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규리하
'''"믿고 싶어요!"'''
1. 개요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 인물. 아라짓력 30년 당시 18세다.[1] 라수 규리하의 종증손녀.
작중 묘사에 의하면 '조그마한 체구, 길고 검은 생머리[2], 도담[3]한 가슴'의 소유자 이다.
변경백 아이저 규리하의 장녀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죽을 뻔한 것을, 바우 머리돌 성주가 즈믄누리에서 키우기로 결정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즈믄누리에서 자랐다. 때문에 규리하 전쟁을 앞두고 규리하로 돌아오기 전까진 가족과 만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정우는 도깨비들이 붙여준 이름이며, 인간식 이름은 비셀스다. 도깨비식 이름으로는 규리하에서 태어난 정우라 정우 규리하이고 인간식으로는 규리하 가의 비셀스라 비셀스 규리하가 된다. 본인은 비셀스보다 정우라는 이름을 친숙하게 여기며 선호하여,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전부 정우라고 부른다. 종종 정우를 비셀스라고 부르는 캐릭터들이 있긴 하나, 작품 내에서 그녀는 일반적으로 정우라 불린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묘사에서도.
어린 시절 내내 도깨비들 틈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사고방식이며 행동거지가 거의 도깨비에 가깝다. 여느 도깨비들처럼 온화하다거나, 재미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거나, 권력이나 돈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거나. 그 외에도 여타 행동거지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이 많다. 가령 도깨비들은 물로 몸을 씻을 일이 없기에 아주 희한한 방법으로 세수를 하는 등. 하지만 정우가 그저 온화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이것은 다른 도깨비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친구가 폄하당하면 화를 내며 타인이 잘 모르면서 함부로 아는 체하고 마음대로 넘겨짚거나 하면 거부감을 표하기도 한다. 물론 도깨비 사이에서 자라난 인간답게 그 싫은 표현도 상당히 온화하지만 단호하다. 작중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않고, 자기가 확실하게 아는 것만을 가르쳐주는 '인간'은 엘시 에더리 밖에 없다고 말한다.
행동거지가 일반적인 인간의 상식에서 다소 벗어나 있어 괴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저 인간 세상에 어두울 뿐이지 어리석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정치적 감각이나 창의력, 대범성에선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편이다. 어떻게 보자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즈믄누리의 주민들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는 바우 머리돌 성주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2. 상세
아이저 규리하와 황제 사이의 갈등이 커지자, 정우는 인질이 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즈믄누리에서 불려나온다. 하지만 규리하는 전쟁에 패했고 병약한 그녀는 도주할 수 없었다. 이 때 남겨진 정우가 적에게 이용당할 것을 염려한 동생 시카트 규리하에 의해 살해될 뻔 하나 틸러 달비에 의해 구출된다. 그 후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국법에 기반하여 규리하 변경백의 지위를 계승할 것을 요청받는다. 규리하 공으로서 그녀의 지위는 백작이자 대장군인 엘시 에더리보다도 높지만[4] 정우 본인의 성격과 규리하 자체가 황제에게 반역했다는 입장인 탓에 초반까지는 엘시가 규리하의 정무를 관리했다. 그리고 규리하를 안정시키기에 적합한 인재와 결혼하게 되는 운명에 처하는데 이때 혼사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지명된 것이 대장군 엘시 에더리였다.[5]
본인의 기호와는 무관한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다지 침울해하진 않으며, 엘시를 신뢰하고 있기에 그가 골라 준 신랑감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덧붙여 정우의 남자 취향은 본인의 말에 의하면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아이를 좋아해서 가지고는 싶으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아버지가 없어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안겨주고 싶진 않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그 말에 대해 오랜 소꼽친구 격인 탈해 머리돌은 탐탁찮은 반응을 보인다. 정우는 즈믄누리에서 줄곧 지내면서 아이를 접해본 적이 없기에[6] 아이를 그저 관념적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작중에서 은근히 암시되는 바에 따르면,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저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정우가 은연중에 자신은 인간을 사랑할 수(연애감정적인 의미에서의 사랑) 없을 것 같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인 입장을 이용하려 하는 주변(황제에게 이용당할 것을 우려해 자신을 죽이려 한 동생 시카트나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결혼시키려 하는 황제와 제국인 등)과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만은 않고, 현명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머리가 아닌 가슴을 따르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여성이다. 그 모습이 주변인들에게는 또한 기행으로 보인다는 것이 특이한 점.
아버지인 아이저 규리하가 보낸 암살자가 잡혔을 때 그 자리에서 '''"아빠, 힘내요!"''' 라고 외친다거나, 자신을 납치하러 온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이 싸우다 다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또는 직권을 남용한 골케 남작을 혼내주려고 그를 직접 벌하는 대신 그의 성채를 묻어(!)버린다든지[7][8] 하는 일련의 행동은 일반인들에게는 기행으로 보이기 쉽지만 동시에 배포가 대단하고 뭔가 차원이 다른 됨됨이로 비쳐져 우러름을 받기도 한다.[9]'''저는 믿고 싶어요.'''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믿지는 않아요.'''
이런 독특한 사고방식 때문인지 하늘치의 '환상 계단' 이용에 매우 뛰어나다.[10] 환상 계단 덕분에 하늘누리가 규리하 근처에 있을 때는 새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늘치 주변에서 일주일 이상 날아다니며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도 멀쩡하기도 했으며, 허공답보자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또한 작중에서 라수의 방 출입 방법[11]을 아는 건 오직 도깨비와 정우, 그리고 미리니름이 되는 어느 인물뿐이다.
즈믄누리의 도깨비 무사장인 탈해 머리돌과 친한 친구 사이이다.
작중에서 유일하게 기계 새와 말이 통하는 사이다. 전혀 앞뒤 안 맞고 뜬금없는(그리고 쓰잘데 없어 보이는) 소리만 하는 기계 새이지만 정우는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기계 새에게 물어보고 해답을 얻는다. 이 부분이 좀 알쏭달쏭한 부분인데, 기계 새가 하는 대답은 분명 엉뚱한 소리지만 정우는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낸다. 이걸 엉뚱함으로 포장된 기계 새의 지혜로 봐야할지, 아니면 맛이 간 대답에서도 사고의 진행시켜 답을 찾아내는 정우의 능력으로 봐야 할지는 작중에서도 뚜렷히 드러나지 않는다.[스포일러] 분명한 건 정우가 기계새를 '새님'으로 부르며 아낀다는 사실.
그녀의 몸에는 밤의 다섯 따님 중 하나인 꿈이 이식되어 있다. 탈해가 다른 도깨비와 달리 도깨비 불을 쓰지 못하는 정우를 도와주려다가 사고 친 것이 원인이다. 어린 정우는 다른 친구들은 다 불을 쓸 수 있는데 자기만 못 쓴다는 것에 우울해하는 상태였고 탈해는 그런 정우를 돕기 위해 친구들을 속일 계획을 짠 것. 다른 도깨비 친구들을 불러모아 놓고 정우가 불을 쓰는 척하면 탈해가 대신 불을 써준다는 계획이었는데,[12] 탈해가 그만 뜨거운 불을 사용해 버렸다. 도깨비는 불에 해를 입지 않지만 인간은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과 몸이 죽어도 영혼이 영원히 살아서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도깨비와 달리 인간의 삶은 단 한번뿐임을 잘 알지 못했던 탓이다. 이 때 정우는 끔찍한 화상으로 죽을 뻔했고 즈믄누리의 바우 성주는 정우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몸에 꿈을 이식해 화상을 꿈의 세계로 보낸다. 즉 화상을 꿈 속에서 입은 일로 만든 것.[13]
화상을 꿈 속에 봉인한 것이기에, 꿈을 몸 밖으로 개방하면 꿈 속에 봉인했던 화상이 현실로 돌아와 정우는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정우가 개방한 꿈을 보게 되면 꿈에서 깨기 위해 곧 잠에 빠지게 되고,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묘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14] 치천제가 하늘치 말리와 아라짓 전사들을 데리고 규리하 성을 침공했을 때 꿈을 개방해 아라짓 전사들을 무력화시키고 치천제에게 큰 충격을 준다.
그리고 치천제의 정체가 밝혀지자 치천제를 만나 죄를 돌려받기 위해 말리를 쫓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치천제를 물리치고 정우를 황제에 올리고자 하는 발리츠의 계략으로 어영부영하는 사이 용 레이드 팀의 리더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실질적으로 한 일은 소리의 운전수. 싸움에는 별 활약을 못했지만 그녀가 끝까지 가지고 다닌 기계 새가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모든 싸움이 끝나고 치천제가 살리기 위해 말리에서 내던진 엘시를 날아서 마중나간다.
3. 엘시와의 떡밥
엘시와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부연하자면, 작 중 내내 '여러 의미로' 붕 떠 있는 정우가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 엘시였다. 틸러가 자신을 '제멋대로' 살린 것에 대해 맘에 들지 않아하며 엘시와 비교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한다.
탈해, 틸러 달비와도 플래그가 있었지만 탈해는 종족 차이, 그리고 틸러는 정우 스스로나 틸러나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친우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일단 엘시는 정우를 어디까지나 규리하의 후계자로 정중하게 대했지만 가끔 정우의 천연스럽고 비상식적인 행동에 정줄놓고 당황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엘시가 망가지는 몇 안되는 장면들. 부냐에게도 보이지 못한 분노를 정우에게 내비친 적도 있고. 또한 엘시를 대하는 정우의 태도는 분명 평범하진 않았다. 눈 내리는 걸 보고 대장군님은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는 씬이 있었을 정도.
엘시가 제국의 일때문에 번다하면서도 정우의 일에 신경쓰자 정우는 엘시에게 자신이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엘시에게 자신에게 청혼하라고 요구하고 자신이 거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한다거나[15], 친척이자 집안의 어른인 굴도하 남작 부인이 중매를 서겠다고 나서자 자신은 엘시가 골라주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등 엘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암시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결말 부분과 제이어 솔한의 '하늘에서 신랑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라는 발언에서 유추해볼 때 엘시와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발언의 주체가 제이어 솔한이니 만큼 화려하게 실패할 예언일지도 모르며 제이어가 본 미래는 륜 페이가 본 과거처럼 왜곡되어 제이어가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또한 이영도 작가 특유의 클리셰 파괴 때문에 평범한 소설이었다면 틀림없었을 암시도 결코 확정지을 수 없다.
[1] 치천제의 즉위년에 태어났다. 아라짓 제국이 성립되던 해 태어난 엘시의 나이와 함께 고려해볼 때 상징성 있는 나이로 보인다.[2] 의도적이다 싶을 만큼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외모 묘사를 하지 않는 본작에서 얼마 안 되는 외모 묘사 중 하나가 정우의 검은 생머리다.(탈모 진행 중인 락토 빌파라든가 검은 레콘 지멘 정도가 등장인물 외모 묘사의 전부.[3] 탐스럽고 야무지다.[4] 규리하 변경백은 제국법상 공작과 대등한 지위를 지니며(그래서 백작인 변경백임에도 규리하 '공'의 칭호가 허락된다) 공작은 제국 최고대신인 삼고, 즉 엘시의 상관 태위와 동격이다. 실제로 엘시는 자신과 대등(백작위) 혹은 그 이상인 상대에게는 경어를 사용하지만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인물에게는 하대한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5] 얼마 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치천제와 데라시 투나는 두 사람을 결혼시킬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매 같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젊은 엘시를 일부러 지목한 것.[6] 도깨비의 아이는 위험하다. 막 불 다루는 방법을 배워서 제어가 안되기 때문에. 후반부에 밝혀지는 일이지만, 이건 탈해 본인의 경험이었다.[7] 이 사건을 계기로 '''성채 매장자'''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또 이 일로 인해 그 이전에는 '즈믄누리에서 지내다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 책임지게 된 비운의 귀공녀' 정도였던 세간의 인식이 '''성 하나를 눈 깜짝 안 하고 묻어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행동력의 괴짜'''로 아주 스펙터클하게 바뀌었다(...).[8] 딴에는 논리적인 해결책이었다. 통치권을 압류할 생각은 없었으니 통치에 필요한 수단은 빼앗아갈 수 없고, 남작이 성에서 결사항전하는 상황 즉 성에 기대 싸우려 하는 상황이었으니 성을 뺏아야 했고, 마침 레콘 300명 즉 성 한 채를 하루만에 묻어버릴 수 있는 병력이 따라온 상황이었으니 성을 묻어버린 것.[9] 당장 위에서 언급된 암살자들도 정우가 아버지에게 힘내라고 말하자, '''아무리 도깨비들과 성장했어도, 역시 대호 새끼는 대호'''라고 감탄할 정도다.[10] 환상 계단의 이용 방법은 사용자의 상상하는 능력에 기인한다. 괄하이드는 평범한 계단, 라수는 에스컬레이터, 엘시는 앉아서 움직일 수 있는 리프트 형식으로 만들 수 있다. 정우의 경우, '''아예 보이지 않는 계단을 상상'''한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는 계단은 형성 자체도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고... 여담으로, 라수 규리하가 세기의 천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는 상상력 하나만큼은 전무후무한 존재라는 셈이 된다. 과연 무류성의 주인(...)[11] 라수의 방은 즈믄누리에서 통째로 떼어온 방이기 때문에 즈믄누리와 마찬가지로 출입 방법이 상식을 초월한다.[스포일러] 최후반 기계 새의 유언(?)으로 봐서는 전자가 가능성이 더 높다.[12] 등에 불의 날개를 달아주려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 정우가 '날개, 그래. 날개가 좋겠어.'하고 잠꼬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시절 꿈을 꾼 것인지도 모른다.[13] 이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탈해는 뜨거운 불을 못 쓰게 된다.[14] 보통 꿈에서 깨고들 나면 이상한 느낌을 받는데, 그런 느낌이 매우 심하게 깊게 오래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15] 굴도하 남작 부부는 도깨비의 방식인가 하고 당황했으나 탈해 역시 당황하는 걸 보고 정우가 한 일이 도깨비 입장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행위란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