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수제
1. 개요
특정 과목을 일정 기간에 빠르게 몰아서 가르치는 교육제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교육제도다.
2. 도입 배경
특정 과목을 특정 학기 또는 학년에 몰아서 배우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줄이고 적은 과목을 깊게 배우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사회군(사회·역사·도덕), 과학군(과학·기술가정), 예술군(미술·음악) 으로 묶어서 학교 재량으로 특정 학년, 특정 학기에 몰아서 배우게 할지 3년간 매학기 균등하게 나누어서 배우게 할 지 결정할 수 있게 한 것.[1]
다만 과학군의 경우 과학을 집중이수시키는 일은 거의 없고, 기술·가정의 경우는 특정 학년만 배우도록 하는 운영이 보인다.[2] 또한, 한문을 집중이수 시키기도 한다.
실시 이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한 학기에 공부하는 과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며,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토론, 실험 같은 것들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1년치 분량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말도 안 되는 실패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3. 현실은 시궁창
집중이수제에 대한 평가는 간단히 요약 가능하다. '''현실은 시궁창'''. 2014년 현재, 더 이상 집중이수제에 대한 논란은 없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선생이든 학생이든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는 이 하나 없이 깔끔하게 집중이수제는 '''잘못된''' 교육정책이라고 의견이 통일되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대학교 시스템에 비유하자면, 원래 3학점 2학기로 편성된 수업을 4학점 1학기로 진행하라고 법으로 만든 것과 같은 수준이다!
가장 먼저 1년에 배우든, 한 학기에 배우든 '''배워야 하는 양은 똑같다.''' 1년치 학습량을 한 학기에 몰아쳐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배워야 하는 과목이 하나 줄기는 했으나 학습량에는 차이가 없다. 쉽게 말해서 한 학기에 A과목과 B과목을 50씩 나눠서 배우던 것을 1학기에는 A과목에 100만큼 2학기에는 B과목에 100만큼 몰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로 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아무리 집중이수제로 수업 단위가 늘어났다 하더라도 나가야 하는 진도가 기존의 2배이기 때문에 1주일 단위를 놓고 보면 거의 2배속으로 진도를 나가야 한다. 중간고사 범위가 과거 1학기 분량, 기말고사 범위가 과거 2학기 분량이기 때문에 진도는 매일 빠르게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예체능의 경우, 혼자 연습할 시간은 당연히 부족해지고, 시간이 걸리는 작품 제작(예를 들어 토우 처럼 말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은 제대로 해 볼 수도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월화수목금 풀가동해서 가르칠 여건도 도저히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특히 1학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에 적응하는 3월, 그리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 온갖 행사가 바글바글 몰려있는 5월에는 학교에서도 제대로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 학원이라면 보강이라도 해서 어떻게 메꾸겠지만, 학교는 보강을 할 방법도 실상 없다. 집중이수제 실시 전에는 학교 행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수업을 하루 정도 미루어도 나중에, 여차하면 2학기에 빡빡하게 진도를 나가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중이수제가 실시되면서 한 학기에 1년치 범위를 끝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렇게 수업 하루 못한 것도 진도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교사들은 진도 나가기에 급급...은 커녕 결국 예정했던 진도를 다 나가지도 못하게 된다. 가령 1학년, 2학년, 3학년 책들이 두 학기에 할당된 경우 1, 2학년 책은 배웠지만 '''시간이 없어서 3학년 책을 배우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터지고, 또한 책은 어찌어찌 다 했더라도 중요한 것만 짚어서 외우게 시키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오히려 더욱 가중되었다. 실험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밀린 진도 나가느라 바빠서 학생들이 이해하든 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그냥 닥치고 무지막지하게 진도를 나가는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전학을 갈 때에도 문제가 되었다. 과목 할당이 학교 맘이었기 때문에, A중학교에서 1학년 1학기에 사회를 배우고 B중학교로 전학갔는데, 이 학교에서는 1학기때 도덕, 2학기때 사회를 배우면 이 학생은 1년 내내 사회만 배우고, 도덕은 한 번도 배우지 못하게 되는 것. 게다가 같은 사회를 2번 해야 하니 더 지루하다...
그리고 비평준화 지역에서 집중이수제를 받은 학생들이 고입 시험을 볼 때, 1학년 1학기, 2학년 2학기 때 3년치 도덕을 다 배웠다면, 3학년 때는 도덕 구경 한번 못해보고 도덕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물론 도덕이나 예체능 같으면 그나마 타격이 덜할 텐데, '''사회나 역사가 걸리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편 중학교에서 고등학생으로 올라갈 때 묘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집중이수제가 실시되지 않은 중학교를 다녔다가 집중이수제가 실시되는 고등학교로 올라간 학생들은 중학교때에 비해서 너무 엄청나게 불어난 시험범위로 인해 혼란을 많이 겪는다. 역사의 경우가 특히 적응이 안되는 케이스. 97년생이 바로 이 케이스이다. 97년생들은 2007개정 교육과정을 마지막으로 적용받는 세대인 탓에 중학교 시절 역사(상)을 2학년 내내, 그리고 역사(하)를 3학년 내내 배웠었다.[3] 이때 두 교과서 모두 각각 200쪽 분량이라 한번 시험보는데 분량은 50쪽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역사가 상하로 나뉘지 않고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로 각각 나뉘는데다가(중학교 역사(상), (하)교과서는 이 세 개 과목이 중학생 수준으로 통합되있는 형태이다.) 상, 하로 나뉘지 않는다. 여기서 한국사는 400쪽 분량이라 1년동안 한다해도 한 시험당 분량이 100쪽이다. 문제는 고1로 입학한 이들은 2009개정 교육과정을 입학하자마자 적용받게 되었고 그 결과 집중이수제 적용대상까지 되버려 한시험당 분량이 무려 200쪽으로 중학교때와 비교해서 4배로 확 늘어나버린것. 고등학교 들어와서 시험범위가 넓어지는 건 자연스럽지만 아무리 그래도 4배로 '''뻥튀기'''된 것은 정상적으로 늘어난게 절대 아니다. 이러니 적응이 쉬울리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써야 하는 교과서도 문제다. 원래 교육과정이 바뀌면 보통 일정한 해에 입학한 학생부터 새 교육과정을 배우도록 하고 그 전에 입학한 학년은 졸업때까지 예전 교과서를 쓰게 해서 혼란을 줄인다.[4] 그래서 중학교의 예를 들면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에 쓸수있게 1학년용 교과서를 만들고, 그 때부터 3학년때까지 매년 과목당 한개[5] 씩 순서대로 만드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서 어떤 학교가 언제 교과서를 한꺼번에 쓸지 모르니까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까지 '''모든''' 교과서가 이미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누가봐도 그 어떤 학교에서도 집중이수제를 안할게 뻔한 국영수 과목이나 매년 교과서 하나씩 배워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따라가기 빡센 과학같은 과목 조차, 이론적으로는 어떤 학교가 이들 과목으로 집중이수제 하겠다고 나올지 모르니... 즉 어차피 절대다수의, 아니 모든 전국의 학교에서 2~3년 뒤에나 쓸 교과서를 밤새가면서 무조건 미리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그걸 그냥 1~2년간 방치했다가 써야 되는 뻘짓을 하게 된거다.
이렇게 되면 교과서를 집필하는 선생님들이나, 그 원고를 가지고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출판사나, 그렇게 완성된 교과서가 적합한지, 오류는 없는지 심사해야 하는 쪽이나 시간은 촉박하고 분량은 많으니 꼼꼼히 만들지/확인하지 못하고 겨우겨우 시간만 맞추게 될거다. 그렇게 되면 교과서의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예를 들어 2013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가 커진데도 이 문제가 어느정도 역할을 했다. 사실 평소였으면 오류 투성이인 교과서가 검정에서 수정없이 통과되는 일은 없었을테니.
4. 폐지
결국 2011~2013년까지 시행된 후 집중이수제에서 8개 과목에 체육 및 예술(음악/미술)교과를 제외할 수 있도록 개정함으로써 사실상 폐지를 결정했고, 중학교 세대 때 집중이수제를 경험해본 연령대는 98, 99, 00년생[6] 딱 셋. 고등학교 세대는 95, 96, 97년생이 경험해보았다. 게다가 95년생은 '''국영수 AB형''' 시행, 96년생은 영어 AB형 '''폐지'''+엄청난 국영 물모평+(경기지역 한정) 고3의 '''9시 등교'''를 경험하는 중. 여러모로 95, 96년생들은 교육과정 변경의 베타테스터가 돼주고 있다. 참고로 95년생들은 전부, 96년생들은 고3 전까지 탐구영역을 집중이수제로만 시행했으며, 일부 지역은 95년생들은 고3 제외, 96년생들은 고1만 적용한 곳도 있었다.(즉, 2011년, 2012년만 집중이수제 적용.) 물론 빠른 생일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99년생, 극소수의 01년생 모두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다만 집중이수제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사회과에서는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 예전에는 사회(+국사)와 도덕을 1~3학년에 내내 배우고, 사회과 안에서도 역사와 사회, 지리 영역을 학년별로 적절히 배분해서 미리 정해놓은 교과과정을 전국에서 똑같이 배우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걸 집중이수제로 돌려서 학교 자율로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 기존의 국사에다 세계사까지 떨어져나와 역사라는 독립 교과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집중이수제가 거의 사라져버린 이후에도 도덕, 사회, 역사는 각 학교에서 집중이수제로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집중이수제가 말도 안되는 짓이란건 각 학교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아는지라, 이 과목을 한 학년에 몰아넣는 일은 적고 대개 2개 학년 정도로 분산 배치시킨다. 예를 들어 국정 교과서의 적용 여부가 첨예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2017년의 경우 대부분의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신입생들에게 역사 대신 도덕이나 사회를 가르치는 방법을 써서 말 그대로 소나기를 피해갔다.
기술·가정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2018년부터는 정보가 필수과목이 된지라 일선 학교에서는 기가와 정보를 집중이수제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 역시 중학교 국영수과는 3년에 걸쳐서 1년에 교과서 하나씩 개발하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갔는데 사회, 역사, 도덕, 기술가정은 교과서도 2개만 만들고(학년이 아니라 순서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①,②라고 동그라미를 넣도록 하였다. 물론 국영수과는 동그라미 없이 그냥 숫자로만 1,2,3.) 교과서를 한꺼번에 만들도록 하였다. 애초에 2년 안에 몰아서 수업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한 셈.[7] 그리고 예체능 과목은 여전히 집중이수제가 적절하게 쓰이는데 체육과목은 3년내내 다 배우도록 하지만 음악과 미술은 1년단위나 1학기 단위로 묶어서 1개학년이나 1학기에 모두 이수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한문, 정보 등은 아예 교과서도 1개뿐이고 1년에 몰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8]
[1] 예를 들어 사회군의 경우, 1-1학기에는 사회1, 1-2학기에는 도덕1, 2-1학기에는 역사(상)... 등으로 할당.[2] 예를 들자면 1학년은 기가? 그딴 거 없고 2~3학년 때 기가 1, 2, 3을 나눠서 배우는 경우이다.[3] 참고로, 7차 교육과정 시절에는 고등학교와는 달리 사회와 국사를 합해서 사회 과목으로 응시했는데, 세계사는 중1 후반 (3개 단원)~중2 중반 사회시간(4개 단원)에 배웠다. 보통 국사는 4단원 고려사 파트까지 나갔다.[4] 단, 초등학교는 졸업까지 6년이 걸리니까 중간에 바뀌기도 한다.[5] 국어같이 학기당 교과서가 따로인 경우 2개도 가능하다.[6] 다만 2000년생부터는 극소수 학교에서만 시행하였다.[7] 고등학교 역시 1학년용 기초 과목 교과서를 먼저 만들고, 이후 심화과목은 1년 뒤에 만드는 것으로 조정하였다. (단, 과학고에서 1학년때 II를 배우기도 한다는 이유때문에 물화생지 I, II과목은 한꺼번에 만들었다.)[8] 과거에는 한문 한정 1개 학년 단위로 교과서가 있었다. 컴퓨터(現 정보), 제2외국어(ex. 일본어, 중국어)는 애초에 학년 단위가 아니었고 7차 교육과정 시절에도 1~2년 몰아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