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
1. 소개
1948년에 발표된 김동리의 단편소설. 1948년 1월 "백민"에 실렸다가 1950년에 정음사(正音社)에서 같은 이름으로 간행한 단편집 "역마"에 수록되었다.[1]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줄기가 만나는 화개장터의 주막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학창시절에 국어 좀 파봤다면 어렴풋이 내용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역마살이 붙은 주인공 이름이 성기임을 알고 킬킬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장이라 추앙받는 김동리답게 한국 고유의 운명에 대한 정서를 그리 길지 않은 내용에 잘 풀어내고 있다. 인륜과 운명을 거스르지는 못하지만, 그것 또한 이치임을 알고 편히 순응하는 그리 슬피지도 않은 우리네의 정서가 짙게 묻어나 있다. 다만 운명론적 관점보다는 개인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게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와 현대에 제작된 여러 작품들)에 익숙해진 현 시점의 학생들이 보면 약간 갸우뚱할 수도 있다.
길지 않으니 전문 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사건전개 방법에 입체적 구성이 있는 등 여러가지 소설 요소들 덕에 수능, 모의고사에 자주 출제되는 지문이다. 2016년 4월에는 고3 학평에서 이것을 각색한 버전의 지문이 나왔으며, 2016년 6월 고1 모의고사에도 나왔다.
2. 줄거리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하는 중년의 주모 옥화는 외아들 성기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주막의 전 주인이자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옥화의 어머니는 36년 전 화개장터에 온 남사당패 사내와의 사이에서 옥화를 낳아 혼자 딸을 길렀고, 옥화 역시 떠돌이 중과의 사이에서 성기를 낳았다.
옥화 모녀는 성기에게도 3대째 내려오는 역마살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역마살을 고치기 위해 성기를 절에 보내 아주 승려로 만들려고 하거나 여자랑 어떻게든 붙여주려고 갖은 애를 쓰나 성기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어한다. 옥화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성기의 역마살은 심해지고... 그러던 중 체장수와 젊은 처녀 계연을 손님으로 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체장수는 노는걸 좋아해 젊을적 남사당패를 꾸려 이곳 화개장터에서도 하룻밤 놀고 간 시절도 있으나 현재는 10대 중반 정도 되는 딸아이와 함께 행상을 돌며 먹고살고 있다. 옥화는 계연과 성기를 은근히 이어주려고 바람을 넣고 성기 또한 계연에게 관심을 가져 곧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성기와 계연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한편 옥화는 계연의 머리를 빗어주다가 계연의 귀 뒤에 있는 작은 사마귀를 보고 무언가를 직감한다. 그리고 며칠 후 체장수와 계연은 주막을 영영 떠나버리고 그 충격에 성기는 몸져눕는다.
옥화는 앓아누운 성기에게 체장수가 바로 36년 전 화개장터에 놀러와 하룻밤 놀고 떠난 옥화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계연은 성기의 이복이모였던 것. 옥화는 체장수의 과거 얘기를 듣고 계연의 귀 뒤에 있는 사마귀가 자신에게도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진실을 알아채었고 아들에게 자신을 원망하지 말라며 눈물짓는다.[2]
이듬해서야 성기는 기운을 차리고 대뜸 어머니에게 엿판을 맞춰달라고 한다. 보름 뒤 성기는 엿판에 이야기책과 방물, 엿 몇 판을 얹고 어머니와 하직한 후 육자배기를 흥얼거리며 발 가는 대로 하동으로 떠난다.
3. 등장인물
- 옥화: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 아들 성기의 역마살을 치료하려고 하나 순응해야 함을 알았다.
- 성기: 옥화와 떠돌이 승려 사이에 난 아들. 계연을 만나 사랑에 빠지나, 두 사람의 사이를 응원하던 어머니 옥화가 갑자기 반대하자 포기한다. 계연이 떠나자 몸져눕고 진실을 알고난 후 몸이 낫는 대로 하동으로 떠난다.
- 계연: 성기보다 어린 처녀로 체장수 노인과 함께 옥화네 주막에 온 인물. 성기와 사랑에 빠진다. 성기가 자신의 조카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불명. 떠나가면서 성기가 잡아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묘사가 있었으나, 성기는 당시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상태임에도 계연을 붙잡지 않았고, 계연은 울먹이며 떠나갔다.
- 체장수: 계연의 부. 역마살이 낀 인물로 36년 전 옥화의 어머니와 관계한 일이 있음.
4. 기타
참고로 사마귀는 유전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사마귀가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 만으로 혈연관계라고 하기는 힘들다.
[1] 어디까지나 우연이지만 처음으로 발표한 해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남북이 사실상 분단되었고 단편집에 실렸을 때 6.25 전쟁이 벌어졌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방랑길을 떠나는 결말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굉장히 묘한 부분이다.[2] 참고로 체장수 역시 역마살 체질이였는데, 메밀꽃 필 무렵에서 두 사람이 똑같은 왼손잡이라는 것을 묘사해 부자관계를 암시했던 연출처럼 성기와 체장수의 역마살 체질 역시 혈연관계를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