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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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으로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서지현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투 운동을 연 결정적인 인물들 중 하나이다.
군인인 아버지[1] 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대학 2학년이던 198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내시위에 가담하여 관악서에서 구류 10일을 살고 1년간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대학졸업 후에 반독재투쟁을 위해 만들어진 비합법조직 '제헌의회그룹'의 사회주의 원전 번역팀에 들어가 칼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물을 공동번역하기도 했으며, 칼 마르크스의 저작 《자본론》을 《자본 1》(이론과 실천사)로 번역 출간하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소비에트 정권의 붕괴와 공산주의의 몰락을 경험하면서 최영미는 거대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회의를 품게 되었고, 자신의 안과 밖에서 진행되는 심각한 변화를 글로 표현하려 노력하였다.
1992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속초에서」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94년 문단 및 대중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내고, 그 이후 시인과 소설가 및 미술 평론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2017년 시 [괴물]로 문단의 거목 고은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시인에서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2. 활동
1994년 간행된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언어, 일상의 언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정확한 비유, 자본과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문단을 넘어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집은 출간되자마자 세대를 초월해 폭넓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1994년 한 해 동안 50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우는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이후에 계속 시집을 발간하여 현재까지 6권의 시집을 냈다. 최영미의 시들은 남녀의 사랑, 가족의 사랑, 스포츠 그리고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풍자를 하면서 독자적인 시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너무나도 성공적인 첫 시집 때문에 이후의 시들이 좋은 작품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경향도 있지만, 2006년 이수 문학상 수상(<돼지들에게>)과 201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반기 우수문학도서 선정(<이미 뜨거운 것들>)으로 미루어볼 때 최영미 시의 작품성이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4년에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이 시집은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2] 2015년 11월 21년 만에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이 시집은 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의 반성적 성찰이라는 내용 외에도 대단히 직설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언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것을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중략)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詩 '마지막 섹스의 추억' 가운데서 발췌)
서울대 출신에 학생운동 전력이 있으며, 상당한 미모를 갖췄다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그녀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고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당시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일부 평론가와 독자들은 그 시집에 대해 '운동권 추억담의 상업적인 재생산'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그 시집이 제기한 80년대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간과할 수 없는 문학적 성취임이 분명하다.새로운 시간을 입력하세요/그는 점잖게 말한다//노련한 공화국처럼/품안의 계집처럼/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준비가 됐으면 아무 키나 누르세요/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
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런 과거를 지워준다/깨끗이, 없었던 듯, 없애준다//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친구보다도 낫다/애인보다도 낫다/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이게 사랑이라면/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 (詩 'Personal Computer' 가운데서 발췌)
2005년 첫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변신했다. 그 뒤로 '청동정원' 등의 장편소설을 썼고, 산문집 '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일기',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등을 썼다. 또한 미술과 축구에 관한 여러 권의 산문집도 발표하는 등 폭 넓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3. 사건/사고 및 폭로
2020년 2월 11일 <돼지들에게>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백기완 후보 캠프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일부 언론사에서 "최영미가 백기완 선생을 성추행자로 지목했다"는 허위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저를 성추행한 사람은 백선생이 아니라 저와 비슷한 또래의 활동가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잘못된 기사를 보고 그 당시 캠프에서 같이 일했던 남자활동가 A가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백선생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며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백선생의 딸이 곤혹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선배 언니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잘못 말하지 않았으나, 잘못 나간 기사로 백선생님의 이름이 성추행과 함께 언급되어 그분과 그 가족에게 고통을 주었기에, 그 일을 사과한 것입니다.
백기완 캠프에서 일했다는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하는 A는 (우리 둘다를 아는 선배언니를 통해) 제게 성추행이 있었다는 증거를 대라며 (제가 그를 성추행범으로 지목한 것도 아닌데) 최영미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인터넷 신문에 글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일이 시끄러워졌고, 본의 아니게 백선생님에게도 누를 끼치게 되어, 해당 언론에 허위 기사를 내려달라 요구하고 (전화번호를 모르는 언론사에는 우체국 내용증명까지 보냈어요!) 백선생에게 사과한 것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잘못 말한 것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선거운동캠프에서 추행이 벌어졌으면 백 선생님도 조금 미안해해야 하지 않나요? 사과할 사람은 피해자인 제가 아니라 가해자인 B 이며, 그 사실로 저를 겁박한 A 아닌가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는데 구성원들도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A가 인터넷 매체에 내보내겠다고 한 글, 그냥 내보내게 놔둘 걸...나중에 후회했답니다. 억울해서.
- 최영미 페이스북 게시글 인용
3.1. 호텔 객실 요청 논란
2017년 9월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를 해줄 테니, 1년간 객실을 제공해달라."라는 요청 메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장난이 아니고 진지한 제안" 이라고 하였으며 "꼭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그냥 호텔은 안 된다. 수영장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도 하였다. "본인의 로망이 미국의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도로시 파커는 1920년대 당시 알곤퀸 호텔에서 묵었으며, 당시 미국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그룹인 '비셔스 서클'(Vicious circle)이 주도한 비공식적 작가모임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Algonquin Round Table)의 창립멤버이다.
3.2. 시 '괴물'
2017년 종합인문교양 계간지, 계간 『황해문화』 97, 겨울호는 특집과 창작 작품, 문화비평, 포토에세이 등 모든 꼭지를 페미니즘으로 기획하였고 최영미에게 시를 청탁하였다. 이에 최영미는 고은을 사실상 지칭하며 문단내 성추행과 성폭력을 폭로하는 시 "괴물"을 기고하여 미투 운동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로 미투 운동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JTBC는 최영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JTBC는 시 ‘괴물’을 소개하며 최영미와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방영하였다.[3]
고은에 대한 최영미의 증언은 문화 예술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영역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성추행과 성폭력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일각에서는 앞으로 그와 같은 폐해를 일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괴물'''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하나
서울시는 우리나라 미투 운동을 이끈 공로로 최영미에게 2018년 성평등상 대상을 수여하였다.
고은은 최영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한후 항소를 포기하였다.
3.3. 성추행 가해자, 단순 비교로 옹호?
2021년 1월 29일 시사저널 기고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받는 두 정치인을 비교, 박원순은 비겁했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정직했다라는 말로 가해자를 단순 비교함으로써 한쪽을 옹호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4. 작품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발표하여 그 해 50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 세움.
그 이후 다섯 편의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발표.
2005년 1970년대 서울 변두리의 가족사를 다룬 첫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2005년) 출간.
2014년 1980년대 청춘의 방황과 좌절을 다룬 자전적인 소설 『청동정원』(2014) 출간.
삶과 여행, 그리고 예술에 관한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이 있고 미투 이후 [아무도 하지 못한 말]를 펴냈으며, <Francis Bacon in Conversation with Michel Archimbaud>를 한글로 번역해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과의 대화>(1998,도서출판 강)이란 제목으로 출판, 외국시를 번역하여 소개한 [내가 사랑하는 시] [시를 읽는 오후]가 있다.
5. 수상
인간의 조건을 풍자적인 언어로 파헤친 시집 <돼지들에게>로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이수문학상의 수상 이유: “최영미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이유를 구현한다.”(유종호)
이수문학상 심사평: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진정성과 언어의 조탁이 돋보인다.”(신경림)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도서로 선정.
플로리다 대학교수인 제임스 킴브렐(James Kimbrell)과 유정열이 공동번역한 3인 시집 <현대한국의 세 시인: 이상, 함동선, 최영미 Three Poets of Modern Korea: Yi Sang, Hahm Dong-seon and Choi Young-mi> (2002,Sarabande books)이 2004년 미국번역문학가협회상(ALTA:American Literary Translators Association Award)의 최종후보에 지명되었다.
6. 기타
최영미는 인하대학교와 강원대학교에서 시 창작을 가르친 바 있으며, 그녀의 글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시 여러편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고등검정교과서 문학(지학사 2014년)에 최영미의 시 ‘선운사에서’, 고등인정지도서 문학(창비사 2012년)에 ‘지하철에서 2’, 고등검정지도서 작문(학연사 2012년)에 <시대의 우울> ‘쾰른’편이 수록되었다.
세 명의 작곡가-이건용, 김대성 그리고 안치환-가 최영미의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서울오페라단 단장인 이건용이 작곡하고 전경옥이 노래한 아트 팝 &클래식 음반 <혼자사랑> (1998)에 최영미의 시를 노랫말로 삼은 ‘선운사에서’,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슬픈 카페의 노래’, ‘북한산에 첫눈 오는 날’의 4곡이 포함되었다.
무형문화재인 국악인 강권순의 창작가곡집 <첫마음>(2007)에 최영미의 시를 김대성이 작곡한 '선운사에서’가 수록되었고, 안치환의 10집 앨범인 <오늘이 좋다>(2010)에 안치환이 작곡한 노래 ‘선운사에서’가 실렸다.
축빠다. 맹렬한 축구팬인 그녀는 2006년 Die Tageszeitung에서 발행한 독일월드컵 특집호 <taz journal Mai 2006>에 한국 축구에 대한 글을 기고했고, 2011년 축구 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2011년 국회도서관 홍보대사로 위촉되었고, 2012년-2013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나눔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작품활동보다는 성 관련 이슈 등으로 주목 받으며 작가에서 사회운동가로 변신에 성공했다.[4]
창작 활동으로 한국 문단의 오래된 성폭력 관행을 폭로하고 한국의 미투 운동을 불지핀 업적으로 최근엔 성평등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 초청되어 연자로서도 활동하여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