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樹木維基 : 智如樹也,宜共培之。'''
'''나무위키, 우리들이 함께 키우는 지식의 나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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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고대 중국어, 즉 상고한어가 쓰이던 시기의 중국어를 바탕으로 한 문어(글말)이자,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유일무이했던 공통 서면언어다. 학술적인 명칭은 고전 중국어(Classical Chinese)이며, 국가마다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약간씩 다르다. 주로 중국ㆍ대만에서는 고문(古文) 혹은 문언문(文言文), 한국ㆍ일본에서는 한문(漢文, かんぶん), 베트남에서는 고문(古文, cổ văn) 또는 문언(文言, văn ngôn)으로 표현 한다.
한문이 동아시아 문화에 미친 영향은 매우 막대해서 비록 지금은 사어이지만, 한중일 삼국 모두 여전히 교과 과정의 하나로 한문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중학교 과정(初级中学)부터 문언문(文言文)이란 이름으로 한국의 국어 과목격인 어문(语文)과목과 별도로 편성되며 일본의 경우엔 한문이 '국어#s-1.3' 과목의 일부로 들어와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한문은 '''유럽에서 고대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가 지닌 지위와 비슷한 지위'''를 가진다. 동아시아 대승불교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위상도 역시 유럽 가톨릭 문화권에서 라틴어가 차지하는 위상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3]
가끔 한자와 한문을 헷갈리거나 동의어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자는 문자고 한문은 언어다.''' 따라서 한자는 잘 외우거나 잘 아는데 한문을 못하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이는 한자 자체가 표의문자인것에 더불어 한국어에 정착한 한문식 어휘가 많은 것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2. 정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모든 언어가 그러하였듯이, 중국어 또한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한문은 변화하고 있는 중국어를 특정 시대에서 고정시켜, 그 문체를 서면어(글말)로서 후대까지 이용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문의 전범이 되는 텍스트에는 고대 중국어의 모든 문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며, 주로 동주시대~한대(기원전 5세기~기원후 2세기) 사이에 형성된 문헌들을 모범으로 하고 있다. 특히 그 중의 ≪맹자(孟子)≫, ≪좌전(左傳)≫, ≪사기(史記)≫, ≪한서(漢書)≫ 등에서 확립된 문어체격식은 이후의 서면어에 강력한 영향을 남겼으며, 오늘날 보는 한문은 기본적으로 이들 문헌에서 사용되었던 언어형식과 유사하다.
일반인은 '한문'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한 한문의 정의는 '1. 중국 고전의 문장', 혹은 '2. 한자만으로 쓰인 문장이나 문학'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 2번을 기준으로 하면 아래의 모든 제시문은 한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 정의 1번을 따르면 위의 제시문들 모두가 한문인 것은 아니다. 차례대로 살펴 보자면,
- 1번 제시문(임신서기석)은 일명 '서기체'라고 하여, 한국어 단어를 한자로 쓴 다음 한국어 어순대로 나열한 것이다.
- 2번 제시문(서유기)는 16세기 명나라에서 사용하는 중국어(관화) 입말을 반영한 글로, 백화문이라고 한다.
- 3번 제시문(시경)은 수천년 전 쓰여진 주나라의 시로, 아직 중국 문어체가 정립되기 이전에 지어졌다. 이 때문에 비록 한문이라고는 하나, '之子于歸'와 같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초급 수준의 한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다.
- 4번 제시문(금오신화)은 조선시대 전기(15세기)에 지어진 한국 작품이지만, 소위 '한문'이라고 하는 언어의 문법을 준수하여 지어졌기 때문에, 한문이라고 부를 수 있다.
3. 역사
원래 상고시대에는 문어와 구어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전하는 문헌 중에서 갑골문이나 ≪시경≫, ≪서경≫과 같은 매우 오래된 문헌들의 문체는 일반적인 한문 문체와 아주 다르고 춘추시대와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한대에 들어서면 ≪사기≫ 같은 고전에서도 아주 약간씩 문어와 구어에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4] , 고전한문과 구어의 차이가 가장 적은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째서 차이가 점점 벌어졌느냐고 하면, 당시엔 종이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죽간에 글을 써야 했는데, 구어를 그대로 적는다면 적을 수 있는 글자 수에 비해 부피가 너무 크다는 죽간의 특성 상 많이 적으면 다루기가 힘들어진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글자 수를 적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구어보다 많은 생략이 있었고, 이것이 현재 한문의 독특한 함축성을 만들었다. 따라서 당시 서면어도 직접 말로 쓰는 구어와 어휘는 비슷했겠지만, 확실히 문법적으로 일치하지는 않았다. 이는 전보와 입말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한문은 한(漢)대 이후 점차 구어와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덕분에 당나라 이후로 구어를 반영한 백화문 문헌과 한문으로 지어진 고문 문헌은 상당한 괴리를 보이게 되었다. 한문이 입말과 거리가 멀어진 후에는, 입말로 사용된다는 것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의미로서의 서면어가 되었기 때문에, 한문을 읽으면 아무리 중국인이라 해도 알 수 없는 언어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봉(冊封) 체제를 중심으로 중국의 문화가 동아시아를 석권하면서,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서면 공통어의 지위를 장악하였으며, 구어 격식으로는 도저히 같은 언어라고 볼 수 없는 중국 내의 여러 방언지역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역할을 수행하였을 정도로 동아시아 역사에서 한문이 수행한 역할은 대단히 크다.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동아시아 전통사회가 무너진 오늘날에는 한문이 동아시아 공용어 혹은 서면어로서 사용되는 일은 없으며 그저 사학적 소양이나 취미가 된 정도이다. 그러나 한문이 후세에 미친 영향력은 엄청나서, 한문의 글자인 한자는 동아시아 각국의 언어들에 지금도 여전히 깊숙히 침투해 있으며, 현대의 발명품의 명칭을 일컫는 단어도 여전히 한자로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승강기, 비행기 등. 이 덕에 한국어의 어휘 중 반수 이상이 이러한 한자어들이다.
4. 현대의 학습 난이도
한문은 현대인에겐 어려운 면이 여럿 있다. 몇가지를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일단 한문을 표기하는 글자인 한자를 암기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중국, 일본처럼 평소부터 한자를 일상적으로 쓰는 나라라면 좀 낫겠지만, 그렇지 않은 모든 나라는 수천자의 한자를 외우는 것부터가 크나큰 난관이 된다. 영어나, 프랑스어 등의 외국어들 역시 단어와 스펠링을 외우는 것이 쉽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일종의 그림에 가까운, 모양이 불규칙한 한자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나마 쓰는 글자를 제한하고(상용한자) 간략화해서(간체자, 신자체) 배우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들 역시도 자주 쓰지 않는 글자는 까먹을 때가 많은 편인데 한문은 그야말로 듣보잡 벽자[5] 가 심심치 않게 나오므로 더욱더 난이도가 올라간다.
2. 국내 한정으로는 정확한 사전이 없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웹사전을 보면 네이버 사전의 경우 두루뭉술한 뜻만 쭉 나열해놨을뿐 예문이 없으므로 사실상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 사전의 경우 예문이 제시되긴 하지만 한국어 번역문 없이 그저 원문만을 실어놨으므로 정확한 용법을 파악하긴 어려워 초심자에겐 무용지물이다.[6] 종이사전으로 눈을 돌리면 지금까지 출간되어있는 한한사전들 역시 번역이 없는 원문 예문만을 실어놔서 초심자는 물론 어느 정도 한문을 공부한 사람들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거기다가 말 그대로 종이사전이므로 가독성과 신속성은 당연히 나쁘다. 뿐만 아니라 단어에 해당하는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와 용법이 너무 방대한 나무지 여러 단일사전들이 차마 그 쓰임을 전부 싣지 못한다. 덕분에 가장 주된 의미나 용법만 간략하게 실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한문을 읽다가 의미가 궁금해서 '''사전을 보아도 무슨 뜻으로 쓰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 언어 학습에 기본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전이 이 모양이니 학습 난이도는 거의 안드로메다급으로 올라가게 된다.
비싼 사전을 구입하거나 외국 사이트를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정교한 한한사전의 경우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며[7] , 종이사전은 정말 쓰기가 번거롭다. 외국어 사이트 역시 자신이 중국어나 일본어등 다른 외국어를 할 줄 모른다면 당연히 무용지물. 다만 외국 사이트 역시 용례와 예문이 매우 풍부하나, 예문에 대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바이두 백과 역시 강희자전이나 기존의 현대에 발간된 자전들을 그대로 가져온 형태가 많아서 거의 대부분이 원문만 있고 번역이 없다. 더군다나 중국 자전이나 사이트의 자료는 중국 고전 백화문[8] 의 용례까지 다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문만을 공부하고자 하기에는 효율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3. 공부하기 좋은 대중매체의 부재 역시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자 장애물이다. 평소 우리가 외국어를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어느 정도 상용어를 암기한 후에는 내용이 있는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며 친근하게 배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한문은 이미 20세기 초쯤에 사어가 됐으므로 이런 현대적 대중매체가 일체 존재하지 않으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학습 텍스트는 유교 경전들이다. 당연히 초심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로운 내용은 없으므로 지루한 경전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고역이다. 독일어를 칸트철학으로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한문으로 된 소설이나 좀더 부드러운 내용의 수필 역시 없는 건 아니지만 상기했듯 20세기 초에 사어가 됐으므로 현대인이 공감하거나 흥미를 가질만한 현대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그나마 이런 글들 학습용으로 편집된 판본은 많지 않고, 오히려 아직까지 번역이 존재하지 않는 책들도 많다.
5. 문체의 다양성
한문은 시대에 따른 언어변화가 섞여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각 시대의 한문 문장을 보면 어느 정도의 시대성을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A는 B이다' 라는 문장은 전국시대 이전 고문헌에선 'A惟B'[9] 로 표현되지만 고전 한문기에 접어들면 점차 'AB也', 'A者B也', 'A爲B' 등의 표현으로 대체되고, 한대 이후의 문헌에선 현대 중국어에서도 쓰이는 표현인 'A是B'마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문은 이렇게 텍스트 내용에 따라 차이가 날뿐만 아니라, 시대마다, 지역(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마다 어휘나 문체가 약간씩 다르다. 그러니까 한문 문체를 정밀히 분석하면 저자의 시대나 국적까지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피휘를 살펴보는 것으로, 피휘당한 문자만 추적해도 문체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저술 시기의 윤곽이 잡힐 정도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기록에는 백성을 뜻하는 글자를 '민(民)' 대신 '인(人)'으로 쓴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당 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었기 때문에 '民'자를 휘하여 '人'으로 쓴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당나라 시기에 쓰인 기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청대 고증학이 밝혀낸 많은 위서들(대표적으로 육도삼략)은 바로 이런 한문의 시대적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유가경전 계통의 한문과 불경 계통의 한문이 언어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기 때문에[10] 전형적인 유가경전이나 불경만 보던 사람들은 다른 계통의 한문 문체를 처음 접하면 해석에 꽤 어려움을 겪는다. 반야심경만 봐도 감이 좋은 사람은 평범한 한문과 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6. 한문과 현대 중국어의 관계
한문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의 중국어, 즉 상고한어를 토대로 한 서면언어지만 오늘날의 중국어는 그 이후 엄청난 변화를 거쳐 형성되었고, 글의 양식도 한문 확립 이후 엄청난 변화를 거쳐 형성된 북경어 백화문을 표준화하여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한문과 오늘날의 중국어는 문법이나 어휘에서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너 어디 가냐?'는 중국어(표준중국어)로는 '你去哪里'[11] 이지만 한문으로는 '汝何往乎'이다.
오늘날 표준중국어와 한문의 차이점의 일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2인칭 대명사로 표준중국어에서는 你를 쓰나 한문에서는 爾나 汝 등을 쓴다. 你가 爾에서 파생된 표현이긴 한데, 구어(口語)적 표현으로 취급하여 한문에서는 안 쓴다.
- '가다'라는 기본 동사로 표준 중국어에서는 주로 去를 쓰나 한문에서는 주로 往이나 行을 쓴다. 한문에서 去는 '떠나다', '떨어져 있다'라는 뉘앙스가 강하고, 표준 중국어에서 往은 '향하다'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 何는 그 자체로 '무엇', '어디', '어째서', '어느'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哪는 그만큼 용법이 다양하지 못하다.
- 중국어는 문장구조가 주어+서술어+목적어이지만, 의문대명사가 목적어에 해당할 경우 한문에서는 의문사가 서술어보다 앞에 온다.
- 중국어는 위의 어순을 충실히 따르지만 한문은 之, 是 등의 말을 이용하여 어순 바꾸기가 비교적 자유롭다. 예: 寡君其罪之恐(☞ 우리 군주는 그 죄를 두려워 하는데~) 何難之有?(☞ 무슨 어려움이 있는가?)
- 중국어는 웬만해선 의문대명사와 의문어기사가 같이 올 수 없으나, 한문은 가능하다.
- 한문은 대다수의 어휘가 한 글자, 즉 단음절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한 글자=한 단어로 보고 해석하면 된다. 그러나 중국어는 두 음절 이상인 어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한문 해석하듯이 풀이할 수 없다. 이는 표준중국어 자체가 문어와 구어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여, 한 음절로만 어휘가 구성될 경우 동음이의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말을 할 때 알아듣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표준중국어는 광동어나 객가어 등 방언에 비해 성조와 발음구성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더 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언어적 차이도 있지만 한문을 통해 접근하는 텍스트들은 현대가 아닌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이 전제되어 있어서 이런 언어외적 맥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당대의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문과 중국어가 완전히 분리된 수준의 언어인 것은 아니라서, 현대 중국어에도 한문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이런 흔적은 고급 수준의 중국어(즉 전문서적 등에서 볼 수 있는 서면형식의 중국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실 한문을 모르면 고급 중국어를 구사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현대중국어 구어에서 '이것'은 '这(這)', 그것' 또는 '저것'은 '那'라고 하지만, 고급 수준의 중국어를 배울 수록 텍스트에서는 각각 '此'나 '其'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和', '跟', '不过(不過)' 등의 접속사도 전문서적에서는 한문에서나 나올 법한 '及', '与(與)', '而', '且' 등의 단어로 대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만 같은 경우 한문식 어투를 쓰는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가령 '단지 ~만 있다'의 '只有~'를 한문투의 '徒具~'로 쓰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이러한 어투들이 구어로 쓰이기도 한다. 관점을 바꿔 보자면 표준중국어에는 한문에서 온 외래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해석도 된다. 가령 '먹다'는 표준중국어로 吃지만, 한문으로는 食이고, 표준중국어에서도 먹는 것과 관련된 단어에 食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자면, 언어적인 측면에서 한문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물고, 설사 구사가 가능하더라도 한문'''만''' 알면서 현대 중국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건 마치 라틴어를 안다고 해서 현재의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문이나 중국어나 한쪽을 잘 알면 다른 쪽을 배우기에 수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별로 안하고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제대로 문헌을 읽을 수 있으려면 한문을 잘 아는 사람이 현대 중국어를 배우고자 할때나 현대 중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 한문을 배우고자 할때나 각자 상당한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7. 연구
한국의 전통 한학(漢學)은 중국의 고증학이나 일본의 고학파(古學派)처럼 "경전을 '''언어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전통"이 역사적으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언어적(문법적인) 분석 없이 무조건 조선시대처럼 사서삼경을 줄줄 외워야[14] 한문에 통달한다고 주장하는 대다수의 한문전문가들도 문제다. 한국은 유구한 한문 전통을 가졌으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한문학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교육이 불가능한 현재에 와서는[15] 중국 고전에 대한 현대적 연구를 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UBC 아시아학과 교수 에드윈 풀리블랭크에 따르면 '고전중국어에는 문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선생님과 텍스트를 함께 읽어가면서 어휘들의 사전적인 의미를 종합하여 구절의 의미를 알아맞히는 일종의 삼투압과 같은 과정만이 이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믿음'은 서구 학계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고 고전중국어 문법은 일종의 '밀교와도 같은 고립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사서삼경 줄줄 외워야 한문에 통달한다는 믿음은 한국 전문가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 양세욱에 따르면 고대 중국인들은 통사론을 중심으로 한 문법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그 때문에 서구 언어학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표준적인 문법서가 없던 것이 이런 믿음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 언어학에 기반을 둔 고전중국어 문법 연구가 매우 발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한문전문가'도 세계 학계의 최신 성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6]
이 같은 인식이 나타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국어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바도 생각할 수 있다. 상고한어, 중고한어 등 옛 중국어에 관한 문서들을 보더라도, 딱히 흔히 '문법' 하면 떠올릴 법한 단어 변화 규칙이 없는 고립어로 존재해 온 게 중국어이다. '고립어'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어는 단어가 변화하지 않고 그 자체로 품사를 달리하거나, 단어의 순서를 통해 의미를 구체화한다. 이 때문에 말 그대로 '주어진 단어를 단순히 나열해 글 짓기' 수준 외에는 문법적으로 접근할 가치가 거의 없었다. 고전 그리스어, 라틴어 등 인도유럽어족은 고대 시절부터 굴절어였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써도 뜻하는 바에 따라 형태가 달라져 왔다. 어형 변화가 음상적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잡고 파고들기 용이했고, 결국 형태론적, 통사론적 분석과 같은 언어학적 탐구가 태동할 수 있었다.
8. 문법
한문/품사론, 한문/문장론 참조.
9. 예문
장문
若予有三日而能開眼,一日則見所愛者之面;二日則見黑夜爲朝之奇;三日則見人來人往之街。夫能見者,誠祝福之大也。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以立方分爲兩立方,或三乘方[18]
分爲兩三乘方,或凡高於二次之冪分爲兩同次冪者,此不可爲也,予覺其理眞妙。不得[19] 書之者,紙窄難容之故也。세제곱수를 두 세제곱수로, 혹은 네제곱수를 두 네제곱수로, 또 일반적으로 제곱보다 큰 거듭제곱수를 동일한 지수의 두 거듭제곱수로 나눌 수 없는데, 나는 이에 대한 실로 놀라운 증명법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걸 여기다 적기에는 책의 여백이 너무 부족하다.
予欲驗夫兒童之暴性由電子遊戱者,試斷電腦之電源。
人者,生而自由,尊而權者,人之所同然也。天賦人以理性良心,人宜視天下諸人爲兄弟,相親相愛。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予惟,國民之心,殊甚憤鬱,無以慰矣,自愧爲此爲大統領,不勝其苦 。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暗不克明,僞不勝眞,實莫沈沒,余等莫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吾等玆宣言我朝鮮之爲獨立國,而朝鮮人之爲自主民。以此告於世界萬邦,而克明人類平等之大義;以此誥於子孫萬代,而使之永有民族自存之正權。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유민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여 인류평등의 대의를 밝히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여 민족이 스스로 존립하는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한다.
10. 들어보기
라틴어와 마찬가지로, 한문의 발음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게다가 그 차이가 라틴어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크다. 물론 한문은 서면어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안 되지만.
논어 낭독. (표준중국어식 발음)
천자문 낭독. (광둥어식 발음)
이백의 시 장진주(將進酒)에 가락을 붙인 것.(대만어 발음)
반야심경 낭독. (객가어식 발음)
반야심경 낭독.(일본어식 발음, 오음) 사실 불경 독송을 제외하면 일본식 한자음으로 한문을 읽는 일은 매우 드물다. 훈독 과정을 거쳐 일본어로 바꿔 읽는 방식이 발달해 있기 때문.
충격과 공포의 '''Let it go 한문판'''.(표준중국어 발음) 물론 팬더빙이다. 대만 뉴스[20] 에도 나온 적이 있다.
11. 기타
위키백과의 언어판 중 '''한문 위키백과'''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