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留置權(漢), Lien(美), Retentionsrecht(獨)
1. 개요
1.1. 유치권의 과실수취권
2. 처분권주의와 관련된 판례


1. 개요


유치권이란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 8가지 물권 중 하나로,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점유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한 채권의 전부를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해 둘 수 있는 담보물권이다. 민법 제2편 제7장 이하 제320조부터 제328조까지[1]에 규정되어 있다.
거리를 지나다니다 어떤 건물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팻말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건물은 본래의 용도로 이용되지 않고, 문이 잠겨 들어갈 수도 없다. 이런 경우는 대개 공사대금 관련 문제로, 채무가 오랫동안 변제되지 않아 채권자가 그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건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건물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유치권 행사 표시를 해 두고 최소한의 관리인원만 배치한 후 문을 잠궈 두는 것이다.
채권자가 유치권을 행사하여 물건을 점유하면 채무자의 변제를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물건은 내가 갖고 있을 테니 돌려받고 싶으면 빨리 빚을 갚으시오." 저당권, 질권과 다르게 우선변제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법적으로는 변제순위에서 밀린다. 그러나 유치권의 강점 중 하나가 유치 한 물건이나 부동산의 소유자가 바뀌어도, 즉 채무자가 누구든 간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채권을 만족하기 전까지 유치권을 행사해도 무방하므로 사실상 우선변제권이 있다.
'유치'한다는 것은 목적물의 점유를 계속해서 그 인도를 거절하는 것이므로, 유치권은 어디까지나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하여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으로 강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인도 거절에 필요한 범위에서의 행사만이 허용될 뿐이다. 예를 들어, 카센터에 자동차 수리를 맡긴 손님이 수리비를 내지 않았다면, 카센터 주인은 손님이 수리비를 낼 때까지 수리를 맡긴 차를 손님에게 돌려주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게 바로 유치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카센터 주인이 손님으로부터 유치한 자동차를 보고 "오오 이거 짱 멋있는데, 내가 타고 다녀 봐아지"하고 그 차를 몰고 다닌다면, 이것은 '인도 거절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이 경우 그 손님은 '유치권자가 소유자의 승낙을 얻지 않고 그 물건을 사용할 때는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324조 2항·3항)'는 규정에 의해 카센터 주인이 손님의 자동차에 행사 한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건물의 경우에도 물론 마찬가지다. 건물의 유치권자는 유치권 행사 기간 동안 점유만 하고 있어야지, 유치권을 행사하는 건물을 이용해서 원 소유자의 허락없이 마음대로 영업을 한다면 유치권의 올바른 행사라고 간주할 수 없다. 다만, 324조 1항에 의거하여 유치권자는 유치물의 보관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가 요구되기 때문에 324조 2항의 단서조항으로 보존에 필요한 사용에 대해서는 굳이 소유자의 승낙을 얻을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카센터의 예를 들자면, 손님이 수리비를 낼 때까지 차고에 보관해 두기 위해 손님으로부터 유치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거꾸로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보관하는 데 들어간 통상의 비용은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제325조 제1항). 쉽게 말해 보관료 말이다.
유치권은 점유로 인해 발생하기에, 점유가 중단될 경우엔 유치권은 소멸한다. 여기서 점유는 반드시 본인이 할 필요는 없고, 제3자가 해당 목적물을 점유하고 유치권자가 제3자를 통해 간접점유하는 것도 점유로 인정되나, 만약 간접점유자가 채무자라면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세론(細論)으로 들어가면 복잡하다. 점유권을 참고하자.
유치권에는 견련성(牽連性)[2]이 존재하여서, 자기 손에 채권이 발생한 목적물이 아닌 채무자의 다른 물건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가령, 카센터 손님이 기아 프라이드의 수리를 받았으나 아직 수리비를 지불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한 손님이 이번엔 기아 K5의 수리를 요구한 뒤 K5에 대한 수리비는 지불한 경우, 카센터 업주는 프라이드의 수리비가 미납되었음을 이유로 K5와 프라이드 모두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할 수는 없고 프라이드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유치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여러 건의 채권채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부를 지급하였을 때 '''"어떤 채권채무를 납부한 것인가"''', 즉 "지정변제충당"이란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복잡하다. 언뜻 생각했을 때 "K5의 수리비를 납부한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두 차량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면거래의 상황에서 명백히 K5 수리비에 대해 결제를 요청하고, K5 수리비에 대해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면 당연히 변제자가 변제 받는 사람에 대하여 어떤 용도(여기서 K5 수리비)로 결제를 했음을 지정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카센터에 이미 안 준 돈이 있는 사람들이 지급을 꺼리고, 금전거래에 큰 혼란이 있지 않겠는가? 설령 "고객님 K5 수리비 결제해드리겠습니다." 하고 카드를 내지 않고, 그냥 수리비를 파악하고 계좌이체 한 경우. 예를 들어 프라이드 수리비 10만 원, K5 수리비가 1만 원인 상황에서 대면거래를 하지 않고 수리센터의 계좌로 1만 원을 입금했다면 그것 또한 사회통념상 K5 수리비에 대해 변제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만약 1만 원도 아니고 모호한 금액을 '''변제자가 지정하지 않고 입금했다면?''' 변제자의 결정이 없다면 다음 순서로 채권자가 어떤 돈을 먼저 갚은 것인지 지정할 권한이 있다. 물론 채권자가 변제자가 안 골랐다고 신나서 마음대로 하면 안되고, 자기가 받은 돈을 어떤 채무에 갚은거로 처리를 하겠다고 돈 갚는 변제자에게 알려야 하고, 즉각적인 이의제기가 안 들어오면 채권자 뜻대로 확정된다. 그것도 안 되었고, 그냥 돈 받은채로 채권자는 '이 돈 어디에 쓴 거지?' 하고 있고, 변제자는 '아무것도 몰라요~'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면 나중에 법정변제충당이란 민법상의 기준에 따라서 그 돈이 어디에 변제되었던 것인지 '''추정'''한다. 돈 갚을 날인 것이 1순위, 전부 돈 갚을 날이거나 돈 갚지 않을 날이면 갚는 거로 처리했을 때 변제자에게 가장 이득이 돌아오는 게 2순위, 이행기가 가장 먼저인 것이나 먼저 도래할 채무가 3순위.
종종 주택임대인이 임차보증금 혹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목적물에 대해 임차인이나 전세권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판례상으로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및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원인으로 한 유치권은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다[3]. 이는 우리 법원이 임치보증금채권과 임차물, 전세채권과 전세물 사이에 견련성(바로 위의 섹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부속물매수청구권이나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인정한다. 해당 목적물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기 때문.
유치권은 저당권의 경우의 등기 설정 등과 같은 행위없이 견련성이 있는 물건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아주 손쉽게 성립되는 강력한 담보물권이다. 이런저런 부작용도 있어 등기된 부동산에 한해서는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하자는 민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하였다[4].
동시이행의 항변권(동법 제536조 제1항)과 유치권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자가 쌍무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만 주장할 수 채권적 권리인데 반해 후자는 물권이므로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다. 세탁소의 예를 다시 들어보면 주인은 세탁비 채무자에게는 유치권과 동시이행의 항변권 모두를 행사할 수 있지만, 세탁비 채무자의 세탁물을 압류하려는 또 다른 채권자들에 대해서는 유치권만을 행사할 수 있다.

1.1. 유치권의 과실수취권


유치권자에게는 점유하고 있는 유치물의 과실에 대한 과실수취권이 인정된다(민법 제323조). 이러한 과실수취권은 소유권의 취득도, 유치권의 취득도 아니며, 유치권의 효력으로서 인정되는 우선변제권이라 할 것이다. 유치권에서는 법률상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상의 우선변제권만을 인정하는 법리에 따르면 법률상 우선변제권이라고 할 수 없으나, 남효순의 유력설에 따르면 유치권자의 과실수취권이 법률상 우선변제권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남효순의 로스쿨 민법 교재 역시 유치권자의 간이변제충당에 의한 우선변제권과 과실수취권을 유치권의 법률상 우선변제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치권자의 간이변제충당에 의한 우선변제권과 과실수취권은 유치물의 반환거절에 의한 채무이행의 간접강제 이상의 효력을 우리 민법이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치권자의 과실수취권을 규정하는 제323조가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할 때의 '먼저'가 질권자마저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다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저당권의 우선변제권 역시 다른 선순위권리자들이 배당을 받은 후에 변제를 받는 것이지만 여전히 우선변제권이라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유치권의 과실수취권(민법 제323조)는 사실상의 우선변제권을 넘어 법률상의 우선변제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2. 처분권주의와 관련된 판례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의 심리 결과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주장하는 금액의 '''일부만이'''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유치권 부분에 대하여 '''일부'''패소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3.10 2013다99409)

예를 들어보자. A가 건물을 짓고 싶어 건축가 B와 건축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는 건축이 완료되었는데도 공사대금 10억원 중 4억원만 지급하고 6억원은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B는 잔금 6억원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했다. 이에 A는 "나는 4억원은 지불했다"라며 B에 대해 4억원에 대한 유치권부존재청구를 하였다. 이때 B는 6억원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가지기는 하지만, '''담보물권의 불가분성''' 원칙에 근거하여 건물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진다. 그러므로 법원은 A에게 청구기각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면 안되고 A에 대해 10억원 중 6억원에 대한 '''일부패소''' 판결을 해야 한다는 판례이다. 이는 법원이 건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특정해줘야 A의 채권자들이 해당 건물에 대해 경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이 "이 건물은 10억원짜리이고 A는 4억원 만큼은 유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 라고 선고해주면 채권자들이 그 판결을 근거로 4억원에 대해서는 건물 경매를 통해 채권회수를 할 수 있다. 이후 낙찰자는 6억원만 B에게 지급하면 그 건물을 매수할 수 있다.[5]

[1] '''제320조 유치권의 내용''' ①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 ② 전항의 규정은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 적용하지 아니한다.[2] 사물 상호간에 연결되어 있는 의존성.[3] 대법원 75다1305[4] 법무부 입법예고 공시[5] 물론 낙찰자는 어찌됐든 10억원을 써야 하긴 한다. 하지만 경매가 항상 그렇듯 10억짜리 건물이 15억으로 올랐어도 낙찰자는 10억으로 이 건물을 매수할 수 있다. (시세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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