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퍼제어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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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된 회로도는 전원을 초핑해서 코일의 역기전력을 이용해 전압을 승압시키는 DC-DC 승압 회로다.
초퍼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뭔가를 잘게 써는 큰 칼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초퍼 소자를 이용해 전원을 매우 짧은 주기로 ON OFF 시킴으로써[1] 말 그대로 잘게 썰어 공급하여 임의의 전압과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전원 제어 기술이다. 기존의 저항을 통한 전원 제어법에 비해 손실과 발열이 적어 무척 효율적이고 전력의 제어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전동기 제어나 DC-DC 컨버터, AC-DC 어댑터 등 여러 분야에서 대단히 광범위하게 쓰이며 현대 전원장치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이렇게 유용한 기술임에도 오늘날에는 상당히 듣기 힘들어진 말인데 왜냐하면 사실상 초퍼라는 단어 자체가 고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이상 된 매우 오래된 장비가 아니고서야 초퍼라는 단어는 더 이상은 찾아보기 힘들며 요즘은 이러한 동작을 하는 회로를 스위칭 컨버터라고 부른다. 그래서 스위칭 동작을 하는 회로는 전부 초퍼 회로라고 불러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초퍼제어라는 기술 자체는 입출력이 DC든 AC든 가리지 않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AC-DC나 AC-AC보다는 보통 DC-DC나 DC-AC 구성에 많이 쓰였다. AC 전원은 변압은 변압기, DC 변환은 정류 회로라는 단순하고 훌륭한 수단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퍼를 동원하지는 않는다. 굳이 초퍼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DC 전원으로 뭔가를 하는, 특히 DC-DC 구성의 장비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초퍼제어 전동차가 있겠다.
VVVF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초퍼제어는 말 그대로 전원을 초핑해서 써먹는다는 의미고 VVVF는 교류를 출력할 때 전압과 주파수를 어떤 방법으로든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초퍼제어를 기반으로 VVVF가 등장하게 된 것이고 실제로도 거의 모든 VVVF 시스템은 전원을 초핑해서 교류 전동기를 굴린다. 단지 출력 전압이 직류처럼 일정하게 가는 게 아니라 교류로 작용하기 위해 연속적인 변화가 있을 뿐이다.
2. 철도에서의 초퍼제어
기존의 저항제어는 공급된 전력의 일부를 열로 갖다 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1960년대 이후 철도 업계는 점차 고성능 전동차를 원하기 시작했는데, 저항제어로 고성능 전동차를 만들자니 전력 효율이 극악이었다. 유명한 사례가 바로 1957년에 등장한 일본국유철도의 101계 전동차. 통근형 전동차 주제에 100km/h 급과 우월한 가감속 성능을 보인 반면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전 차량에 모터를 박아야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결국 1963년 조금 타협을 본 103계 전동차가 등장했다. 따라서 저항제어 자체를 포기하고 다른 방식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막 상용화가 시작된 반도체 소자를 철도에 적용시키게 되었다.
철도에도 반도체 소자가 도입되면서 초퍼제어를 응용한 전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항제어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소자를 이용하지 않는다. 교류에는 주파수라는 개념이 있어 이를 위해 VVVF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직류전동기 전동차와 교류전동기 전동차는 각각 초퍼제어 전동차, VVVF 전동차로 명칭이 갈리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전동차에는 주로 주 제어회로에 사이리스터를 사용하는 사이리스터 초퍼 제어방식이 많이 사용되나 일본 등에서는 저항제어의 주 제어회로에 부가적으로 쵸퍼제어등을 사용하여 회생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계자첨가여자제어나 계자쵸퍼제어 기술등이 1990년대까지 사용되었다. 이는 사이리스터 초퍼 제어보다 차량 비용 및 보수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회생제동의 사용이 가능한 점 때문에 205계 전동차를 비롯한 각 운영회사의 통근형 전동차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초퍼제어 기술 자체는 1968년 도쿄메트로 6000계 전동차 1차 시작차에서 철도차량으로써는 처음으로 선보였으나, 양산차는 1970년에 영업운전에 투입된 한신전철 7001/7101계 전동차가 시초이며, 양산차로써 회생제동이 가능한 초퍼제어는 1971년에 영업운전에 투입된 도쿄메트로 6000계 전동차 양산차량이 시초다. 다만 1970년대 초 반도체의 가격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1980년대 초중반까지도 반도체는 꽤나 비싼 가격대를 유지했고, 결국 일본의 많은 철도사업자들은 저항제어랑 쵸퍼제어를 섞어버리게 된다 (…) . 물론 돈 많은 사업자나 정부 요구로 차량이 개발된 국내의 차량들은 예외.
이렇듯 초퍼제어는 1970년대에 상용화된 오래된 기술이다 보니 현재 대한민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철도 운영자들은 초퍼제어 전동차 도입을 하고 있지 않으며, 거의 다 VVVF 전동차를 도입하는 추세다. 또한 2016년 5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내에 운영 중인 초퍼제어 전동차의 대수선 및 교체 작업을 하려면 새로운 소자가 필요한데, 미쓰비시, 히타치, GEC 등 초퍼 사이리스터를 생산하는 기업이 대부분 초퍼 사이리스터를 단종시키면서 퇴역하는 초퍼제어 전동차 편성에서 쓸만한 소자를 때어내어 보유하지 않는 한 부품 수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 2000호대 초퍼제어 전동차는 2020년 11월 말을 끝으로 퇴역하였고, 서울교통공사 3000호대 초퍼제어 전동차는 잔여 내구연한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내구연한 연장 검사를 받지 않고 폐차될 예정이다. 다만 부산교통공사 1000호대 전동차 중 일부는 VVVF-IGBT로 개조한 다음 내구연한 연장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저항제어 방식의 경우는 반도체 소자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캠축 같은 기계적인 제어를 통해 저항치를 조절시켜 속도를 제어하므로 이에 대한 부품수급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1000호대 저항제어 전동차의 경우는 내구연한 연장 판정을 받아서 전장품을 전부 신품으로 교체하여 퇴역 전까지 운행하였다. 즉 32비트에 밀려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도태되는 와중에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널리 쓰이는 이유와 똑같다. 초퍼제어보다 오히려 저항제어가 간단하고 저렴하여 부품을 리버싱하기도 쉽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 1000호대 전동차는 부품이 단종되지 않았음에도 상술했듯 전력 효율이 좋지 않은 단점으로 인해 잔여 사용완료기간이 도래하는 시점인 2020년에 전량 퇴역하였고, 폐차될 예정이다.
[1] 이러한 동작을 초핑이나 스위칭이라고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