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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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생선 등의 음식을 조리할 때 매운탕과 대조되게 매운 양념을 넣지 않고 맑게 끓이는 조리 방식으로, 복어나 명태(주로 생태를 많이 쓴다.), 대구 등 흰살 생선 조리법에 주로 쓰인다.[1]
'맑은탕'이라는 쉬운 표현이 있다.
2. 상세
향신료가 들어가는 매운탕과는 달리 재료의 원래 맛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와 조리사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향신료로 생선 비린내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조리사가 이를 잘 처리해야 한다. 보통 생선 + 조개와 기타 해물 + 문어나 낙지 + 무, 콩나물, 미나리 등 각종 채소를 넣는다.
어원은 일본어의 지리나베(ちり鍋). 한국에서 말하는 지리와 거의 유사하게 맑은 국물에 흰살생선과 채소 등을 넣고 끓여 폰즈에 찍어 먹는 나베요리로, 끓는 국물에 생선살을 넣으면 쪼글쪼글(일본어로 치리치리) 오그라들며 익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냥 흰살생선으로 퉁쳤지만, 지리나베에 들어가는 생선살은 사시미처럼 얇게 저며내 조리한다. 재미있는 유래가 있는데, 외국인에게 사시미를 대접했는데 날 생선을 못 먹는 그 외국인이 뜨거운 물에 회를 넣어버림으로써 이 요리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지리나베와 사시미의 연관성을 알 수 있는 부분. 사시미만 넣으면 먹을 게 없기 때문에 보통 두부, 버섯 등을 넣어 함께 끓여먹는다.
한국의 지리탕과 일본의 지리나베는 이미 완전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잘 손질한 생선 토막을 넣고 청양고추와 간 마늘을 넣어 맵싸하게 끓여내는 지리탕과 횟감의 사시미와 두부가 보글보글 끓는 지리나베는 외견부터가 크게 차이가 난다. [2]
3. 이름
국립국어원에서는 맑은탕, 맑은국 등으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맑은탕'이 주되어 많이 정착되었다.[3] 특히 '맑은탕'이나 '맑은국'은 꼭 생선이 아니더라도 '쇠고기맑은장국' 식으로 쓰이는 등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매운탕에 반대되는 단어로 만든 '싱건탕'은 그다지 정착되지 못했다. '국이 맑다'는 긍정적인 수식어로 쓰이지만, '국이 싱겁다'는 대체로 싱거워서 맛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것도 이 차이에 기여했을 듯하다. '싱건탕'이라는 단어는 '싱겁다'가 갖고 있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1] 붉은 살 생선은 비리고 기름져서 쓰지 않는다. 맑은탕에 샤브샤브의 형태로 살짝 데쳐먹는 경우는 있다.[2] 어원은 일본이 맞을지 모르나 요리 자체의 기원은 이미 조선시대에 맑은 복어탕을 먹었단 기록이 있다. 애초, 고추가 전래 되기 전에는 주로 맑은 국물로 육수를 우려내던 조선에서 맑은 생선 탕 같은 음식을 안 먹었다는 게 이상한 일이다. 본래 회를 즐겨 먹었던 조선에서 일본의 영향으로 사시미로 부른 것처럼 단지 일제 강점기의 영향으로 이름만 따왔거나 기존 음식의 어느 정도의 영향과 더불어 이름이 변했을 가능성이 크다.[3] 종종 '연포탕' 이라 하는 곳도 있다. (예시 : 낙지 연포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