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멜 퍼스
1. 개요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인간 여성.
비나간의 후작 홀빈 퍼스의 증손녀이자 또 한 명의 비나간후다. 시오크 지울비와는 연인 사이로, 그가 유료도로당의 당주가 되도록 돕는 등 연인인 동시에 정치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증조부인 홀빈 퍼스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이후 하늘누리가 실종되자 비나간 후작령을 비나간 왕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독행왕이 된다. 법학 전공이라 그런지 꽤나 이론적이고 현학적이다. 자신의 말로는 '''"꿈을 쫒는 자들"''', 즉 현실성 없는 목표를 추구하거나[1] 이상주의자들을 혐오한다고 한다. 참고로 어깨가 넓은 듯하다.
2. 행적
2.1. 초기
긴 세월을 독재하고 있었던 증조부를 몰아내려고 동년배 추종자들을 만들어 인사들을 포섭해 놓고 있다가 아실의 손에 제국 정부와 황제가 사라져 난세가 도래하자 포섭한 경비대장과 창고지기, 추종자들을 앞세워서 증조부에게 독배를 권하고 자기가 비나간 후작이 되었다. 이후 비나간에서 열리는 유료도로당 전당대회에서 남자친구의 아버지, 즉 현 당주 게라임 지울비를 실각시키고 비나간에 억류한다.[2] 그렇게 마찬가지로 쿠데타를 준비중이던 자기 남친을 유료도로당주로 올려놓는데 일조하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자 평소 가지고 있던 자기만의 유사 분리주의 이념과 그게 성취된 모습을 증명하기 위해서 비나간 왕국의 개조를 선포한다.[3]
2.2. 칭왕 이후
그러나 대륙을 주름잡는 강자들에 비해 세력이 한미하고 약소했던지라 일단 칭왕부터 하였되 자구책에 관한 대책이 없었다. 역시 얼마 후 베로시 토프탈이 이끄는 시모그라쥬의 북진과 곧이어 엘시 에더리가 지휘하는 100만 흑사자군 남하에 가슴을 졸이는 등 마음 고생을 많이 한다. 대놓고 스스럼 없이 다 때려 부수면서 올라오는 시모그라쥬군의 북상을 저지해보려고 처음엔 키탈저를 지원하고 키탈저가 무너지자 그 다음엔 연인인 시오크 지울비가 당주로 있는 유료도로당을 대신 내세워 본다. 하지만 대륙2강인 시모그라쥬 앞에서 시간벌기일 뿐이었고 전쟁 유민들을 용병으로 받아도 봤지만 소매 속에 남은 패가 없는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다.[4] 허나 때마침 엘시가 흑자자군을 몰아 비나간에 도달하고 시모그라쥬군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되지만 이번엔 흑사자군의 위세에 기가 질린다. 엘시는 분리주의자가 아니라 황제의 대장군이고 귀족원 회의를 통한 황제 선출로 제국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었기에 분리주의자인 동시에 제국의 입장에서 칭왕한 반역자인 자기와 비나간의 목숨줄은 엘시의 손가락 하나에 달린 일이었다. 설령 아니더라도 엘시가 그냥 밟고 지나가자고 하면 그대로 밟힐 수밖에 없었다.
2.3. 엘시와의 독대
비나간에 배치됐다가 황제 실종 이후 비나간군 휘하에 포함된 기존의 제국군을 돌려달라는 엘시의 요구에 지키멜은 엘시에게 독대를 청하고 그 자리에서 여러가지로 천하제일 명장이라는 엘시를 떠 보려고 시도하지만 의외로 엘시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해서 지키멜 퍼스를 놀라게 한다. 지키멜 퍼스는 비나간군도 동등하게 흑사자군과 함께 싸워 협조자의 위치를 얻어내 일종의 정치적 채무를 엘시에게 지우려고 했지만 함께 싸우게 해달라는 지키멜의 요청을 엘시는 거절한다. 그의 말이 이렇다.
"내 생각에 그건 바르지 않다. 비나간 내에서 귀하가 칭왕을 하건 왕국을 만들든간 그것은 원래의 위치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이름만 바꾸어 통치할 뿐이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나간 밖으로 진군하는건 이치를 벗어난 것이다."[5]
이런 대답이 나오자 결국 회피할 수 없는 문제에 지키멜은 마주하게 되는데 제국을 유지지시려는 엘시와 제국의 유지를 부정하는걸 넘어서 제국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거라고 확정짓고 있던 자신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한 그녀는 엘시에게 자기의 이념을 강변한다.
결국 대화는 이어지지 않지만 엘시 에더리는 "나는 시모그라쥬공이 빼앗은 모든걸 그 원 주인에게 되돌려놓을 것이고 거기엔 시오크 지울비의 신병도 포함된다."면서 지키멜이 흑사자군과 협조하게 해달라 했던 이유, 시오크 지울비를 자신이 구출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위의 대화 끝에 지키멜은 쾌재를 부르면서 안심하는데, 지키멜의 믿음에 의하면은 결국 제국은 부활할 수 없을 것이고 시모그라쥬군이 진압된 다음엔 흑사자군은 나의 칭왕을 문제삼지도 않는 동시에 비나간에 간섭하지 않겠다 하였으니 결국 모든걸 이뤘단 것이었다. 그리고 지키멜 퍼스는 "엘시 에더리는 아까운 인물이지만 저렇게 붙잡을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리다 사라지게 놔둘 수 밖에 없다."고 엘시를 평가한다.[7]지키멜 : "너도 결국 시모그라쥬군이랑 똑같이 유혈사태만 만들거고 그래서 난 너랑 팔디곤 토프탈이 똑같이 보인다. 내 왕국은 부활할 수 없는 제국보다 현실적인 목표다."
엘시 : "네가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걸 증명할 수 있는가."[6]
2.4. 황제 귀환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치천제가 멀쩡히 살아돌아오는 일이 벌어진다. 치천제가 자기에게 복종한 스카리 빌파를 시켜 지키멜 퍼스를 처단하라고 지시하자 지키멜에겐 방법이 없어졌다.[8] 이렇게 되자 지키멜은 홀빈 퍼스의 충고에 따라 재在 비나간 즈믄누리 대사관이라는 명목으로 즈믄누리에 파견을 요청했던 몽화각 도깨비들의 협조를 받아 딱정벌레를 타고 시오크 지울비와 같이 규리하로 도주한다.
2.5. 이후
규리하에선 웬 화약고같은 불청객이 찾아들어왔다며 눈칫밥이 심하지만 다행히 정우 규리하가 받아주었다. 탈해 머리돌을 이용해서 황제와 싸우자는 지키멜의 제안에 정우는 격분하지만 지키멜을 내치지는 않는다.[9] 이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규리하와 치천제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10] 자해극을 꾸미고 정우를 라수의 방에 감금했다가 풀어주는 짓을 벌였다. 본래는 무사장인 탈해의 무력을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탈해 대신 정우가 꿈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황제를 쫓아내는 데 성공했으니 지키멜의 의도가 성공하기는 한 듯. 이후 한겨울에 거지꼴로 감옥에 갇혔으나 사라말 아이솔이 감옥으로 찾아와 지키멜을 구해준다. 사라말은 치천제가 사람을 정신억압할 수 있음을 간파했으며, 하늘누리에 가까이 간 적이 없어 정신억압을 당했을 가능성이 적은 지키멜을 전인으로 삼은 것. 이후 지키멜은 라수의 방에 숨었다가 탈출해 한겨울에 지러쿼터 산맥을 넘어 시오크를 쫓는다. 작중 서술에 의하면 동상에 걸리고 발가락까지 한두개 잘려나간 모양. 겨우 시오크와 재회하지만 자기의 꿈이 이뤄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일[11] 을 직접 보고는 꿈을 버리고 치천제에 복종하기로 한 시오크의 선택에 좌절, 다시 비나간으로 왕좌를 되찾으러 떠난다. 비나간에 주둔하고 있던 발케네군은 진즉 떠난 상태였고 비나간 사람들에게 민족주의가 성공적으로 심어졌으니 비나간 재건 자체는 어찌어찌 가능했을 듯.
3. 분석
작중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 인물. 혼돈의 시간속에서 야망을 가지고 능력껏 영향을 발휘하려 하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녀의 재능으로는 상대조차도 되지 않는 강력한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함에 따라 자신의 꿈을 짓밟히는 비운의 캐릭터이다. 작품의 대주제를 이루는 여러가지 소주제의식 중 한 가지를 시오크 지울비와 같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배역을 가졌다. 결국 극이 작가의 선택에 의해 전개됨에 따라서 지키멜이 표방하던 의식은 꺾였다는 흐름을 타게 되지만 시오크와의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지키멜은 제국을 피를 마시는 새로 생각했는데 그 주장이 이렇다. 갑자기 생겨난 아라짓 제국은 통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소유하게 됨에 따라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이끌어 나가는 것이 크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아이저 규리하같은 서약지지파는 중앙집권화는 아직 아라짓 제국으로써는 무리라면서 제국의 힘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분권시키는 주장에 명분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치천제 실종 후에는 지키멜의 예상대로 주인이 없어진 제국에 전국시대가 열렸다. 물론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와 같은 천재적인 인물들만 계속 황위에 오른다면 큰 문제야 없겠지만 그런 천재는 다시 나오기 힘들고 후임은 현상유지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붕괴해가는 제국의 일부를 도려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제국은 멸망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신세계의 신이 되겠다는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천제는 분리주의 전쟁, 서약지지파 전쟁 등 말 안듣는 제후들을 두들겨 패고 발케네에서는 몽골처럼 마차바퀴보다 큰 남자는 다 죽이라는 식으로 몇살부터 몇살 사이는 다 죽이라는 학살극을 벌였다.
정치적 감각은 있는 걸로 묘사된다. 외부의 위협과 민족주의를 통한 단결[12] 로 비나간 왕국을 세우고 비나간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칭왕질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심지어는 한동안 발케네에 점령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 지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작중의 비나간은 키탈저 유민들과 다른 나라의 용병들, 그리고 비나간인들로 이루어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다지 혼란상태에 빠지지 않았음을 생각해 보면 능력이 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인물. 실제로 무리를 모으는 힘이라든가, 언변 등은 훌륭한 수준이다. 물론 정작 가장 중요한, 왕국을 지킬 군사적 힘이 부족했지만 시모그라쥬를 꽤나 귀찮게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13]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 본 혜안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제국은 확실히 멸망했다. 적어도 치천제가 이끌던 제국은 멸망했다. 그 이후 새로운 제국이 생기겠지만, 이전의 제국만한 힘을 보일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아라짓 제국은 사모 페이로부터 이어지는 적통이자 빼어난 천재인 원시제가 만들었기에 모든 사람에게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새로 생겨난 제국에는 그만큼의 정통성은 없기 때문. 치천제는 자신이 용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원시제의 정통성을 박살냈다. 대호왕은 시모그라쥬에서 거병한 것으로 이미 악명을 잔뜩 들이켰을 것이다. 치천제 실종 이후에는 다른 지역을 침공하며 깽판을 쳤고 치천제가 귀환한 뒤로는 거꾸로 충실한 앞잡이 노릇을 했던 스카리 빌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와중에 지키멜은 비나간에서 칭왕을 함으로써 비나간인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치천제가 죽는 순간까지 혁명을 계속했던 '드라카의 아이들'이 지키멜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치천제가 사라지고 세상이 군웅할거의 시대를 맞이했을 때 이는 웬만한 지역 군웅보다 지키멜이 앞섰다는 증거로서 작용할 것이다.
단, 엘시 에더리, 정우 규리하를 중심으로 세워질 것으로 암시되는 신제국 또한 제국의 최고 무장이자 실질적 황태자였던 엘시, 유서 깊은 규리하 가문의 후계자이자 신화적인 능력의 소유자, 치천제의 계획을 저지시킨 주역인 정우의 존재로 인해 정통성 없는 그냥 힘 센 무장세력에 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3.1. 하지만...
그럼에도 엘시 앞에서 똑부러지게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했고[14] 정작 나라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제국을 이끌든 결국 제국은 망가지고 말 거라는 자신의 주장도 기세가 꺾이게 되었다.[15] 이것 외에도 아마 작가의 의도대로겠지만 은근히 철부지나 아직 경험없는 허당끼가 넘치는 묘사가 안습하게도 한가득이다.
증조부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부하들이 초짜티를 내는 모습이라든가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른팔인 부하 팩스벗이 여동생 연애 문제를 터주겠답시고 이걸 미리 정보를 외부에 발설해버린다거나. 자기 스스로도 게라임 지울비를 억류하려다 반격을 당해 기절하기도 하였고 그에게 협조하라고 의사를 타진했다가 시아버지한테 태도나 제대로 하라고 면박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비나간 후작궁에 파옥하러 온 그을린발에게 쫄기도 하였다(...).[16] 스카리 빌파가 자기를 체포하러 진군해 왔을 땐 능력도 없는게 입만 살았다며 개무시를 당하는 등 굴욕도 겪는다.
게다가 빼도 박도 못할 분명한 실책도 한가지 있는데 '''나라를 지키려면 모든 경우수를 고려해봐야 할 사항에서 "제국이 부활할 수 없다"는 자기 이념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 아예 그 부분을 고려해 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17] 게다가 제국 부활과는 무관하게 시모그라쥬를 저지할 방도를 생각해 둔 것도 아니다.
시모그라쥬 군의 총력은 인간 40만명 이상이다. 이는 전체 제국군의 5분의 1에 달하는 숫자이며, 그들 모두가 제국군 답게 정예병과로 작중 지키멜의 군사 고문은 두 배의 숫자를 가정하는게 안전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유료도로당을 돌파한 시모그라쥬군의 수는 10만인데, 그들의 지휘자는 제국 상장군답게 전략 전술면에서 출중한 베로시 토프탈. 작중 비나간 군의 묘사는 '훈련 수준이 부족하여 군기가 엉성한 군대' 정도인데, 그런 병력으로 최소 10만, 최대 40만에 이르는 시모그라쥬 정예군에 저항하려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녀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의문은 제국부활담론에서도 마찬가지로, 엘시 에더리가 제국군 규합을 성공한 시점에서 '''제국 부활은 확정되었다.''' 작중 등장하는 코세 칸디드 백작이나 머리가 있는 다른 유력가들은 '엘시 에더리는 시모그라쥬군에게 승리할 것이 뻔하고, 그렇다면 흑사자군은 엘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황위에 올리지 않을 테니 엘시는 황제가 된다. 만에 하나 시모그라쥬 군이 승리한다면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고, 역시 황위에 오르게 된다.' 라고 판단했고 틸러 달비 나 이레 달비 역시 이에 동의한다. 즉 제국의 내구성이나 사후 전망, 기타 등등을 접어두고서라도 제국 부활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국 부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흑사자군 100만의 부대 한가운데에서 엘시에게 '제국 부활은 불가능하다. 환상을 버려라' 라고 단언하는 사상에 도취된 듯한 행동를 하였다.
인물을 보는 눈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마지막 대화에서 증조부 역시 나름의 뜻과 식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증조부의 식견조차도 증조부와의 대면 이전에는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100만 대군을 규합해 시모그라쥬군을 일순간 한계선 저 끝까지 밀어버린 엘시 에더리를 '''"엘시 에더리는 아까운 인물이지만 저렇게 붙잡을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리다 자멸하게 놔둘 수 밖에 없다."'''고 평가하는데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며 정우 규리하를 순진하다고 속으로 비웃는 부분에선 초반부의 틸러 달비가 연상되기도 한다. 난세의 시기에 타인의 역량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주제에 가소롭게도 그들을 이용해 그 사이에서 뜻을 이뤄보려고 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할 부분이 없다.
그 때문인지 인복은 정말 지지리도 없다. 일단 비나간에 있던 때부터 최측근이라고 있는게 그 멍청한 팩스벗 졸다비였는데, 같은 시기 유력한 군웅들에게 얼마나 뛰어난 부하들이 많았는지 생각해 본다면 격의 차이가 너무나도 심하게 난다. 정우에겐 즈믄누리의 무사장과 레콘 둘, 아이솔 형제, 파림 부녀, 굴도하 남작 부부 등이 있었고 엘시에겐 이레와 레콘 셋, 그리고 시허릭과 니어엘을 위시한 제국군이 있었다. 이이타에게는 헤어릿 에렉스가, 토프탈 가엔 베로시 토프탈이, 심지어 스카리에게도 힌치오와 팔리탐 지소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인복이 눈물나게 없다고 해야 할 듯.
결국 밑천 다 털리고 규리하로 도주해서는 막장의 끝까지 가게 되는데 집 주인을 유폐 감금한다거나 너무 얄팍해서 사라말 아이솔이 단번에 정우가 아직 성내에 있으며 지키멜의 중독은 자해임을 간파해버리는 한심한 음독자해를 하기까지에 이른다.
그리고 이외에 까이는 이유중 하나는 시오크와 함께 참 '답답한' 커플이기 때문인데, 물론 공식 최악의 커플 1호인 부냐-스카리에 비하면 덜하지만 이쪽도 좀 만만찮게 엇나간다.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그러다가 또 갑자기 기세가 꺾여서 폐인모드를 찍는 시오크나, 말이 좀 많고 표독스러운 면이 있는 지키멜이 어울려 링겔만 효과를 내는데 이게 보기가 참 짜증난다고 하는 독자들도 많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도 있고, 안티도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 능력이 없지는 않았고, 정치나 외교를 펼치며 큰 문제까진 일으키지 않고 잘 풀어나갔지만, 사람 이상의 존재들이 판치는 동란의 시대에는 많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혁명가가 되기보다는 사상가로 남는 것이 나았을 인물.
이 점에서 발견되는 역설은, 그녀 자신은 '꿈을 쫒는 자들' 이나 '이상주의자', 즉 명분과 논리만을 앞세워 현실성 없는 이상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혐오했지만... 정작 자신의 정치적 행보 자체가 이상론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니지 못했다는 바. 작중 세계관에서 명분이나 논리 따위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현실주의자의 대표격인 발케네인인 스카리 빌파가 공격해오자 제국 및 치천제 타도의 당위성(...)을 외쳐서 저지하려고 하다가 상황을 타파할 힘이 없는 자의 변론일 뿐이라고 비웃음당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 말하자면, 거시적인 정치담론에서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런 거시적인 담론을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영역에서는 지키멜 역시 꿈을 쫒는 이상주의자였던 셈이다(...) 설령 황제 귀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국이라는 상위 체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전국시대가 펼쳐지면 약소국이 군사적으로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불충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요컨데 현실주의적인 사상가이긴 했지만 현실 정치가로써는 (사상가들이 자주 그렇듯) 이상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했던 것.
또 달리보면 화려하게 실패하지 못하고 구차하게라도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중에 제이어가 본 미래에서 헨로의 성을 사용하는 왕에게 대적하는 유료도로당과 결탁한 세력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1] 대표적으로 지키멜 퍼스 자신에게는 '아라짓 제국'.[2] 이 과정에서 시오크가 준비한 자작극에 역으로 봉변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3] 자기는 세 왕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나간 왕국, 시오크라는 왕국,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 것에 대한) 분노의 왕국.[4] 칼 한자루 준비하는게 유일한 대책이라고 했다. 자살하는게 아니라 머리밀고 출가해서 하인샤 대사원으로 망명하려고.[5] 덤으로 이런 대화도 오갔다. '''지키멜 曰''' : "하지만 네가 비나간 왕국을 인정하지 않겠다면(무력으로 그냥 밟아버리겠다면) 나로선 방법이 없는것도 사실 아닌가? / '''엘시 曰''' : "그건 앞으로 선출될 황제 폐하의 결정에 달린 것이고 난 '''아직 칭왕한 패역자가 여기 있으니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다.'''" - 이 대답을 들은 지키멜은 긴장을 빡세게 탄다.[6] 이 말을 듣고는 엘시가 꿈을 쫒는 자들의 대표로 보여서 찻물을 끼얹고 싶어졌다고.[7] '쓸데없이 성능좋은 전쟁영웅' 이라 생각한다. [8] 스카리 빌파 앞에서 "적이 없어진 제국은 끊임없이 내부의 적을 찾아 파괴해야 하며 이 내부의 적도 결국 제국인데 결국 치천제야말로 제국의 적"이라고 일장연설을 펼치지만 스카리는 상황을 타파할 힘이 없는 자의 변론일 뿐이라며 비웃기만 할 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맞는 말이긴 했다만 스카리가 그런말을 들을리가... [9] 지키멜은 정우를 하품나올 정도로 순진하다고 비웃는다. 물론 비빌 언덕이 없으니 속으로만.[10] 사실 딱히 이간질은 아닌게, 지키멜은 치천제가 정우와 엘시를 결혼시키려는게 거짓이며 황제가 규리하를 칠 것이라 예측했고 그 예측을 규리하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해극을 꾸몄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11] 시오크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히베리는 자기의 기준으로 11만 명의 시모그라쥬군을 "평가"했고, 그 결과 끔찍한 학살이 일어난다.[12] 지키멜의 경우는 '''용의 자손'''으로 대표되는 비나간인의 자부심과 '''잃어버린 왕'''이라는 북부인의 한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13] 그 실질적 주체가 비나간이나 지키멜 자신이 아닌 키탈저, 유료도로당이긴 했지만 시오크는 같은 패였고 키탈저를 끌어들여 동맹을 맺고 이를 이용해 내부 결속을 성공시킨 것 또한 지키멜이다.[14] 단순히 논리적으로 따지면 엘시가 지키멜에게 '제국 부활이 불가능함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형적인 악마의 증명 이기는 하다. 제국 부활의 가능성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증명해 보일 문제이지 제국 부활의 '불가능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 하지만 문제는, '자신은 황제가 아니고, 제국의 부활을 증명하지 못했기에 자신으로써는 지키멜의 행동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논리적 선을 지킨 엘시에 비해 지키멜은 '제국의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내 주장에 옳으니 너도 내게 동의하라'고 주장했다는 것. 순수한 논증이 아니라 주장과 설득의 영역으로 넘어간 이상, 거증의 책임 역시 지키멜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논리적 입증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수준에서 보면 '제국이 부활할 것이다' 와 '제국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중에서 지키멜은 제국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너무 큰 판돈을 걸었고, 제국이 부활할 경우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실패를 자초한 셈.[15] 또 비현실적인 이상주의를 혐오한다면서 난세에 힘없는 소국이 가능하리라고 뜻을 고집한 것도 좀 비현실적이다. 엘시가 없었더라면 비나간은 시모그라쥬군을 막을 수단이 시오크의 유료도로당 뿐이나 다름없는데 설사 시오크가 잡히지 않았더라도 유료도로당이 시모그라쥬군을 완전 저지할 수 없었다.[16] 쫄아서도 쫀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용감하게 행동하긴 했다. 그런 지키멜한테 그을린발이 아량을 베풀기도 했지만.[17] 애초에 제국군을 규합하러간 엘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