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죽음의 미인
猿と死美人[1]
1. 개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한 작품.
2. 소개
1938년 잡지 《킹》 2월호에 처음 발표된 단편소설. 시리즈의 다른 단편들과 비교해도 분량이 상당히 짧은 축에 속하는 작품이다. 본작에서는 유리 린타로가 등장하지 않고 미츠기 슌스케가 탐정 역할을 맡아 사건을 해결하게 되며, 같은 해에 연달아 발표된 <밀랍소년>과 <악마의 집>에서도 미츠기가 단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최초의 단독 주연은 아니고, 본작보다 3년 앞선 1936년작 단편 <고양이와 밀랍인형>에서 미츠기가 단독으로 탐정 포지션을 맡은 바 있었다.
3. 등장인물
- 미노우라 코사쿠(蓑浦耕作)
미츠기 슌스케의 학생 시절 친구로 잘 나가는 신인 작가.
- 미야(美弥)
코사쿠의 지인.
- '원숭이 수집가' 미노우라(蓑浦)
코사쿠의 부친. 일대에서는 원숭이와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미네코(峯子)
코사쿠, 미야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여성. 작중에서는 '미네(お峯)'로 통칭된다.
- 요시코(淑子)
미야의 어머니.
- 미츠기 슌스케(三津木俊介)
신닛포사의 간판 특종기자. 본작에서는 유리 대신 단독으로 등장하여 탐정 역을 맡는다.
- 도도로키 경부(等々力警部)
경시청의 형사.
4. 줄거리
도쿄에서는 드물게 안개가 자욱한 10월 중순의 어느 날 밤. 미노우라 코사쿠와 미야는 스미다가와 강 너머에서 누군가가 쏘아올린 불꽃놀이 폭죽을 신호로 강가에 자리한 어느 서양식 저택을 찾아간다. 이 폭죽은 미네코라는 여자가 쏘아올린 것으로 5발을 쏘면 그 불빛을 보고 코사쿠와 미야가 저택을 찾아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 그러나 두 사람이 저택을 찾았을 때 미네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무언가에 충격을 받았는지 "악마는 죽었다"며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 같은 몰골이 된 미야의 어머니 요시코 부인을 발견한다.
한편 그 시각 도도로키 경부가 지휘하는 부랑자 일제단속에 따라갔던 미츠기 슌스케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불꽃놀이를 보고 의아해하지만[2] 그것도 잠시, 어딘가에서 동물의 울음 소리와 방울 소리를 듣고 그 직후 강 위에 떠 있는 동물 우리 하나를 발견한다. 괴이하게도 그 우리의 쇠창살에는 끝에 방울이 달린 쇠사슬이 매어져 있었고, 그 쇠사슬의 다른 끝에는 작은 원숭이[3]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안에는 대략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미녀가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조사 도중 수상경찰서[4] 의 직원 하나가 미츠기와 도도로키 경부에게 우리와 원숭이는 미노우라라는 사람의 집 쪽에서 떠내려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귀뜸을 해준다. 미노우라는 이마도의 강변에 있는 저택에 사는 사람으로, 원숭이와 관련된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5] 그 일대에서는 '원숭이 수집가'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단서로 미노우라 저택을 찾아간 미츠기와 도도로키 경부는 그곳에서 코사쿠와 미야를 만나고, '원숭이 수집가' 미노우라가 코사쿠의 부친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조사차 미노우라의 수집품들이 보관된 일종의 전시실 같은 방에 들어간 4명은 예리한 칼로 일격에 심장을 찔린 채 죽어 있는 미노우라의 시체를 발견한다.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여자의 신원이 미네코임이 밝혀지고, 그녀가 코사쿠와 미야의 지인임을 알게 된 미츠기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코사쿠를 설득해서 증언을 이끌어 낸다.[6] 코사쿠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고리대금업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평소 온갖 악행을 거듭해온 사람이라며 그런 최후를 맞은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했다. 또한 미네코는 사실상 아버지의 후처나 다름없는 여자인데[7] , 빚으로 인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리 되었다며 미네코도 아버지가 죽은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를 것이라 한다.
한편 코사쿠와 함께 저택에 찾아왔던 미야의 목적은 미노우라 저택에서 어떤 물건을 찾는 것이었다. 그 물건이란 한 통의 편지로, 과거 요시코 부인이 미노우라에게 보낸 편지였다. 미야는 저택 안에 있는 '늙은 승려'가 가지고 있다는 요시코 부인의 말을 떠올리고 저택을 찾았다가 한 발 먼저 편지를 찾으러 온 어머니와 마주쳤던 것이다. 미야의 아버지는 유명한 정부 관료로[8] , 업무차 3년 넘게 외국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미야는 그 동안 어머니와 단 둘이서 집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요시코 부인은 남편의 오랜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미노우라와 일시적으로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게 그녀의 큰 실책이었다. 만약 요시코 부인의 편지가 아버지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한데다, 아버지의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야는 편지를 되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던 중 미노우라의 아들인 코사쿠를 알게 되었다. 미야의 사정을 알게 된 코사쿠는 측은한 마음에 아버지에게 일단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지만 미노우라는 아들의 말을 무시했고, 결국 코사쿠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네코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편지를 되찾는 데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꽃놀이는 바로 이를 위한 미네코의 신호였던 것.
5. 진실
미노우라를 살해한 범인은 미네코였다.
미츠기는 미네코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않은 범죄자의 기질을 엿보고 처음부터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9] 하지만 심증도, 뚜렷한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살인자로 단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던 중, 미노우라의 살해 현장이기도 했던 수집품 전시실의 기괴한 분위기와 범죄자들 중에는 미신이나 속설을 믿는 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미노우라의 수집품 중 사람 크기만한 '늙은 원숭이' 박제로 변장하고 죽은 미노우라의 유령을 연기해서 미네코를 낚아 자백을 유도하는 작전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미네코는 미츠기의 이 작전에 제대로 걸려드는데, 한밤중에 미노우라 저택에 잠입해 거대한 '늙은 원숭이'의 배 쪽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던 그녀는 갑자기 움직이는 박제(로 변장한 미츠기)에게 붙잡히고, "네가 이 방에서 나를 찔러 죽였다. 네가 지금 서 있는 발밑에 내 원한이 서린 피가 배어 있다"라는 (실제로는 미츠기가 연기한)유령의 목소리를 듣고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자신이 미노우라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미네코의 범행 동기는 '''미노우라에 대한 복수'''였다. 그녀는 이전부터 자신을 강간한[10] 미노우라에게 복수할 기회를 엿보던 중, 마침 코사쿠로부터 어떤 부탁, 즉 요시코 부인의 편지를 되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코사쿠와 미야가 반드시 몰래 저택에 숨어들 필요가 있었고, 이는 미네코가 노리던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코사쿠가 자신과 아버지 미노우라 양쪽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코사쿠에게 살인 혐의를 씌우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미노우라를 살해한 다음 불꽃놀이로 신호를 보내 코사쿠와 미야를 저택으로 유인하고, 자신의 어깨를 스스로 찔러서 살인범에게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 그 뒤 우리에 들어가 스미다가와로 떠내려오게 된 것.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미네코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나게 되었다.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자신이 들어간 우리를 누군가가 발견해서 구출되어야 하는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안개로 인해 발견되기는 고사하고 자칫하면 어딘가에 부딪혀 가라앉을 위험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궁여지책으로 원숭이에게 사슬을 매어놓은 뒤 끝에 방울을 달아서 일종의 무적[11] 으로 이용했고 이 방울 소리 덕분에 미츠기와 도도로키 경부에게 발견될 수 있었다.
그리고 요시코 부인이 미노우라 저택에서 정신나간 사람 같은 몰골이 된 이유는 이렇다. 요시코 부인은 '늙은 승려'가 편지를 가지고 있다는 미노우라의 말을 떠올리고 코사쿠와 미야보다 한 발 앞서 저택에 들어왔다가 방 안에 있던 '후지산을 바라보는 사이교 법사'의 그림 액자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 액자 속에서 편지를 찾기는 했지만 이 편지는 가짜였고, 기대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요시코 부인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멘붕하고 만다. 그러던 차에 수집품 전시실에서 미노우라의 시체를 발견하고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이었다.
한편 미네코가 미츠기에게 붙잡히기 전 찾고 있던 물건이란 바로 요시코 부인의 진짜 편지였다. 미네코는 우연히 코사쿠와 미야가 미츠기에게 '늙은 승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듣고 바로 그 '늙은 승려'의 의미를 눈치챈 것인데, '늙은 승려'의 영어인 'Old Monk'가 'Old '''Monkey'''', 즉 '늙은 '''원숭이''''라는 의미로 통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편지를 찾기 위해 '늙은 원숭이'의 배 쪽을 더듬었던 것. 그러나 이마저도 미츠기가 사전에 '늙은 원숭이'의 배 안에 숨겨져 있던 편지를 빼내서 보관해 두었기 때문에 결국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미츠기에게 완패한 미네코는 그 자리에 엎드린 채 소리죽여 흐느꼈다.
[1] '사미인'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하기가 다소 애매하다. 작중의 상황을 보면 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죽음의 미인' 정도가 얼추 들어맞는다.[2] 일본에서는 불꽃놀이가 여름철의 풍물시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미 가을이 한창인 10월 중순에 느닷없는 불꽃이 터지자 이상하게 여긴 것.[3] 작중에서 묘사되기로는 고양이만한 크기의 순수 일본산 원숭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원숭이로 추측된다.[4] 주로 형사사건이 빈발하거나 치안이 불안정한 연안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 현재는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3곳에만 존재한다. 작중에서 언급되는 수상경찰서는 경시청 산하의 도쿄수상경찰서로, 2008년 3월 30일 폐지되었다.[5] 미노우라 자신이 원숭이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6] 코사쿠가 좀처럼 말을 하려고 하지 않자 자신은 신문기자로서가 아니라, 학생 시절 무슨 일이든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 사이였던 미츠기 슌스케로서 그를 찾아온 것이라면서 비밀은 반드시 지켜주겠다며 그를 설득했다.[7] 그렇다면 코사쿠에게는 어머니가 아니냐는 미츠기의 말에 코사쿠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면서 미네코를 '그 짐승같은 여자'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분노하는 기색을 보였다.[8] 작중에서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9] 미츠기가 말하기로는 미네코의 성격 안에는 '기발한 범행 수법으로 남을 속이는 것을 즐기는 선천적인 범죄자 기질'이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10] 미네코가 '빚 때문에 피치 못할 상황이 생겨' 미노우라의 후처 비슷한 입장이 되었다는 코사쿠의 증언의 의미가 이것으로 설명된다.[11] 霧笛. 안개 등으로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선박끼리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울리는 일종의 경적으로 선박이나 등대에 장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