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논쟁
1. 개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주로 록 음악, 헤비메탈을 듣는[1] 리스너) "이 밴드는/이 곡은 장르가 뭐다." "아니다, 이거다." 등으로 나뉘어 배틀이 붙는 것.
주로 싸움이 붙는 장르는 락/메탈이나 2014년 이후 EDM 씬의 메인스트림화에 따른 신/구 덥스텝 간의 갈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장르 구분이 입문자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아주 약간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을 창작하는 아티스트들 중에는 장르 구분 같은 것은 신경도 안 쓰는 경우도 많으며, 이들은 오히려 자기 음악이 특정 장르로 한정되는 것을 싫어한다. 이 경우에는 그저 평론가와 팬들만의 구분짓기 놀이에 불과한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2. 상세
원래 모든 음악이 그렇듯이 장르의 딱지는 처음부터 생긴 것이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특정한 경향성/지역성/공동체성을 띠는 음악들을 대략 (때로는 무책임하게) 인위적으로 어떤 장르명으로 라벨을 붙인 것이다. 이처럼 장르명은 탄생부터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 음악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이다.
어떤 특정한 장르가 있어도 거기 속한 모든 음악인들이 완전 동일한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한 음악인도 이리저리 음악성이 변화하다 보면 동일 음악인에 대하여 여러 장르의 특성이 겹쳐지기도 하고, 분별성의 필요로 인해 장르의 이름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있던 장르 구분이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2] 이렇기에 장르의 체계화가 중요한 만큼, 장르 딱지 자체의 한계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류 발라드나 댄스 뮤직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 장르 전반이 메인스트림에 어울릴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비주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열등감이 묘하게 겹쳐지며 다른 나라들보다도 유독 전투적으로 장르 논쟁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마이너 중 더 마이너인 메탈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이루 말할 바가 없다. 이런 탓에 사소한 말다툼을 넘어서 인신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입씨름까지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심지어 초보 리스너들이 락 좀 들어보려고 몇 곡 듣고 블로그 같은 곳에 가볍게 관련 글을 썼다가, 고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온갖 욕만 먹고 상처를 받아 락에 대한 접촉을 꺼리게 되는 불운한 경우가 많다. 개중 심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블로그의 해당 대목을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애먼 카페까지 따라와서 "너 이 장르가 이거라고 했던 무식한 놈이지?"라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찌질함을 보이는 악질도 있다고.
그렇기에 결과적으로는 정말 소모적이고 상처만 받는 논쟁이다. 서로의 의사소통을 원활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락의 대중화를 막는 가장 큰 방해 요소 중 하나. 이 때문에 락을 어려운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락과 메탈의 구분조차도 애매한데, 그보다 더 애매한 하위 장르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한편으로 장르 딱지는 딱지일 뿐이지만 결국은 다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그 딱지가 그렇게 이름 붙여진 이유와 배경과 역사가 있다. 장르 논쟁에서 열폭하는 사람들이 열폭하는 데는 그런 장르 딱지에 대해 사전 지식 없는 무분별한 오용이 자기들이 애정을 쏟는 음악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르면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가르쳐주면 될 일을 욕설과 비아냥으로만 대처하는 경향이 마이너 장르 유저들 사이에서 근절되지 않아 건전한 유입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을 조리돌림할 정도라 장르 논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또한 잊으면 안된다. 애초에 장르 논쟁은 정말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하거나 순수하게 몰라서 질문했다가 아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사람이든 정말 겸손하게 물어본 사람이든 구분하지 않고 떼거지로 쫓아내는 미성숙한 문화가 원인이다. 아무리 마이너 장르 애청자가 모르는 사람이 멋대로 말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 하더라도 모르면 맞아야죠 식 문화를 알게 모르게 만들어놓고 개선하지 않은 점은 참작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