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略取誘引人身賣買罪
1. 개요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이하 약취유인죄)는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둠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흔히 유괴라고 하는 범죄인데,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납치한 경우라면 그 목적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형법상 약취유인죄보다 법정형이 가중된다. 동법 제5조의 2에 의하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납치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며, 실제로 돈을 달라고 했다면 돈을 받았든 못 받았든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또한, 미성년자를 납치할 때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으로 납치했다면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며, 실제로 살해했다면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일반적인 인질 사건이라면 이는 인질강도에 해당하고,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유괴의 법정형이 매우 높다. 다만 실제 양형상으로는 유괴살인이 아닌 이상 형량을 그렇게 엄하게 내리지는 않는다. 무기징역까지 가는 경우는 유괴살인이 아니면 없고 대부분은 징역 수년 정도가 선고된다.
참고로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인 다른 범죄로는 사망사건 뺑소니(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주거침입강간, 흉기휴대강간 등이 있고(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인 다른 범죄로는 강간상해(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가 있다.
약취유인죄는 사람의 자유 가운데 신체 활동의 자유, 특히 장소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체포감금죄와 그 성질을 같이한다. 다만 체포감금죄에 있어서는 장소선택의 자유와 범위가 일정한 장소에 한정되어 있음에 반하여, 약취유인죄는 이러한 장소적 제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 죄의 차이가 있다.
약취유인죄는 모두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엄격히 볼 때에는 그 죄질이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약취유인죄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연혁에 기인한다.
약취유인죄 가운데 노예매매죄는 순수히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범죄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약취유인죄는 보호자의 감독권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 추행등약취목적유인죄는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추행, 간음, 결혼, 성매매와 성적 착취), 생명과 신체(장기적출)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 역사
로마법에서 약취유인죄라 볼 수 있는 지배권약탈(plagium)은 노예를 소유하는 주인이나 유아에 대한 부친의 지배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였다. 1794년 프로이센의 일반란트법은 약취와 유인의 죄를 비로소 자유에 대한 죄로 규정하기 시작하였으며, 동법은 유아를 부모로부터 빼앗거나 사람을 약취, 유인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간음을 위하여 부녀를 유인하는 것도 별도로 처벌하였다. 한편 근대에 이르러 인도주의의 영향으로 노예와 부녀의 인신매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노력의 결과로 여러 국제협정이 체결되자, 노예매매와 부녀매매의 금지도 본죄에 포함되기에 이른 것이다.
3. 보호법익
형법 제31장 약취유인죄의 보호법익이 개인의 자유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이 가운데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유인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유인죄에 있어서는 ①피인취자 본인의 자유권만 그 보호법익이 된다는 견해 ②보호자의 감독권이 보호법익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③통설은 피인취자(미성년자)의 자유권이 주된 보호법익이지만 보호자의 감독권도 또한 부차적인 보호법익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생각건대 ①피인취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는 보호자의 감독권도 보호할 필요가 있고, ②법정대리인이 아닌 보호자에게도 고소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피인취자 본인의 자유권만 보호법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한편 미성년자약취유인죄의 보호법익을 미성년자의 자유권이 아니라 보호자의 감독권 또는 교육권(Erziehungsrecht)이라고 하는 것은 종래 독일의 통설이 취하였던 견해이다[2] . 그러나 인적 보호관계를 구성요건으로 직접 규정하고 있는 독일형법과 달리 형법은 단순히 미성년자를 약취유인하면 동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유인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어디까지나 미성년자의 자유권이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죄의 보호법익은 피인취자의 자유권이지만 피인취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는 보호자의 감독권도 포함된다는 통설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유인에 의하여 스스로 가출한 경우에 미성년자의 동의가 있지만 그 동의가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는 물론, 진의에 의한 동의가 있더라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본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3]
약취와 유인의 죄의 보호법익이 보호받는 정도는 침해범이다. 따라서 본 죄는 피인취자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둘 때에 기수가 된다.
4. 종류
[1] 2013년 이전 본 장의 명칭은 '약취와 유인의 죄'였다.[2] 종래의 독일형법 제235조는 '18세 미만의 사람을 위계, 협박 또는 폭행으로 그의 부모, 후견인 또는 보호자로부터 인취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1998년의 개정을 통하여 '(1)18세 미만의 사람을 폭행, 협박 또는 위계에 의하여, 14세 미만의 미만의 소년을 친족이 되지 않고 부모, 친권자, 후견인 또는 보호자로부터 데려간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한다. (2)14세 미만의 소년을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부모, 친권자, 후견인, 또는 보호자로부터 데려간 자도 같다.'로 개정되었다. 이에 의하여 독일형법의 미성년자약취유인죄의 보호법익도 부모의 가족법상의 보호권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본인의 자유권 내지 그의 육체적, 정신적 발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게 되었다.[3] 대법원 2003.2.11 2002도7115(공보 2003,870) '미성년자약취죄의 입법취지는 심신의 발육이 불충분하고 지려와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그를 약취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데 그 입법의 취지가 있으며, 미성년자의 자유 외에 보호감독자의 감독권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공범들이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고 있던 그 아버지의 감호권을 침해하여 그녀를 자신들의 사실상 지배하로 옮긴 이상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된다 할 것이고, 약취행위에 미성년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본죄의 성립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