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핑 현상

 

자동변속기 차량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자 현상. 자동변속기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잘 활용하면 운전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이 되기도 한다.
'Creep'는 영어로 '살금살금 움직이다', '살살 기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크리핑 현상은 단어 그대로 액셀러레이터 조작을 하지 않았음에도 차가 포복을 하는 것 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물론 무작정 차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주행 모드인 D, 3, 2, L같은 모드에서만 생긴다. N(중립)에서 차가 움직인다면 차가 완전한 정차 상태가 아니거나, 평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선다는 매우 당연한 이치를 벗어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동변속기가 토크 컨버터라는 부품을 쓰기 때문이다. 토크 컨버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유체를 이용하여 동력을 단속하는 역할을 하는데, 브레이크를 잡게 될 경우 토크 컨버터와 변속기 사이의 동력 전달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입력측(엔진-토크 컨버터)에서는 Idle 상태에서도 계속 동력이 전달되고 있어 브레이크를 잡지 않는 경우 이 동력이 반대편에 전달이 되어 조금씩 차가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크리핑 현상은 토크 컨버터가 있기에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이다. 크리핑 현상은 토크 컨버터가 없는 차량에서는 이론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즉, 수동변속기는 물론이고 듀얼 클러치 변속기전기자동차같은 것에서도 생기지 않으므로 이런 차량만 조작하던 사람이 자동변속기 차량을 몰게 될 경우 잠시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 크리핑 현상 때문에 자동변속기 차량은 정차중에는 반드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어야 하며,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려면 기어를 P 또는 N으로 옮긴 뒤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이걸 모르거나 주의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앞으로 스르륵 기어가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인천외고 운동장 교통사고이다.
이렇게만 적으면 자동변속기 특유의 현상이자 혼란의 원흉이라는 생각만 들기 쉽지만, 크리핑 현상은 자동변속기 차량의 운전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차량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 만큼 정체 상태에서는 불필요한 액셀러레이터 페달 조작 없이 브레이크의 조작만으로 차를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 몸의 피로가 줄어든다. 그렇지 않아도 수동변속기는 클러치 조작을 따로 해야 하는 만큼 발의 피로가 빠르게 오는데, 정체 상태에서는 그 조작도 훨씬 늘어나 부담이 커진다. 자동변속기를 '재미 없는 운전', '비효율적인 변속기'라고 까는 몇몇 수동변속기 운전자들도 명절 고속도로나 출퇴근 시간의 시내처럼 정체가 보통 긴 것이 아닐 때는 자동변속기 차량을 부러워하게 된다.[1] 또 주차를 할 때도 브레이크 조작만 신경쓰면 되니 훨씬 편하다. 이외에도 멈춰있던 차를 출발할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마자 액셀을 밟기보다는 크리핑 현상을 이용해 천천히 가속을 준 다음에 액셀을 밟으면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며, 경사로에서는 약간의 밀림 방지 효과를 줄 수 있어 밀림 방지 장치가 따로 갖춰지지 않은 차량을 운전해도 수동변속기 차량처럼 급격한 밀림을 느끼지는 않는다.
크리핑 현상이 비록 자동변속기의 부수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하나의 운전 기술로 자리잡을 정도로 운전자에게 편한 기술인 만큼 이론적으로 크리핑 현상이 발생할 일이 없는 전기자동차나 듀얼 클러치 변속기 차량에도 의도적으로 구현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없는 기능을 만든 것이기에 모든 DCT 차량이나 전기자동차 크리핑이 되는 것은 아니고, 원래 없는 기능을 의도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크리핑 자체가 약하거나 이질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수동변속기 차량도 1단 상태에서 반클러치를 유지하면 차가 움직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것도 크리핑 현상처럼 자동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다만 자동변속기의 크리핑 현상은 차량 자체에 가해지는 영향이 거의 없는 반면, 수동변속기로 반클러치를 계속 쓰게 되면 클러치판의 수명이 깎여나가게 된다는 차이점은 있다.
운전면허 2종 보통 자동 기능시험을 매우 편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 볼 수 있다. 가속이 반드시 필요한 구간(경사로·가속구간)을 제외하곤 액셀 페달을 밟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경사로·가속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크리핑만 믿고 가도 제한시간 9분 50초 중 7~8분대로 넉넉하게 끊는다. 학원에서도 경사로 및 가속구간 외에는 굳이 액셀 밟지 말라고 가르친다. 괜히 액셀을 불필요하게 밟았다가는 도리어 과속으로 감점 또는 실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용 신짱에서 미사에신짱을 차에두고 쇼핑을 갔는데 하필 차가 자동변속기라서 신짱이 잠에서 깨 운전석으로 가서 기어를 D로 맞추고 주차브레이크를 풀어서 운전하는 애피소드가 있다.[2] 물론 요즘 차량들은 안전장치로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기어를 P에서 이동 할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웬만한 어린 아이들은 조작 못한다. 물론 N단에 해놨다면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때문에 아이를 태우고 불가피하게 잠깐 내려야한다면 무조건 P단으로 해놓고 내리자.

[1] 운전면허가 없거나 자동 면허만 취득한 사람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클러치 조작은 기어 변속시에만 하는 것이 아닌 정지/출발 상황에서도 해야 한다. 아예 속도가 0가 되었다 다시 서행하는 것을 반복하는 정체 상황에서 클러치를 조작하는 왼발의 부담은 보통이 아니다.[2] 애니판과 원작의 결말이 다르다. 애니판은 안전펜스에 부딪히기전에 신짱이 주차브레이크를 걸어서 멈추자 미사에가 타일렀다. 하지만 헤드라이트를 켜놔서 쇼핑이 끝나고 망했어요가 된다. 원작은 그걸 발견하고 '''너 죽고싶어 환장했어?'''라고 혼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