하고 직선적인 것을 선호하는 레콘인 엉겅퀴 여단의 쥘칸 장군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 서로를 최악의 인물이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불명예에 대해 가장 크게 웃어줄 용의가 있는 사이'''라고. [3]신체적으로는 장수다운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듯. 나가 도시연합을 대표해서 제국군과 외교 협정을 하러 왔던 매너링 이젤사는 시허릭 마지오를 보고 순간 대장군에 어울리는 풍채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언제나 말(馬) 냄새와 양파 냄새를 풍기고, 그가 흥분할수록 더욱 체취가 진해진다고 한다. 덕분에 아내에게조차 매력적이라는 말은 듣지 못한다.
코네도 학살 이후로는 군인의 길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 '군인이 되기로 한 것은 아주 미친 결정이었다. 왜 장제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코네도 학살에 대해 많은 인물들이 보여 준 다양한 반응 중 하나다.[4]
상대방에게 언뜻 보기엔 어색한 문장이지만 각 문장의 앞글자만 읽어야 내용이 통하는 편지를 보내는 기벽이 있다. [5]
파르바리 계곡에서 시허릭은 하늘누리를 이용해서 발케네군의 배후에 레콘을 강하시켰다. 동시에 전면은 소화차와 제국군 본대로 공격하는 포위망을 만들었고 이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가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향후 락토 빌파가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전후 처리를 할 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예상해 완전히 섬멸전을 펼치진 않았다.
이후 그는 황제에게 불려가는데, 황제는 시허릭의 정치적인 감각을 높이 사 엘시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 시허릭이 황제가 될 수도 있을음 암시해 준다. 즉 치천제는 이 시점에서 황위에 오르고 싶어하는 시허릭의 욕망을 읽고 그 욕망에 충실하게 정신억압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시허릭은 작품 내내 장제사가 아닌 장제황제가 되고자 하는 뜬금없는 욕망에 혼란스러워 해야 했다, '장제사'가 '말에게 편자를 달아주는 사람'임을 고려하면, '장제황제'라는 욕망 자체가 본인이 황제위에 오르는 것이 아닌 엘시를 추대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암시하는 타자의 농간일 가능성이 크다.
엘시 에더리가 돌아온 후부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장군의 보좌역으로서 제국군 규합 및 남부 전역에 충실히 종군하지만,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장제황제' 개념에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제국의 1인자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제위에 관심이 없는 엘시를 황제로 추대하려 한다. 엘시의 허락 없이 규리하 성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고 엘시에게 "황제가 되십시오"라고 일갈하기까지 할 정도. 제국 범신민 연대의 칸디드 백작이 말한 '엘시 외의 다른 사람의 황제 즉위를 용납하지 않을 사람들'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치천제가 뒤에서 '노련한 정치꾼처럼 행동했다'고 말했을 정도. 정우의 추격대에 합류한 이후에는 발리츠 굴도하 남작과 함께 엘시 에더리를 황제로, 정우 규리하를 황후로 추대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6] 결말에서 '에더리 황조'가 언급되고 정우와 엘시가 이어졌다고 묘사되는 만큼, 원하던 대로 발리츠와 사이좋게 한 자리씩 해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원래의 소망대로 은퇴 후 고향에서 장제사가 되었던가. 어느 쪽이든 꽤 좋은 결말이다.
[1] farrier. 말 편자를 직접 제작하고 달아 주는 사람. 말을 중시하는 살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존경받는 직업인 듯하다. 현실에서도 고되지만 수입은 높은 직업이라고.[스포일러] 후반에 밝혀지길 치천제는 엘시가 죄를 짓지 않은 완전한 인간으로써 황제로 즉위하길 원했기에, 대량 학살전이 벌어질 발케네 전쟁을 엘시 손으로 지휘하게 할 수 없었다.[2] 작중에는 '''유리한 전장을 휴대한다'''라고까지 서술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장은 선택하는 것이며 이순신 장군 역시 적에게 전장을 강요할 뿐 휴대하거나 하진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시허릭의 발상이 얼마나 참신한 지 알수 있다.[3] 사실 대놓고 레콘을 모욕하는게 아니라면 이런 대담함과 배짱은 레콘의 호감을 사기 좋다. 특히 운하를 팔 때 이런 면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물'''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쥘칸의 화를 돋궜지만 그 직후 '강을 전장으로 삼을 수 없다면 '''강을 가져간다''''는 상식밖의 대답을 내놓자 반응이 바뀐다. 이후 고추냉이, 왜솜다리 여단장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4] 그 외에는 아실이 혐오와 분노를, 락토는 황제에 대한 자신의 통찰이 옳았음을 확신하였다. 정말 예외적으로 사라말은 학살이 아니라 사회성을 가지게 된 레콘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쳤다.[5] 아래 글은 세로드립을 보기 좋게 강제개행을 한 것. 원문에서는 개행없이 줄글로 이어져있다.[6] 무언의 대화로 내심 서로 상대방을 '''판사이 공''', '''차기 대장군'''이라 호칭하고 있다. 엘시가 제위에 오르면 개국공신으로 한자리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심리, 혹은 작중의 묘사대로 최강의 용에게 덤비러 가는 상황을 잊기 위한 가벼운 현실 도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작중에서도 내일 사형당하는 사형수들이 밖에 나가면 뭘할지 서로 자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써 있다. 다른 사람들도 이걸 보고 권력자들끼리 작당한다가 아니라 현실 도피를 한다고 안쓰럽게 볼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