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1. 소개
2. 등장인물
3. 2차 창작
4. 여담
5. 관련 문서


1. 소개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작품의 후반부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 소설 속 문장 중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문장 중 하나이다.

소설 전문
이효석단편소설로 1936년 10월[1] 잡지 《조광(朝光)》(조선일보사 발행)에 "'''모'''밀꽃 필 무렵" 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었지만, 이 후 표준어가 정립되고나서 "'''메'''밀꽃 필 무렵"으로 정착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작품이며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이 작품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2]
한국 문학사에 대단히 큰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이른바 소설에 주로 사용되는 서사 방식에서 상당량의 묘사를 사용하면서도 그 수준이 상당히 높아 한국 소설의 수준을 필력만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듣는다. 바로 위의 구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답고 공감각적인 문체가 일품이다. 이야기 구성 면에서 꽤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주인공 허 생원이 동이에게 마음을 열어갈수록 허 생원과 동이의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진다.
장돌뱅이인 허 생원은 우연히 만난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대화 장터로 가는 길에 밤길을 동행하게 되고, 달빛 아래 메밀꽃 밭에서 자신이 젊었을 때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성 서방네 처녀와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동이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부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하는데, 이야기에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았던데다 결정적으로 동이가 왼손에 채찍을 들고 있는 것[3]을 보고 동이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확신하면서 동이와 함께 동이의 어머니가 있다는 제천장으로 간다.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이라는 것과 허 생원과 성씨가 재회하리라고 암시하면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2. 등장인물


성우는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발표된 애니메이션판 기준이다.
소설의 주인공. 왼손잡이이고 얼금뱅이다. 한 평생 장돌뱅이로 살았으나 변변한 재산도 여자도 없는 늙은이로 아직도 장돌뱅이로 떠돈다. 젊은 시절에는 돈을 조금 벌기도 했지만 노름으로 죄다 잃고 가족이라곤 늙은 나귀 한 마리뿐이라 이 나귀를 극진히 아낀다. 이 나귀도 노름으로 팔아치우려다가 그만두고 후일 노름빚 때문에 도망할 때 나귀를 데리고 가면서 너를 안 팔아 다행이라고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귀도 허 생원을 극진히 따르는데, 아이들이 짖궂은 장난을 치며 나귀를 괴롭히자 허 생원이 이성 날리며 몽둥이 들고 아이들 패죽일 기세로 달려와 아이들이 달아났다. 나귀도 도와달라는 듯이 울다가 허 생원이 오자 달라붙어 애처롭게 을어 허 생원이 부드럽게 달래준다.[스포일러]
허 생원의 친구로 나이가 지긋한 장돌뱅이다.
젊은 장돌뱅이.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태어나 계부와 마찰을 계기로 장돌뱅이가 되었다. 왼손잡이가 유전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두 사람의 부자 관계를 암시하는 문학적 장치라고 봐야 한다. [4]

3. 2차 창작


1967년 이성구가 감독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오래 전 작품이지만 소설을 좋아하면 구해서 볼 만하다. 박노식(허 생원), 김희갑(조 선달),허장강(윤봉운)[5], 김지미(분이)[6] 등 당대의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젊은 시절의 이순재가 동이 역으로 나온다.한국고전영화
KBS 1TV의 문예극장, 구(舊) TV 문학관 시리즈와 2005년 이후의 HD 문학관 시리즈에서 세 번 드라마화하기도 했다.(1979년판, 1982년판, 2005년판) 극본과 연출은 최경식/김충길 PD(1979년판), 김하림/김홍종 PD(1982년판), 홍윤정/이영국 PD(2005년판)였다.
김동화윤승운을 비롯한 만화가들도 한국 단편소설 원작 만화로 자주 그린 바가 있다.
[image]
2012년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애니화하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2014년 옴니버스 작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으로 재발표되었다. # 2014년 8월 21일에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전국 40개도 안 되는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 수준이라 제대로 홍보되지도 않아 사흘간 관객 6,713명이 보았으니 그다지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4. 여담


  • 저자 자신이 일본어로 친역(親譯)하여 발표하기도 하였다. 일본어 제목은 「蕎麥の花の頃」.
  • 교과서에도 자주 실렸고 한컴타자연습에서 긴글연습 중 맨 앞에 나오기 때문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 메밀꽃은 밤에 봐야 더 아름다운데, 이는 애초에 소설의 배경이 달밤 아래인 이유이기도 하다.
  • 봉평면에 이효석문학관이 개설되어있고 메밀밭도 있으며, 인근에는 메밀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있다.

5. 관련 문서


[1] 같은 해에 발표된 작품으로는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동백꽃'이 있다.[2] 이효석의 대표작이면서 작중 주 배경인 봉평면은 이효석의 고향인 평창군에 속하기 때문에 이효석의 출생지가 봉평면으로 잘못 알려진 예가 흔하지만 이효석의 실제 출생지는 진부면이다.[3]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이라는 복선이다. 왼손잡이는 적은 확률이지만 유전의 영향을 받긴 한다. 자식이 왼손잡이일 확률은 부모 모두 오른손잡이인 경우에는 10% 이하, 한쪽이 왼손잡이인 경우에는 20% 정도, 부모 모두 왼손잡이인 경우에는 26% 정도라고 한다.[스포일러] 나중에 새끼가 생기고 못생긴 나귀와 달리 아주 귀엽다고 묘사되는데 이를 보면 못생긴 허생원과 젊은 동이가 혈연관계임을 증명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4] 여담으로 이런 식의 혈연을 암시하는 문학상 장치(동일한 신체적 특성)는 김동리역마에서도 나온다. 메밀꽃 필 무렵은 그 장치로 인해 독자에게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게 하며 소설이 끝나지만 역마에서는 그 장치로 인해 주인공이 자신의 비극적 숙명을 받아들인다.[5] 원작에는 없는 영화판 오리지널 캐릭터다.[6] 성 서방 댁 처녀. 원작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