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
1. 개요
質量 / Mass
질량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물리량을 일컫는 말이다. SI 단위는 킬로그램(kg). SI 단위계에선 플랑크 상수와 빛의 속력, 시간을 조합하여 정의한다. 일상생활에서 무게를 통해 쉽게 느낄 수 있는 매우 기초적인 물리량이지만 그 정체는 과거부터 상당히 모호했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질량의 작용 양상에 따라 관성 질량, 능동적 중력 질량, 수동적 중력 질량이라는 세부 개념들로 나뉜다.
고전 역학에선 관성 질량은 $$F=ma$$의 $$m$$이고 수동적 중력 질량은 $$\displaystyle F=G\frac{mM}{r^2}$$에서 $$m$$이다. 여기에서 실험적으로 이 둘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있으므로(즉, 중력 상수 $$G$$가 곱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값이 같다),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을 같은 것으로 취급해도 된다. 지속적으로 정밀도가 향상된 실험이 진행되어 결국 관성 질량이 중력 질량에 비례함을 확인하였다.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이 오차 범위 5×10-13의 정밀도로 일치함은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1]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의 비례는 등가 원리에 따른 귀결이다.[2] '균일한 중력장 아래서 기술되는 물리 법칙은 그 중력장의 중력 가속도만큼의 가속도로 일정하게 가속 운동을 하는 기준계에서 기술되는 물리 법칙과 동일하다'는 것으로, 주로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중력 가속도만큼의 가속도로 상승하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과 지구에 있는 것을 구분할 필요도, 구분할 수도 없다는 예시를 통해 자주 인용된다.
2. 상대성 이론 이전의 질량의 정의
상대성 이론의 등장 전에는 질량이라는 특성 자체보다는 물질의 실체성과 연관된 질량의 정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질 자체를 실재적인 특징 아래에 있는 근본적인 질료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면서, 질량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확대와 더불어 이러한 물질에 대한 형이상학적 인식은 질량의 절대성을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증명한 화학반응에서의 질량 보존법칙을 통해 질량은 결코 변하지 않는 물질의 실체 그 자체이면서 반드시 보존되는 물리량으로 자리잡게 된다.
때문에 질량 그 자체에 대해서의 인식에 대해서는 꾸준히 변화했고 물리량으로서의 질량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근대 이후다. 다만, 질량은 '''중력'''이라는 측정 가능한 형태의 힘으로 간접적으로 측정됐기에 주로 운동학, 힘, 에너지, 무게 등으로 질량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고대부터 이어진 질량에 대한 탐구의 역사를 알아보고 싶다면 한국어 위키백과의 질량 항목을 참조해보자.
3. 상대성 이론의 등장
그런데, 상대성 이론에 의해 '''질량이 에너지의 형태로 변환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즉 질량-에너지 동등성이라는 새로운 원리에 의해, 보존되는 물리량이라고 생각했던 질량의 절대성이 붕괴된 것이다. 어떤 계를 마치 한 점처럼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한 점짜리 계는 외력의 작용에 대해 계가 함유하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에 비례하는 관성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질량-에너지 동등성은 계의 질량을 계가 함유하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하는 척도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함을 말해준다.[3] 계의 에너지 함유량이 크게 바뀌는 핵반응 등의 과정에서 유의미한 질량의 변화가 관측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4. 힉스 메커니즘과 질량
4.1. 힉스 메커니즘에 의한 질량
양자역학이 도입되고 행렬역학, 파동역학이 정립된 이후인 1960년대에,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힉스 입자의 개념을 제창하였다. 게이지 대칭성이 힉스 입자에 의해 저절로 깨지면서 게이지 보손과 페르미온이 질량을 가지게 되는 것을 '''힉스 메커니즘'''이라 하고, 이때 물체가 힉스 장(場, field)과 상호작용하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표시한 값이 바로 질량이다. 힉스 입자/메커니즘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표준모형의 모든 기본입자의 질량값이 0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기본입자 중 질량을 갖는 입자가 있으므로, 그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이라는 개념으로 불리는 그 물리값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즉, 질량이라는 개념은 힉스 입자/메커니즘과 별도로 성립되어 있고 힉스 입자/메커니즘은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할 뿐이다.
힉스 메커니즘이 (광자와 같은 광속 운동 입자를 제외한)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이유 자체도 힉스 메커니즘이 해당 기본 입자의 가속을 계속하여 방해하기 때문이다. 해당되는 기본 입자가 공간 속에서 가속하면 계속하여 힉스장의 간섭을 받게되면서 그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는데 바로 그만큼이 그 입자의 질량이 되는 것이다. 힉스 메커니즘이 없었다면 모든 기본입자의 질량이 0이 되어 광속으로 날라다니고 입자간 상호작용이 매우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질량이라는 물리 현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2. 힉스 메커니즘에서 기원하지 않은 질량
예를 들어, 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질량이 0인 거울상자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광자가 움직이며 거울에 반사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분명 거울상자 자체의 질량도 0이고 광자의 질량도 0이다. 그런데 광자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울상자의 질량을 재면 이는 0이 아니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E=mc2에 따라 거울상자 안의 광자가 보유한 에너지의 총 양을 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만큼의 질량이 측정되게 된다. 만약 현실적으로 거울상자의 질량이 0이라는 가정을 제거한다면, 질량이 0인 광자가 안에 있을 때와 없을 때 거울상자의 질량은 차이가 나며, 그 차는 E=mc2에 따른 값이다. 힉스 메커니즘의 유무와 상관없이 위의 상상 속 거울상자의 질량은 0보다 크다.
힉스 메커니즘이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다양한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다 분해해 보면 수많은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모든 기본입자에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부여되는 질량을 다 더해봤자 우리 몸무게의 10프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양성자의 경우 힉스 매커니즘으로 설명되는 질량의 비중은 6% 정도이다.[4] 나머지는 어디서 오는가 하면... 양-밀스 장의 비섭동론적 효과 때문으로 추측된다. 양-밀스 장이 질량을 만드는 과정이 수학적으로 정리된 적은 없기에 이는 아직 추측에 머무르고 있다. 참고로 이러한 질량 생성과정을 수학적으로 유도해내는 것에는 상금이 걸려있다.
블랙홀의 질량도 힉스 메커니즘과 관련이 없는 질량이다. 블랙홀이 질량을 가지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매우 부정확한 정의이지만 질량은 에너지가 갇혀있거나 제한을 받고 있는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패트병 속의 물의 온도가 올라간 경우 각각 물 분자의 진동에너지가 증가되었지만 이 에너지들은 모두 패트병 속에 갇혀있으므로 패트병의 질량도 매우 미세하게나마 E=mc2에 의거하여 증가한다. 그리고 기본입자가 뭉쳐서 핵자를 이룰 때에는 기본입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강력에 의해 서로 갇히게 되어 핵자로 결합되는 것이므로(자세한 과정은 밝혀진 바 없다), 핵자의 질량은 각 기본입자의 (힉스 메커니즘에 의한) 질량의 합보다 크다. 한마디로 우리 몸무게의 대부분은 힉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5. 관련 항목
[1] 이 실험을 매우 정밀하게 수행하는 것은 일반 상대론에 대한 검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어지는 문단에서 설명하는 대로 일반 상대론에서는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이 정확히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2]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의 개념은 고전 물리학에서도 나타나므로, 이 문장은 고전 시기의 의문점을 일반 상대론의 등장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진술이다. 처음부터 잘 정립된 일반 상대론의 토대 위에서 생각하면, 두 개념을 구분하여 정의할 필요도 없고, 구분하여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일반 상대론에서 중력은 휘어진 시공간 구조에 관련된 문제고, 더 이상 힘의 작용으로 이해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질량이란 것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조차도 쉬운 문제가 아니게 된다.[3] "어느 한 계의 관성은 반드시 그 계의 에너지의 양에 좌우되며, 이는 곧 관성질량은 단순히 잠재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 Albert Einstein, 런던 타임즈 1919년 11월 28일자 中.[4] R. Wang et al., The origin of proton mass from J/Ψ photo-production data, Eur.Phys.J.C '''80''' 6, 507(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