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로그램

 


1. 개요
2. 정의
2.1. 기존의 정의
3. 새 정의에 대한 방안 논의 과정
3.1.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와 와트저울
3.2. 플랑크 상수 이용(확정)


1. 개요


SI 단위 중 질량의 기본단위이다. kilogramme, 기호는 kg. 1/1000 kg은 1 g(그램)으로 나타낸다.
SI 기본 단위 중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는다. 최초로 고안된 킬로그램의 단위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그라브였는데[1] 이는 얼음물 1리터의 무게로 정의됐다. 그러나 그라브가 귀족을 뜻하는 Graf와 발음이 비슷하다[2]고 꺼렸고, 또한 단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라브의 천분의 일에 해당되는 단위인 그램(Gramme)[3]을 표준으로 삼고 그라브를 폐지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그램이 표준단위로 삼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 단위인 그라브를 다시 표준으로 삼으려 했지만, 위에 나온 이유로 그라브란 명칭을 꺼렸으므로, 그램에 천 배를 뜻하는 Kilo를 붙임으로써 새로운 단위 킬로그램(Killogramme)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킬로그램은 SI 기본 단위 중 유일하게 접두어가 붙은 단위가 되었다. 킬로가 붙은 것 때문에 그램이 기본단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SI 단위에선 엄연히 킬로그램을 질량의 단위로 쓴다.
엄밀히는 질량의 단위이지만 일상적으로는 무게의 단위로 쓰인다. 특정질량이 지구 중력장 하에서 받는 힘이 무게이므로, 무게를 표시하는 단위로 사용할 때에 엄밀하게 표기하면 힘을 뜻하는 force의 f를 따서 kgf(킬로그램힘[4])로 쓴다.
에너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위이기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기, 자기#s-2 쪽 단위의 정의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끼어드는 단위이기도 하다. 심지어 온도의 기본단위(K, cd)를 정의하는 데에도 킬로그램이 관여한다.
중국어로는 궁진(公斤) 혹은 첸커(千克)라고 한다. 킬로그램 천(兛)이라는 한자가 있다.

2. 정의


플랑크 상수 $$h$$가 $$6.62607015 × 10^{{{-34}}}$$ J ⋅ s가 되도록 하는 질량의 값. (J ⋅ s는 kg×m$$^2$$×s$$^{{{-1}}}$$와 같다.)

2.1. 기존의 정의


1791년, 프랑스가 1 kg을 물의 밀도가 가장 높은 온도 4 ℃인 물 1 L(1000 cm3)의 무게로 정의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1 킬로그램은 1 리터의 질량과 (거의) 같다. 1.5L짜리 물 패트병을 샀다면 대략 1.5kg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물의 질량은 온도압력ㆍ순도ㆍ동위원소(중수) 함량비에 따라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이 정의는 존속하지 못했다.[5] 물의 온도나 압력, 동위원소 함량비를 규정하면 되지 않을까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질량의 단위를 나타내기 위한 압력의 단위를 나타내기 위한 무게의 단위를 나타내기 위한 질량의 단위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image]
1901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킬로그램 원기(위 사진)'의 질량으로 그 정의를 수정하였다. 원기 자체는 1879년에 완성했다. 그리하여 질량은 오랫동안 SI 단위계에서 유일하게 실물(르 그랑 K)에 따라 정의하는 단위였다. 즉 금속으로 기준이 되는 실물을 만들고 이것을 1 킬로그램이라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 실물을 킬로그램 원기라 한다. 다른 단위들은 실물이 필요 없이 실험으로 재현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했다. 예를 들어 길이 단위인 미터도 최초에는 실물 원기를 써서 정의했지만, 두 번이나 정의가 바뀌어 현재는 진공 속에서 빛이 1/299 792 458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한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문서 참조.
원기는 단위의 기준이 되므로 변질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제작되었다. 백금 90%와 이리듐 10% 합금을 재료로 해서 원기둥 형태로 만들어졌고 변질되지 않도록 안정된 환경 아래 엄중한 보안체계 아래 보관한다. 이 원기와 백업용 복제품 6개를 프랑스에서 보관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복제품을 만들어서 여러 나라에 배포했다. 한국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복사본 4개를 보유하였다고 한다.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별표 1에서 과거에는 {질량의 단위로서 국제킬로그램 원기의 질량과 같다.}라고 킬로그램을 정의하였다.
1894년에 조선에서는 원기 40개 중 하나를 도입하였다.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반출되었으나 다시 돈을 주고 회수했다. 6.25 전쟁중에 쓰레기통으로 쳐박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 남았다. 물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원기로의 가치는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상징적인 의미만 있다. 이 원기는 충북 음성에 있는 국가기술표준원 계량박물관에 미터 원기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2019년 5월 14일자로 {"킬로그램(kg)"은 질량의 단위로서, 플랑크 상수 h를 J s 단위로 나타낼 때 6.626 070 15 × 10-34이 된다. 여기서 J s는 kg m2 s-1과 같은 단위이다.}라고 바꾸었다.

3. 새 정의에 대한 방안 논의 과정


개정된 킬로그램의 관한 영상
기존 정의에 따른 정의는 원기를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최대한 안정한 재료로 원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원기의 질량이 조금씩 변했다. 문제점은 하필 원기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얼마나 변했는지 측정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 만든 다른 복제품과 비교했는지, 원래보다 미세하게 가벼워졌다는 발표가 나왔다.[6]
이렇게 원기가 변하거나, 또는 어떤 재난으로 파괴될 위험성은 이미 예전부터 제기되었다. 2005년에도 킬로그램의 정의를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지지부진하였다. 2011년 10월 22일, 24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존의 원기를 폐지하는 방침을 확정했으나 구체적인 정의는 2014년에 열릴 다음 총회로 연기하였다.# 그러나 2014년 총회에서도 결국 정하지 못하고 2018년 총회 때 결정하기로 하였다.
차기 킬로그램 정의를 정하는 데에 여러 국가들이 경쟁을 벌였다. 표준질량단위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정확한 킬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이 의외로 엄청난 수준이라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중에 플랑크 상수보다는 만유인력 법칙에서 정의하는 중력상수 $$G$$로 정의하는 게 좀 더 질량이라는 정체성에 걸맞지 않느냐는 논쟁도 있었다. 문제는 중력상수는 지금까지도 대략 유효 숫자 4자리 정도까지 값만 믿을 만하다는 점에 있다. 중력의 힘이 매우 약해서 중력상수의 값을 정밀하게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3.1.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와 와트저울


이후 제시된 방법 중 분자의 개수를 정확히 세어서 1 킬로그램에 어떤 물질의 분자가 몇 개 들어가는지 따지는 '아보가드로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실리콘 구 원기가 세상에서 가장 둥근 물체로 소개되기도 했다. 가장 둥글다는 점을 통해 구의 부피를 거의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실리콘의 원자 개수를 거의 정확히 셀 수 있다.
아보가드로 프로젝트 말고도 와트 저울 방식도 유력한 대안이었다.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는 유럽권 국가나 일본에서 지지하고, 와트 저울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지지하는 방식이다. 와트 저울 방식에서는 저울의 한 쪽에 무게를 잴 물체를 놓고 전자기력을 발생시켜 저울의 평형을 맞춘 뒤, 그 때의 전자기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무게를 정의한다. 전자기력의 크기인 W는 이미 물리 상수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물리상수로 무게를 정의하는 것이다.
2014년 총회에서 이 방법들이 킬로그램 원기를 대체하지 못한 것은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와 와트 저울 방식간 측정값의 차이가 과학적 기준으로 삼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측정했는데 같은 값이 나온다면 그 값은 신뢰할 만하므로, 두 방식의 정확도를 높여 통일된 값을 정해야 한다.

3.2. 플랑크 상수 이용(확정)


2018년 26회 세계 도량형 총회의 결정을 거쳐 2019년부터는 자연 법칙으로부터 도출되는 불변의 '상수'인 플랑크 상수를 기반으로 새 kg 정의를 채택하여 이런 모든 딜레마들이 비로소 해결될 수 있었다. 플랑크 상수 역시 측정치에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측정 기술의 불완전성 문제일 뿐 측정의 대상이 되는 상수 그 자체가 변동하는 값은 아니며, 2017년 국제도량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플랑크 상수의 값도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명실상부한 상수가 되었다.
더 자세히 말하면, 플랑크 상수로 kg을 정의하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그러기엔 측정한 플랑크 상수의 정밀도(소수점 아래 자리수)가 낮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플랑크 상수의 값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고, 이 값을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확정하게 되면서 kg을 정의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 이제는 아무런 순환논증 없이 kg을 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2018년 11월 16일에 열린 베르사유 총회는 최종적으로 플랑크 상수 방식에 따라 원기를 대체하는 물리학적 정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19년 5월 20일부터 적용했다.

[1] Grave, 이는 라틴어 Gravitas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무게를 뜻한다.[2] SI 단위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곳은 프랑스 혁명으로 귀족들을 몰아내고 생긴 혁명 정부였다.[3] Gramme은 SI 단위의 기준이 된 프랑스어 철자를 따라 표기한 것으로 오기가 아니다. 노르만 정복 등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상당수의 단어가 프랑스어에서 건너간 영국식 영어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다. 참고로 프로그램도 영국식 철자법으로 쓰면 'programme'이 된다.[4] 또는 킬로그램중[5] 참고로 중성자 개념이 나온 때는 1932년으로 SI 단위가 제정되는 시점보다 한참 뒤였다.[6] 각각의 원기들은 최대 '''100 μg''' 남짓 오차가 있었다. 100 μg은 손가락 지문 두 개만 한 무게인데, 실생활에선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극한 정밀함을 요구하는, 특히 나노산업 같은 분야에선 '''엄청난 문제'''이다. 원자 단위로 보면 수소 원자 '''1조 개'''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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