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1. 개요
텔로미어란, 진핵생물의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염기서열이다.
유전적 암호를 지니고 있지 않기에 어떠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지만,〈노화〉와 암에 관련된 부위이다. 우리말로는'''〈말단소립〉''', 말단체, 말단염색체, 말단소체 등으로 번역한다.
2. 역할
세포는 복제 과정에서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를 이용해 DNA를 복제하는데, DNA 중합효소는 오직 5'→3' 방향으로만 DNA를 복제할 수 있다. 연속적으로 DNA를 복제하는 선도가닥''Leading Strand''와 달리, 지연가닥''Lagging Strand''의 경우 5' 말단의 RNA 프라이머를 DNA 뉴클레오타이드로 대체할 수 없기에 지연가닥의 마지막 염기서열들은 복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 생성된 두 가닥의 DNA는 짝이 맞지 않게 된다. 즉 복제를 반복할수록 DNA 가닥이 끝부분부터 조금씩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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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소립은 이 선형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기 위해 말단에 붙어있는 아무 의미없는 염기서열로,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이 없기에 DNA 복제 과정에서 유전암호 대신 말단소립이 조금씩 소모되면서 DNA를 보호한다. 많은 진핵 생물들이 말단소립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단소립의 염기서열은 대개 비슷비슷하다.[1]
이러한 단순 염기서열이 수천 번 반복되어 염색체 말단에 배열되어 있고, 그 끝이 고리 모양을 이루어 다른 단백질들과의 결합으로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말단소립이 길면 오래사는 경향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2.1. 텔로머레이스
하지만 말단소립도 한계가 있어서 일정만큼 복제하고 나면 말단소립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이 복제 한계 횟수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하며. 인간의 경우 약 60번이 헤이플릭 한계라고 하며,[2] 60번이나 복제한 세포는 더 이상 복제를 할 수 없어져 사멸이 되어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을 가져온다. 대부분의 세포는 말단소립을 신장시키는 효소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일부는 특수한 효소를 통해 말단소립을 신장시킬 수가 있는데 이 효소가 바로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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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3] 인 텔로머레이스는 말단소립과 상보적 결합하는 자체 RNA 분자를 지닌다. 말단소립은 텔로머레이스 안의 RNA와 결합하고, 이 RNA 가닥을 주형가닥으로 복제하여 말단소립을 신장시킨다. 암세포와 생식 세포는 텔로머레이스를 통해 말단소립을 신장시켜 끊임없이 세포 복제를 할 수 있다. 즉, 이걸 이용해 말단소립을 복구하면 불로가 가능하다는 것. 이 원리로 불로장생이 가능한 동물이 실제로 있으니, 바로 바닷가재이다. 다만 불사인 건 아니고, 실제 수명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십 년 정도. 어디까지나 이론상 '''단순 노화만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관련글(영문)
그런데 최근 헬렌 블라우 교수가 이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의대 연구팀이 암 발병의 위험 없이 이 텔로머레이스처럼 텔로미어를 연장시키는 효소를 개발해 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실시된 수명 연장제와 마찬가지로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으니 개발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아직 전신의 말단소립을 모두 복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니 한참 미완성이라고 봐야 한다. 수명 연장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이야 분명 희소식이지만, 조금 떨어진 대학병원에서 이 기술들의 수혜를 받는 수준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절대 대다수에 해당하는 일반 서민층이 거리낌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지거나 혹은 노화 방지 자체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보편적인 의료기술로 인정되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아직 어렵다.
3. 기타
핵 치환을 통한 복제 동물은 수명이 길지가 않다. 이유는 복제 대상이 될 개체의 세포 속 핵을 난자의 핵과 치환하여 복제하는데, 핵 속의 텔로미어는 개체의 수명만큼이나 닳아 없어져 있기 때문. 12살의 개의 세포를 가지고 동물 복제를 하면 막 태어난 강아지일지라도 나이는 12살인 것.
바닷가재처럼 말단소립을 복구하는 효소를 가지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사람이 존재 할 수도 있지만, 수명이 길 뿐이지 사고나 전쟁 등으로 죽지 않는 것은 아닐 터이기에 과거 태어났다 하더라도 여태까지 살아있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또한 말단소립은 암을 막는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세포 돌연변이가 암으로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데, 엄청 단순화시켜서[4] 대표적인 것들 몇가지만 예로 들자면 분열속도 이상''고속증식'', 자폭 신호 무시, 말단소립 재생 등이다. 이 중 말단소립은 분열 가능한 최대 횟수를 세포에 미리 설정해서 하드 카운터로 제한하기 때문에 분열속도 과잉, 세포자살 신호 무시라는 돌연변이가 동시에 일어나더라도 잠깐 퍼져 나가다가 말단소립이 다 닳아서 이상 증식이 금세 멈춰버린다. 이는 즉 줄지 않는 말단소립을 가진 돌연변이가 태어났더라도 높은 확률로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헌데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절대다수의 생물들은 수명이 길어봐야 수년~수십 년 남짓이다. 일단 자연계에는 방사선[5] , 유독물질 등 DNA/RNA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서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산재해있으며, 이는 진화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위험요소가 거의 없는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도 인체에서 하루에만 수억~수십억의 세포가 죽고 이를 분열해서 보충하는데 이 와중에 복제 오류가 안 일어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말단소립이 줄지 않는 돌연변이가 나오는 것만으로 불로장생할 수 있었다면 나이가 들어도 생존력이나 번식력이 유지되어서 유전자를 남기기가 훨씬 유리하므로 지구 상 생물들의 수명은 진즉에 수백 년 단위로 늘어났을 것이다. 쉽게 말해, 죽을 확률 높고 생존에 불리하니까 도태된 것이다.[6] 실재하는 불로장생 생명체들은 대체적으로 천적이 많지 않거나 개체수가 많은 등 특정 조건이 갖추어져 살아남을 수 있었다.[7]
텔로머레이스의 가장 큰 부작용은 암으로, 암을 정복하여 위험 부담 자체를 싸그리 지워버리면 인간은 진정한 의미의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도 나와있듯이 텔로머레이스를 암 발병 위험 없이 신장시키는 효소가 개발되었으니, 암 그까짓 거 무시하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늘어났다.
사실 중금속, 유해요소 등의 이물질 침착이나 유전자 변성, 세포기작 악화를 제외한 과성장에 의한 증상도 노화 때문에 일어나는 거라 기대수명이 한번에 확 늘어나거나 가까운 미래에 모든 병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에서 겉어붙이고 나서지 않는 한, 돈이 있어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덤. 이는 대부분의 특이점을 주장하는 미래주의적 사고가 받는 비판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시제품 또는 상용화 초기에는 비쌀 수 있지만 이후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의 발명품도 상용화 초기에는 매우 비쌌지만 이후 성능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낮아졌다. 또한 유전자 검사[8] 등 같은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 텔로머레이스 관련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1] 가령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경우 염기서열이 TTAGGG이고 식물의 경우 TTTAGGG가 반복된다.[2] 70번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경우 1024배의 차이가 난다.[3] 일반적인 정보전달방향이 DNA→RNA인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RNA를 DNA로 역전사시키는 효소이다. 일부 RNA 바이러스가 이러한 역전사가 가능한데,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이다.[4] 실제로는 겹겹의 방어기제가 있기 때문에 수십가지의 돌연변이가 거의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5] 우라늄, 세슘같은 방사능 물질을 떠올리기 쉽지만 햇빛, 우주선 등도 훌륭한 방사선 공급원이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속설(?)도 이 때문.[6] 인간을 포함한 절대다수의 생물들은 영유아기에 가장 취약하며 성장할수록 생존력이 올라간다. 앞에서 설명한 말단소립-암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수명이 길면 길수록(기대수명에서 성장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으면 작을수록) 유리하다.[7] 홍해파리는 생활 구역 주변에 천적이 많지 않으며, 히드라는 개체수가 많다.[8] 상용화 초기에는 억 단위의 돈이 들었으나, 2010년대 후반에는 수백만 원 수준으로 비용이 내려갔으며, 2020년대에는 수천 원으로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