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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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und Burke
1729년 01월 12일 ~ 1797년 07월 09일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 (선량한 이들의 수수방관은 악이 승리하는 데 유일한 조건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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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정치인. 그의 사상은 현대 보수주의 정치사상의 한 기틀이 되었기에, 최초의 근대적 보수주의자라고도 여겨진다. 다만 아이러니한건 정작 버크가 활동할 당시 그는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당대 영국 기준으론 진보적 스탠스였던 휘그당 당원이였고, 실제 버크 자신도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자처했는데, 자세한 내막은 후술 내용 참조.
2. 생애
2.1. 미국 독립혁명에 찬성하다
버크는 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 역시 영국인의 후예들이므로 식민지배 또한 영국 헌정 질서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영국 헌정 질서란, "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라는 대원칙이다. 이러한 생각에 근거해 버크는 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의 봉기가 영국 헌정 질서의 위반에 대한 항거라고 규정하며 옹호했다.
(주로 사회계약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개인의 자유 때문에 독립혁명을 옹호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버크는 그의 저서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그러한 자유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했다. 그의 자유관은 중세적 자유관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775년 3월 22일 버크는 미국 혁명 전야에 의회에서 연설을 하였다. 그는 여기서 '자유(freedom)에 대한 사랑'과 '자유(liberty)의 강렬한 정신'이 미국 식민지 거주자들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 당시 미국인들이 로마 가톨릭이나 성공회가 아닌 프로테스탄트이며 그것이 마음과 의견의 내적 복종에 가장 저항적이라고 말하였다.
3. 사상
일반적으로 사상사에서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경제에 있어서 기회주의적이란 평을 받는다. 어떤 보수주의자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근거로 시장의 기능을 불신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이야말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자유시장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주의 철학의 큰 흐름은 의외로 대개 전자로 이어졌는데 반면 버크는 후자에 속했다. 실제 보수주의자라고 무조건 시장경제의 열정적 옹호자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버크 빼곤 다 자유시장에 있어 기회주의적이었다.
3.1. 엘리트주의
그는 기득권(당시엔 귀족 등)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엘리트들이 있어야 사회가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고 지도해야 사회 전반적으로 목표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신분 여하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다면 고위직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해 당대 보수주의와 궤를 달리 했다.
3.2. 점진적인 진보
버크는 프랑스 대혁명식의 급진적인 혁명이나 개혁을 반대했다.[2] 대신 영국의 의회주의와 같은 점진적인 진보를 원했다. 그렇다고 버크가 활동까지 맹한건 아니라서 그는 왕실재정과 국가재정을 분리시켰고, 반역자란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인도 지배를 혁신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독립전쟁 전 테러 위협 속에서도 북미에서의 획기적 자치를 주장했다. 가톨릭 교도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한 열혈 리버럴이기도 했다.
한편, 지금 와선 보수주의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지만 정작 버크는 보수주의자들도 혐오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보수는 현대 기준으로 보자면 수구적 반동이 태반이였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당시 토리당은 군주주의, 반동주의 보수 정당, 휘그당은 자유주의 진보 정당으로 인식됐는데, 이게 19세기까지 유지되다 20세기 들어 사회주의 붐이 일어나면서 진보, 보수의 기준이 공화vs왕정에서 노동, 복지쪽으로 많이 옮겨왔다.
사실 자유주의 자체가 현대 좌우파 모두에 엄청난 영향을 준 사상인지라 지금도 좌파는 사회주의+리버럴 좌파, 우파는 리버럴 우파+보수주의자들이 결합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3], 그러다 보니 우파 자유주의적 입장에 엘리트주의 등 부분적으로 보수주의 성향이 있던 버크가 지금은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 비슷하게 불리는 재미난 상황이 됐다고도 볼 수 있겠다. 급진적 개혁 대신 점진적 개혁을 주창했기에 그가 보수주의자였다는 식의 주장도 사실은 온건파였다 정도로 볼 수 있는 비슷한 맥락이다.
상기했듯 그의 이론은 리버럴 우파에 부분적 보수주의가 섞인 편으로, 오늘날로 치면 현실주의에 입각해 리버럴 좌파와 우파를 적절히 섞은 중도~중도우파 비슷한 스탠스라고도 볼 수 있는데, 결국 버크가 중요시 여겼던 것은 기존 질서를 존중해주되 시대의 변화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급진적 개혁은 질서를 파괴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강한 질서와 억압 역시 민중의 폭발을 불러 일으키고 도태되기 쉽기에 모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주장을 한 것. 결국 오늘날로 치면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 정도 되는 온건파 스탠스에 속했지만 할 말은 한 사람이였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4. 미(美)와 숭고의 기원
버크는 정치사상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학사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 중 하나인데, 그는 아름다운 것, 조화로운 것, 균형잡힌 것 등으로부터 야기되는 보편적인 미적 감정과 거대한 것, 거칠고 두려운 것, 기괴하고 충격적인 것 등으로부터 야기되는 숭고의 감정이 실은 동일한 기원에서 나온다고 처음으로 주장했으며,[4] 이러한 그의 미와 숭고의 동일 기원론은 이후 칸트의 판단력비판 등에 영향을 주어 미적 범주론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1]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 과정을 그린 미국의 TV 드라마 <악의 탄생>(Rise of evil)에서 인용되었다.[2] 특히, 당시 루소의 사상에 비판을 많이 했는데 아무리 인간이 자연상태의 평등이라한들 왜 스스로 정부를 세우고 질서를 만드는지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3] 리버럴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기준은 대개 경제적 관념이다. 즉, 사회적으론 대체로 진보적인 편이나 경제적으로 좀 더 공동체 지향적이냐 아님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느냐 이런 차이.[4] 숭고의 개념은 이미 2세기 경 로마 시대의 철학자 디오니시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단, 롱기누스의 숭고론은 롱기누스 본인의 저작이 아니라 롱기누스의 이름을 빌린 누군가의 저작이므로 정체 불명인 이 책의 진짜 저자를 흔히 가짜 롱기누스(Pseudo Longinus)로 통칭한다.)에 의해 제시된 바 있으나 버크가 숭고와 미의 기원을 논함으로써 비로소 숭고가 미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편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