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
1. 개요
좀비물은 현대사회에 의문의 이유로 좀비가 창궐한 뒤 무너진 세상에서의 좀비들로부터의 생존, 생존자들끼리의 영역싸움,산송장의 이야기, 혹은 좀비와 싸우는 초능력자들을 다루는 소설이다.[1]
2. 역사
좀비로 인해 인류 사회가 파멸하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비롯하여 좀비물 자체는 서양에서부터 꽤나 오래된 장르였지만, 한국에서는 00년대까지만 해도 좀비물은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이는 이능력이나 주인공의 부각이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요인에서 기인했고, 또한 스릴러적이고 현실적인 총기, 원시 무기를 이용한 생존을 서술해야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영지물·먼치킨 환생 등의 서사구조에 익숙한 독자와 작가들에게 잘 맞지 않았다.
또한 좀비물 자체에 대한 인식과 변형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아 홀로 뚝 떨어진 서양식 좀비 소설 몇 가지 정도만 가끔 출간될 뿐이었다.
다만 2009년에 좀비 버스터라는 작품이 2010년대 이후에나 유행하는 이능력과 상점창·게임 시스템·회귀 등의 그 당시로서는 참신하고 선구적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을 활용한 최초의 게임식 좀비물을 선보였지만, 당시 도서대여점 시장 하에서 이러한 장르의 작품은 별 수요가 없었기에 좀비물이 장르로서 성립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좀비물이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한건 14년도 즈음부터 웹소설 시장과 함께 다양한 트렌드가 순환되고 재생산되는 판타지 시장이 탄생한 이후로, 이 시절의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와 이능력을 버무려 여러 현대 배경 판타지들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고전적 소재인 좀비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그 동안 좀비 버스터 같은 일부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다뤄지지 않았던 좀비물 역시 작중에서 좀비의 탄생과 함께 인간에게도 초능력을 부여하는 레이드물적인 소재를 도입해 이능력을 통한 주인공의 영웅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단순한 느린 좀비와 뛰는 좀비 이외에도 다양한 몬스터 같은 좀비로 흥미를 부여해 전투적인 면에서의 자극성이 충분히 높아지며 기존의 매니아층 뿐만이 아닌 일반적인 장르 소설 독자들도 좀비물의 상당한 독자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좀비물의 다양화는 유사 장르인 아포칼립스물에서도 자주 채용되는 클리셰중 하나.
비록 현재는 정통적인 생존과 스릴러적 특성은 포기하게 되었지만 현재 트렌드에 맞춰 잘 적응된 장르로 훌륭한 작가들에 의해 가다듬어진다면 정통적인 면과 자극적인 면을 조화시켜 발전하고 있다.
3. 설정 및 클리셰
3.1. 주인공
- 대체로 주인공은 특수한 능력을 얻거나, 내성을 발달시켜 면역자가 된다. 이는 주인공의 전투에 좀비에 대한 극단적인 주의(물리거나 상처나면 끝장)를 없애 싸움의 서술에 주인공의 편의성을 높이고 등장인물들이 쉽게 쓰러지거나 사망하지 않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초능력이 있더라도, 그와 별개로 현실적인 무기술이나 사격술이 매우 뛰어나게 그려져 생존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 대체로 초능력은 좀비 바이러스와 연관된 육체적·정신적 능력이지만 간혹 아예 이질적인 초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아주 강하더라도 도시를 한번에 부수는 초월적인 힘을 휘두르지는 않으며 힘·민첩성·육체 내구도 등 개인의 능력으로서 한계가 있는 종류의 초능력을 주로 가진다. 따라서 초능력자들도 초능력만 사용하지는 않으며 총기나 냉병기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방심한 초능력자를 총기를 이용한 일반인이 제압하는 서술도 종종 등장한다.
- 이기적 주인공이 대세라 현재 좀비물들도 그에 맞춘 주인공상이 등장하지만, 좀비물에 있어서 생존자 집단 형성과 외부 집단과의 갈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에 주인공은 거의 절대적으로 소속한 쉘터가 존재하며 독고다이형 주인공은 거의 없다.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리더가 되어 이끄는 리더형 주인공이 원형이나 현재는 어느 정도 냉혹한 면을 지키며 다소 강압적으로 생존자들을 대하는 등 소위 호구 혐오증에 걸린 독자들의 요구에 맞춘 주인공들도 자주 등장한다.
- 간혹 독고다이형 주인공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떠돌아다니며 강한 힘으로 좀비들을 물리치며 인간불신증에 걸려있다. 이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른 쉘터에 들어가기로 해도 배신이나 습격 등으로 쉘터가 파괴되며 상처받는 유형도 등장한다.
3.2. 등장인물
- 주인공 외의 등장 인물은 크게 능력있는 조연, 힘없는 군중, 단결된 범죄 집단으로 나뉘어진다. 이 중 타 장르소설에 비해 비교되는 부분은 '일반 군중'인데, 보통 소집단만을 챙기며 적극적이지 못한 소시민의 전형은 장르소설에서 매력적이지 못하기에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비물에서는 주인공이 챙겨주다가 사람의 이기심에 실망해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재로 쓰이며,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주 보이는 편이다.
- 타 장르소설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집중이 심해 능력 있는 조연이 그리 많지 않으나, 좀비물은 기본적으로 서양에서 들여온 장르 소설적인 특성이 아직까지 꽤 짙게 남아있어 개성있고 강력한 조연을 넣는 전통이 어느정도 살아있다.
- 대표적인 조연 캐릭터의 클리셰로는 할아브(늙었으나 노련한 용병), 군인(우직하고 강하나 리더쉽이 약한), 상점 주인(대부분 푸근하거나 떡대고 자신의 가게를 무장으로 지킨다.)히로인(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주인공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움) 등이 있다.
- 대표적인 범죄 집단의 클리셰로는 사이비(면역자를 중심으로 한 종교 집단), 식인마(이성을 갖추고 사람을 사냥), 조폭(계급화시켜 폭력과 성적 갈취), 군대(타락해 시민들을 착취하는 지역군) 등이 있다
3.3. 배경세계
- 작중에서 좀비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등장인물들이 좀비에 대해 알고 있으면 초반의 혼란이나 좀비의 무서움, 좀비들에게 당하면서 알아내는 좀비의 특징 등으로 공포를 유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워킹 데드, 시체, 사자, 감염자, 괴물 등으로 묘사하며 해당 작품의 세계는 좀비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다. 즉 현실세계와 달리 '좀비'라는 단어나 좀비물이란 장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게 속편하다. 조금 변칙적으로 '좀비'라는 개념 자체는 이미 작중 세계나 등장인물들에게 알려져 있더라도, 해당 작품에서 출연하는 좀비의 특성이 모호하거나 창작물에 나오는 것과는 이질적이라서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탐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좀비물의 고질적인 딜레마로, 좀비란 명칭이 쓰이지 않으면 답답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데, 이에 반해 좀비란 말을 쉽게 쓰면 얄팍한 클리셰 파괴로 보이기 쉬워진다.
- 대한민국은 총기 청정 국가지만, 좀비물에 총기가 없다는 것은 이미 기존에 쌓인 수많은 클리셰를 폐기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적과 아군들은 총기를 다룬다. 보통 군부대에서 털어왔거나 좀비화된 군인에게서 노획했다고 땜빵치지만 아무 설정 없이 대량의 수입 총기를 사용하는 허술한 작품도 적지 않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서는 대 좀비 필수요소로 취급받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볼일 없는[2] 샷건은 잘 안 나온다.
- 현실성을 중시하는 장르다 보니 타 소설에 비해 정부와 군대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 편이다. 정부는 주로 자기들의 삽질로 좀비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자기들끼리만 모인 발암덩어리로 묘사된다. 군대는 초기에는 강력하고 사람들을 구하나 이후 점점 고립되며 독재·군부화 되고 민간인들을 억압하거나 착취하다가 주인공한테 털리곤 하지만, 이따금 정의로운 집단으로 거듭나기도 해 정부만큼 대우가 박하지는 않다.
3.4. 좀비
- 초기에는 단순히 느리게 걷는 좀비가, 이후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하면 뛰는 좀비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쉘터를 만들거나 본격적인 무력 집행에 익숙해진다면 지능을 가진 좀비·벽을 오르는 좀비·강체 근육 좀비·기어다니는 내장 좀비 등이 등장하며 최종 보스적인 위치로 합성 누더기 좀비와 지휘자 좀비 등이 후반부에 나타난다. 점점 강해지는 좀비에 맞서 사람들을 결집하고 싸워나가는 서사는 아포칼립스물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3.5. 주 서사 구조
- 정통 작품에서는 총성 위험성을 이유로 한 총기의 절제된 사용과 석궁·칼·줄 등 냉병기를 이용한 게릴라적인 싸움이 주류였지만 레이드물의 인기에 힘입어 초능력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총기의 중요도와 위력은 결코 낮지 않으며 총기에 정면으로 맞서도 이길 정도로 강한 능력자들은 드물다.
- 비록 초능력이나 몬스터 좀비 등이 등장하나 현실과 매우 밀접한 장르이며 초자연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게임 시스템(상태창·스킬·아이템)은 어지간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게임 시스템의 유행이 번져가며 상태창이 들어가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다.
4. 작품 일람
- 좀비 버스터: 최초의 좀비물로 무려 2008년 작품임에도 게임 시스템과 초능력자 동료 클리셰를 차용한 게 특징. 당시에는 이러한 소설은 인기가 없었기에 5권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완결났다. 마지막 선택에 따라 멀티 엔딩을 구현하는 등,[3] 여러모로 실험적 요소가 많았던 작품. 현대식 분류로는 성좌물이 되었을 것이다.
- 나는 아직 살아있다
- 리턴 서바이벌
- 좀비 묵시록 시리즈: 1부 82-08, 2부 화이트아웃
- 그녀를 죽일 7가지의 이유
- 생존시대[4]
- 납골당의 어린 왕자 : 정확하게는 주인공이 플레이하고 있는 가상현실게임이 좀비 아포칼립스물. MMORPG가 아니고, 주인공이 게임내에서 사망하게 되면 세계관이 소멸하는 시스템
- 나 홀로 상점창
- 프로듀스 좀비 군단
- After: 생존의 법칙
- 좀비랜드
- 드림사이드
- 폐쇄구역 서울[스포일러]
- 좀비가 날 물지 않아
- 더스트
- 아포칼립스 속 최강자
- 병영일기
[1] 시대가 지나면서 뱀파이어, 좀비등 점차 공포성이 줄어들고 액션/판타지 적으로 바뀐 것이다(...) 전통적인 오리지널은 걍 공포 [2] 새 사냥용 샷건이 경찰서에 소수 영치되어 있긴 하다.[3] 절망적인 상황에서 좀비를 소멸시키는 대신 동료들을 모두 잃는 무기 좀비 버스터를 사용할지 유무에 따라 결말이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1. 포기한다: 그냥 사망, 2. 좀비 버스터 사용: 생존하고 좀비가 존재하지 않는 원래의 지구로 돌아가나 이후 죄책감과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고통받는다, 3. 좀비 버스터 미사용: 기적적으로 전원 생존. 원래의 지구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멸망한 지구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하며 끝.[4] 정확히는 종합 아포칼립스 재난물이다. 작중 들어나는 것만해도 EMP아포칼립스,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좀비 아포칼립스에 지진 등의 재난, 정체불명의 괴물들도 나온다.[스포일러] 처음에는 좀비 사태로 망가진 서울을 배경으로 한 현대적인 일상물(?)로 나아가다가 후반부에 정부와 군대간의 알력다툼이 벌어지는 어두운 전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