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성금 절도 사건

 


1. 개요
2. 사건 경위
3. 기타


1. 개요


2019년 12월 30일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 도난당한 금품의 특성 때문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주민들의 제보 덕분에 고액의 금품 절도 사건들 중에서는 단시간에 해결된 사건에 속한다.

2. 사건 경위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에는 매년 12월 성탄절 전후로 수천만원~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가 든 A4용지 상자를 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지는 익명의 독지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시켜 58만원 상당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現 노송동 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왔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불리게 된 그가 기부한 총액수는 무려 6억원에 달했고, 2019년은 그가 선행을 베푼 지 딱 '''20년'''이 되는 해였다. 이렇다보니 해마다 연말 무렵이면 각 언론에서 앞다투어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소식과 근황을 보도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자리잡는 가운데 노송동 일대는 '천사 마을'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고,[1] 원래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빈터였던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념하는 '천사공원'이 조성되고 '희망을 주는 나무' 조형물이 세워졌다.[2]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경 '얼굴 없는 천사'는 천사공원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6천만원 상당의 성금과 편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두고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자를 찾아가도록 했으나, 직원이 통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보니 성금 상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CCTV 확인 결과 절도에는 겨우 3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이 유례 없는 사태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고,[3] 주민센터 직원은 즉각 경찰에 성금이 도난되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전국에 수배령을 내리는 한편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범행 이틀 정도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낯선 흰색 SUV가 자주 보였다는 노송동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졌고, 그 중 한 주민은 이 차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싶어 차량 번호를 메모해 두었다가[4] 이 메모를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은 주민들의 제보와 CCTV 화면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 사건 발생 4시간만인 범행 당일 오후 2시 25분과 2시 40분경 계룡대전에서 각각 범인 A(35세, 주범)와 B(34세, 공범)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중 주범 A는 공교롭게도 충남경찰청[5] 소속 한 경찰관을 만나 성금 이야기를 꺼내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2019년 12월 28일부터 3일동안 거주지인 충남과 전북 노송동 주민센터를 오가면서 잠복했다고 한다. 범인들 중 A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를 통해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을 알고 그가 성금을 두고 가는 방법까지 자세히 조사한 뒤, 전자상거래 업체를 하나 더 차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도난당한 성금 상자는 다행히 무사했다. 이들이 도주 중 체포되는 바람에 돈을 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덕분에 6천여만원 상당의 성금 전액이 그대로 회수되었다고.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자를 노송동 주민센터로 보고[6] 회수된 성금을 주민센터에 반환했다.
전북경찰청은 2019년 12월 31일 절도범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주민에게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고, 같은 날 범인들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표창을 받은 주민은 200여 만원 상당의 포상금도 함께 받았지만, 전액을 기부했다. 자신의 월 수입보다 많은 금액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기부금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과 함께 독거노인 돌봄사업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2020년 2월 12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사건의 첫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A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재판부에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2020년 4월 14일 1심에서 A와 B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이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건전한 기부 문화를 훼손해 재범 우려가 높고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피해품(성금)을 모두 회수했으나 이는 범행 후 조기 체포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후 범인들은 선처를 호소하며 항소했지만 오히려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1년으로 형량이 더 늘었다.

3. 기타


세밑에 들려온 절도 사건 소식에 대중들은 하나같이 "훔쳐도 하필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쓰일 기부금을 훔치느냐"며 분노했다.[7]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단순 절도 사건이지만,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장장 20년 동안 꾸준히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혹시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사건으로 인해 환멸을 느껴서 기부를 때려치우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그는 주민센터에 연락하여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기부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못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자식을 통해서라도 계속할 것이라고. 글자 그대로 '''평생, 아니 사후까지도''' 이 좋은 일을 계속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29일 7천여만원의 성금을 다시 두고 떠나면서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켰다.다만 도난을 염려해서인지 성금을 두고 떠난 장소가 바뀌었으며, 자신으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버스 정류장명도 '천사마을'이다.[2] 이것 외에도 기념비가 세워지고 마을 담벼락에 천사 날개 그림 등의 벽화가 그려지고 주민센터에 기념공간이 생겼으며, 천사가 다녀가는 길이라는 이유로 주민센터 인근 길에 '천사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송동 주민센터 통화연결음은 "얼굴 없는 천사가 있는 노송동~"으로 시작한다. 천사를 소재로 삼은 연극이 공연된 적도 있다.[3]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성금 상자를 둔 장소만 알려주고 그 이후에는 일체 연락을 하지 않는데, 이 날만은 성금 절도 소식을 알고 이례적으로 주민센터에 몇 차례 더 전화를 걸어서 성금 상자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차량 번호 등이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4] 이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이 차를 세워 둔 장소는 평소 주차공간으로 쓰이는 곳이 아니었는데 굳이 그 자리에 종이로 번호판을 가린채 주차한 것을 보고 이상하게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얼굴 없는 천사를 인터뷰하려는 기자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5] 사건 발생 직후 전북경찰청으로부터 수사 공조 요청을 받은 상황이었다.[6]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의 소유권을 주민센터에 이전한 것으로 판단했다.[7] 범인이 잡힌 후 한 노송동 주민은 센터에 찾아와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며 CCTV라도 추가로 설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원이라면 민원이지만, 그 의도를 알기에 공무원은 민원인을 대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