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권주의
1. 개요
'''처분권주의'''(處分權主義)란 소송에 있어서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 절차의 종료를 당사자에게 주어 처분을 맡기는 원칙을 말한다. 처분권주의는 민법의 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이 소송법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처음 민사소송법을 공부할 때에는 처분권주의는 변론주의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처분권주의는 소송물(청구취지)에 관한 것이고, 변론주의는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컨대 원고가 상대방의 유권대리를 주장하며 피고의 책임을 주장하였는데 법원이 표현대리를 인정하여 원고승소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는 처분권주의의 문제는 아니고 변론주의의 문제가 된다. 두 가지의 경우 모두 청구취지는 원고가 피고의 계약이행책임을 구한 것으로 같고, 그 근거(공격방어방법)로서 유권대리이냐, 표현대리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 구분개념
변론주의와 비교하여 처분권주의는 당사자의 소송물에 대한 처분자유임에 반하여, 변론주의는 주장책임, 자백의 구속력, 직권증거조사의 원칙적 금지로서 당사자의 소송자료에 대한 수집책임을 말한다.
다만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는 절차(예를 들면 가사소송 및 필수적 공동소송의 경우)에 있어선 처분권주의가 제한된다.
3. 처분권주의의 예외
처분권주의의 예외로, 당사자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재판할 수 있는 7가지 경우가 있다. 소송'''비'''용의 재판(104조, 107조), 소송'''비'''용 담보제공(117조 2항), '''가'''집행선고 (213조 1항), 판결의 '''경'''정(211조 1항), 추가재판 (212조 1항) [1] , '''배'''상명령 (특례법 25조), 소송'''구조'''(128조 1항)이 그것이다. [2] 또한 형식적 형성의 소 또한 처분권주의의 예외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법원은 형식적 형성의 소에 해당하는 소송에 대해 원고가 판결해 달라는 방법을 묵살하고 직권으로 법원이 원하는 방법으로 판결할 수 있다.
4. 민사소송
4.1. 재판절차의 개시와 종료
4.1.1. 개시
4.1.2. 종료
4.2. 심판의 대상(소송물)
4.2.1. 질적동일
4.2.2. 소송물의 질적 동일에 대한 주요 판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액' 청구는 민법 398조에 근거한 것이고 '손해배상액' 청구는 민법 390조에 근거한 것이므로, 소송물이 다르다는 판례이다. 즉 원고가 손해배상 예정액에 대해서만 청구하였다면 처분권주의에 근거하여 법원은 손해배상액 청구에 대해 심리할 수 없다.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청구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청구는 그 청구원인을 달리 하는 '''별개'''의 청구이므로 손해배상 예정액의 청구 가운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0.2.11 99다49644)
이혼청구에 있어서 이혼사유마다 별개의 소송물이 된다. (대법원 1963.1.31 62다812)
대법원은 일시금의 지급과 정기금의 지급은 소송물이 동일하고 배상 방법만 다르다고 본다. 그래서 위와 같은 판결을 한 것이다.연차적으로 발생할 손해에 대하여 당사자가 치료비 등을 '''일시적으로''' 청구한 경우 법원이 그 '''연차적 지급'''을 명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법리를 위반했다거나 당사자가 청구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판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70.7.24 70다621)
법원은 어떤 토지를 정북에서 정남으로 분할해 달라는 청구[5]
를 배제하고 정서에서 정동으로 분할할 수도 있다. (대법원 1993.11.23 93다41792, 41808)
공유물 분할소송은 형식적 형성의 소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신청한 분할 방법을 법원이 묵살하고 직권으로 분할 방법을 정할 수 있다. 이는 형식적형성의소가 실질은 비송이기 때문이고, 단순히 형식(절차)만 소송으로 하기 때문이다.공유물분할소송에서, 원고가 '''현물'''분할을 청구하여도 '''경매'''에 의한 가격분할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1993.12.7 93다27819)
4.2.3. 양적동일
4.2.3.1. 양적상한
금전채권의 경우, 우선 원금과 이자는 별도의 소송물이다. 그리고 이자채권의 소송물은 원금, 이율, 기간 3가지의 '''인자'''[6] 로 구성되는데, 원고의 이자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3개의 인자 중 어느 것에서나 원고의 주장보다 넘어서면 처분권주의 위반이다.[7]
또 원고가 일부청구를 한 경우에 원고에게 과실이 있으면 '''과실상계'''를 해야 하는데, 이에 관하여 내측설, 외측설, 안분설, 의사설이 있으나, 판례는 '''외측설'''을 취하고 있다. 외측설에 대한 설명은 외측설을 채택한 다음의 판례로 대체한다.
외측설의 법리는 일부청구에 대하여 반대채권으로 상계할 때에도 적용되며[9] , 손해액의 일부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부'''공탁'''한 경우에도 배상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전'''손해액을 기준으로 한다.[10]한 개의 손해배상청구권 중 '''일부'''가 소송상 청구되어 있는 경우에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전액'''[8]
에서 과실비율에 의한 감액을 하고 그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잔액을 인용할 것이고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구의 전액을 인용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부청구를 하는 당사자의 통상적 의사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76.6.22 75다819)
4.2.3.2. 일부인용
그렇다면 단순인용청구에 대하여 선이행의무이행판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원고가 자신소유 주택의 근저당등기말소청구를 하였는데, 그 피담보채무의 변제를 주장하며 말소청구를 구하는 경우에 심리결과 그 피담보채무가 변제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원고의 피담보채무 변제 선이행(후 근저당등기말소)판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피담보채무의 부존재를 주장하였다면 그러한 선이행판결은 처분권주의에 반한다.
4.2.3.3. 양적 동일의 일부인용에 대한 주요 판례
'''전부'''의 소유권확인청구에는 '''지분'''에 대한 소유권확인의 취지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원고청구를 '''일부'''인용할 수 '''있'''다.
(대법원 1995.9.29 95다22849,22856)
예를 들어보자. A가 건물을 짓고 싶어 건축가 B와 건축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는 건축이 완료되었는데도 공사대금 10억원 중 4억원만 지급하고 6억원은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B는 잔금 6억원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했다. 이에 A는 "나는 4억원은 지불했다"라며 B에 대해 4억원에 대한 유치권부존재청구를 하였다. 이때 B는 6억원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가지기는 하지만, '''담보물권의 불가분성''' 원칙에 근거하여 건물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진다. 그러므로 법원은 A에게 청구기각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면 안되고 A에 대해 10억원 중 6억원에 대한 '''일부패소''' 판결을 해야 한다는 판례이다. 이는 법원이 건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특정해줘야 A의 채권자들이 해당 건물에 대해 경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이 "이 건물은 10억원짜리이고 A는 4억원 만큼은 유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 라고 선고해주면 채권자들이 그 판결을 근거로 4억원에 대해서는 건물 경매를 통해 채권회수를 할 수 있다. 이후 낙찰자는 6억원만 B에게 지급하면 그 건물을 매수할 수 있다.[12]'''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의 심리 결과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주장하는 금액의 '''일부만이'''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유치권 부분에 대하여 '''일부'''패소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3.10 2013다99409)
지연손해금이란 연체이자를 말한다. 약정지연손해금은 계약 체결 당시 "연체하면 n% 지연손해금 내겠다"라고 상호 합의하여 발생한 금액이고 법정지연손해금은 지연손해금의 이율(이자율)을 정하지 않았을 때 법률에 정한 이율에 따라 발생한 지연손해금이다.[13] 이 판례는 원고가 약정지연손해금만을 청구하였는데 어떤 이유로 약정이율이 인정되지 않았다면,[14] 청구기각을 해야 하는게 아니라 법정지연손해금이라도 지급하라는 판결 (=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다.'''약정'''지연손해금의 청구에 '''법정'''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백하게 청구하고 있지 않더라도 약정지연손해금의 청구에 법정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약정'''이율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대법원 2017.09.26 2017다22407)
'''적극적 석명'''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유일한 판례이다.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A소유 나대지[15] 를 B가 임차하여 '''B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 X건물을 지었다.''' 토지 임대계약이 만료되었는데도 B가 퇴거하지 않자 A는 B에게 임대계약의 해지를 이유로 하여 건물의 철거와 토지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B는 A에 대해 '''건물매수청구권'''의 항변을 하여 인용되었다.토지임대차 종료시 임대인의 건물'''철거'''와 '''대지인도'''청구에는 '''건물매수대금지급'''와 '''상환'''으로 건물'''명도'''를 구하는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환이행판결은 허용되지 '''않'''으나 법원은 청구취지의 변경에 관하여 '''석명의무가 있다.'''
(대법원 1995.7.11 94다34265)
원칙대로라면 A는 건물철거 + 토지반환 청구만을 하였으므로 처분권주의에 입각하여 청구기각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A는 소송을 다시 한번 해야 하므로 소송경제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법원은 원고에게 '''상환이행청구'''[16] 로의 '''청구취지의 변경'''을 하도록 적극적 석명을 해야 한다는 판례이다.
민법 406조 채권자취소권의 소송물은 1) 사해행위 취소 2) 원상회복 2가지 뿐이다. 그러므로 '''원물'''을 반환하라는 청구와 '''가액'''배상을 하라는 청구는 소송물이 다른 게 아니라 '''공격방어방법'''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원고가 원상회복청구만 했더라도 가액배상판결을 내릴 수 있다. 이때 가액배상을 받는 상대방은 '''채권자'''여야 한다.[17]'''채권자취소소송'''에서 사해행위의 '''전부'''취소와 '''원상회복'''청구의 주장에는 사해행위의 '''일부'''취소와 '''가액'''배상청구의 주장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상회복으로 물건인도'''만''' 구하여도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001.9.4 2000다66416)
한편 '''현재'''이행의 소에서 심리결과 원고에게 '''청구권이 존재하나 이행기의 미도래, 조건미성취'''의 경우에는 바로 기각할 것이 아니라,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고 원고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 '''장래'''이행의 소로서 '''일부인용''' 판결을 한다.
채무자가 "난 돈 다 갚았으니 저당권등기 말소해달라!" 라고 청구했는데 알고보니 갚지 않은 잔채무가 있다면, 법원은 청구기각을 할 게 아니라 "채무자 승소해줄게. 대신 잔채무를 마저 변제해야 말소등기 해준다" 라고 일부인용판결을 해야 한다는 판례이다.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의 경우 '''잔채무'''가 있다면 '''잔채무의 선이행을 조건으로 청구인용'''해야 한다.
(대법원 1996.11.12. 96다33938)
("나는 빌린 돈 다 갚았다"가 아니라) 원고가 "난 돈을 빌린적도 없다" 라고 주장하며 저당권말소청구를 했다면, 법원은 돈 갚을 것을 조건으로 일부인용판결을 할 수는 없다는 판례이다.원고가 피담보채무가 발생하지도 않음을 전제로 등기말소를 구하는 경우에는 채무이행을 조건으로 등기말소를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 1991.4.23 91다6009)
"A라는 물건을 달라" 라는 이행청구와 "A를 줄 수 없을 때에는 B를 대신 달라" 라는 대상청구를 함께 한 경우, 원고의 이 두 청구에는 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A를 원고에게 주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 이행불능) A의 금전적 가치 + 이자[18] 를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전보배상판결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판례이다. 따라서 변론종결시까지 이행불능상태라면 법원은 원고에게 전보배상판결 인용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 '''집행불능'''과 '''이행불능'''은 별도의 개념이므로 이행불능되었다고 해서 집행불능시의 대상청구에 대해 인용판결을 할 수는 없다.목적물의 '''인도'''청구와 집행불능시의 '''대상'''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청구에는 변론종결시까지 '''이행불능'''이 되면 '''전보배상판결'''을 받으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변론종결시까지 이행불능이 되면 인도청구는 물론이고 대상청구도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대법원 1969.10.28 68다158)
4.3. 위반의 효과
처분권주의 위반판결은 부적법한 판결로 당연무효의 판결은 아니고, '''상소의 이유'''가 된다. 재심의 사유는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