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1. 정의
2. 자연계의 노화 현상
2.1. 세균의 노화
2.2. 인간의 노화
3. 노화 이론
3.1. 윌리엄즈의 예측
5. 노화의 속도는 일정하다?
6. 노화는 질병이다?
7. 관련 문서


1. 정의


대저 늙음이란 나이가 많아서 감관이 완숙하고 모양이 변하고 빛깔이 쇠하며 기운이 미미하고 힘이 다하며 음식은 소화가 안 되고 뼈마디는 끊어지려 하며, 앉고 일어남에는 사람이 필요하며, 눈은 멀고 귀머거리가 되며, 문득 돌아서면 곧 말을 잊어버리고 갑자기 슬퍼지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늙음이라 하옵니다.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

생물이 문자 그대로 '늙는' 현상. 영어로는 aging 또는 senescence라 쓴다.
직관적으로 뭔지는 다 알지만, 이 현상을 정확히 정의하기에는 의외로 미묘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 때문에 생각을 뒤집어서 반대 개념인 "불로"가 무엇인지를 따져 보면 도움이 된다. 불로는 우선 '죽지 않는' 불사(不死)와는 다르다. 늙지 않는 불로(不老)는 '죽을 수는 있되, 연령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속 엘프들은 일정 나이 이상 늙지않는다는 점에서 불로지만, 전투 등에서 사망할 수 있기에 불사가 아니다.
여기서 보듯이, 현대적인 노화의 정의는 '연령이 증가하면서, (사고로 인한 죽음을 제외해도) 사망률이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현상\'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신체능력이 퇴화하는 현상이다.

2. 자연계의 노화 현상


자연계에서 노화는 매우 보편적이다. 노화가 거의 없거나 가끔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는 뉴스거리가 된다. 일부 히드라의 경우 시간에 따라 사망률이 감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도 있다고.
심지어 단세포 동물 같은 경우에도 관찰된다. 학자들이 곤충부터 척추동물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경험적으로 관찰하여 얻은 결과, 일단 성적으로 성숙기에 들어선 동물들에서는 시간에 따라 대개 기하급수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는 19세기에 영국의 보험 통계사 벤자민 곰퍼츠(Benjamin Gompertz)가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곰퍼츠 곡선이라 부른다. 동물 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이 곡선의 경사, 정확하게 말해 X축을 시간으로 놓고 Y축을 사망률의 로그 값으로 놓았을 때 그래프의 기울기다. 이는 사망률이 2배가 되는 시간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1], 놀라운 것은 환경에 따라 사망률 자체는 변화가 크지만[2] 사망률이 2배가 되는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망률이 2배가 되는 시간을 노화 속도의 기준으로 삼는다. 인간은 대략 8년이다. 국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OECD 국가에선 거의 7~8년 정도로 관찰된다.
히드라는 semi-immortal 이라고도 한다.

2.1. 세균의 노화


현재는 "박테리아"에서도 노화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진다. 흔히 단세포의 경우는 생장을 위한 "mitosis(체세포분열) = 생식을 위한 meiosis(감수분열)"이다.
세균에서의 노화는 노화 요소가 비대칭적으로 딸 세포에게 감으로 인해서 발생한다.#1#2
세균의 노화는 전체 집단이 분열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집단 중 노화 요소가 축적된 일부 개체가 분열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Caulobacter crescentus와 같은 비대칭 분열 세균에서의 노화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1#2#3
그러면 대장균 (E. coli)처럼 대칭 분열을 하는 세균에서의 노화는 어떨까? 대장균의 경우 오래된 세포 극(cell pole)과 새로운 세포 극이 딸 세포에게 갈 때 균등하게 가지 않아 노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증거들이 있다.#1#2#3#4#5#6#7#8#9#10#11
대칭 분열을 하는 Schizosaccharomyces pombe도 대장균과 유사한 방식으로 노화를 일으킨다.#1#2#3#4
개개의 대장균이 매 세포 분열마다 사망률은 증가했지만, 매번 세포 분열에서 같은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다는, 위의 연구 결과를 부분적으로나마 반박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1#2#3#4

2.2. 인간의 노화


대부분의 동물과 마찬가지로[3] 인간은 출생 후 성장을 거쳐 완전히 자라나 육체적인 전성기를 누린 뒤, 이후 육체적으로 점차 쇠퇴하다가 노년기에 접어들고 이후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몸은 25세 전후에 육체적 전성기가 끝나고 이후부터 노화가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때 정신적 능력이 최고에 도달하는 나이가 육체적 능력이 최고에 달하는 나이보다 좀 나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뇌는 나머지 신체기관에 비해 천천히 완성된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는 정신적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인 판단력이 축적된 경험과 학습량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설이 지지받는다. 실제로 순수히 사고능력만으로 진행되는 체스나 바둑 같은 보드 게임의 경우 선수들의 전성기는 육체적 전성기와 비슷하게 10대 후반에서 20대 중후반 정도이다.
이처럼 노화가 진행되는 기전은 세포의 손상, 오작동 및 사멸 그리고 재생과 깊은 관련성을 띈다. 인간은 태내에서 발생하여 성장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세포 분열과 분화를 통해 신체의 크기를 (미리 정해진 한계까지) 점점 불리고, 이후 자연적인 소모나 손상을 통해 소실된 세포를 주변 세포의 분열을 통해 보충한다. 예를 들어 피부나 점막 등은 항상 마모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저세포층부터 보충을 받고 있으며, 운동이나 노동 등으로 파괴된 근육세포는 주변 근세포가 분열하며 보충해줄 뿐 아니라 과분열을 통해 해당 강도의 운동/노동에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예비 근력을 준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각각의 세포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분열 한계횟수가 있다. 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그 핵에 들어있는 설계도인 유전자(DNA)를 복사해서 한 세트를 더 만들어야 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인데, 그림 없이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DNA가 복제되는 방법 자체의 문제로 인해 DNA 가닥의 한쪽 끝부분을 제대로 끝까지 복제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말단복제 문제(end replication problem)이라고 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영문 용어를 복사하여 유튜브 등에서 설명 동영상을 찾아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잡하게 비유를 하자면, 철봉 위에 올라앉은 채로 철봉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자를 상상해 보자. 한쪽 끝에서부터 페인트를 칠하며 점점 다른 쪽으로 앉은자리를 옮겨가며 페인트를 칠하지만, 결국 철봉의 맨 끝부분에는 (자신이 앉아있으므로) 페인트를 칠할 수가 없다. 여기서 DNA 가닥을 철봉에 비유한 것이고 작업자는 DNA를 복제하는 효소이며, 페인트칠을 할 수 없는 철봉 끝부분은 DNA의 말단부다.
아무튼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DNA에는 텔로미어(말단소립)라는 여분의 DNA 부분이 말단부위에 있다. 텔로미어는 없어도 되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 잃어버려도 상관 없으며, 세포는 텔로미어를 조금씩 소모하면서 자가복제를 한다. 하지만 텔로미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포가 일정 횟수만큼 복제를 하고 나면 텔로미어가 모두 소진되어버리는데, 이 복제 한계 횟수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한다. 인간의 경우 약 60번이 헤이플릭 한계라고 하며, 60번 복제를 한 세포는 더 이상 복제를 할 수가 없어 사멸하게 된다. 60번밖에 복제가 안되니 턱없이 모자라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복제되어 생겨난 세포도 복제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시 말해서 한 개의 세포가 60개로 분열하는 것이 아니다. 2^60, 즉 2의 60제곱(1.1529215e+18, 약 115 2900)개로 증식하는 것이다. 70번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경우 1024배의 차이가 난다. 2^60byte=1EiB, 2^70byte=1ZiB
이렇게 세포들이 하나둘 사멸하기 시작하면 인체에도 점차 거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피부 세포가 보충되지 않으면 피부가 전체적으로 탄력과 부피를 잃어서 얇고 쪼글쪼글하며 축 쳐지게 되며, 근육량도 점점 줄어들며,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해 정신적 능력도 점차 감퇴되어 간다. 또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분비, 외분비, 면역 등에 관여하는 기관들 역시 늙어, 소위 "기력"이 쇠하고, 성욕도 감퇴되며, 면역력이 낮아져 쉽게 병에 걸릴 뿐만 아니라 병에 걸린 뒤에도 잘 낫지 않고 회복도 느리다. 이런 식으로 죽음에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세포 분열이 노화에 직결되거나, 아님 적어도 뭔가 관련이 있음을 알아 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세포 분열의 억제
활발한 세포분열은 발육의 가속과 더불어 노화의 가속을 함께 가져오는 양날의 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상 보충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적 세포 분열을 자의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손상 보충을 위한 세포 분열은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하다. 세포 손상을 예방하면 자연히 그 손상을 보충하기 위한 세포 분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햇볕을 쬐어 피부를 고르게 태운다는 명목 하에 피부를 고의로 일광손상시키는 행위만 하지 않아도 급격한 피부 노화는 예방된다. 음주와 흡연 또한 체내에 독성물질을 유입시키는 대표적인 행위로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와 위장관계 및 신경계의 세포 손상은 막대하다. 이런 것만 안해도 노화를 크게 늦출 수 있다.
  • 텔로미어의 보충
아예 분자생물학적으로 텔로미어의 소진을 역전시키면 세포 사멸을 방지하여 노화도 방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발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텔로미어 참조.
  • 노화세포 제거
노화현상 그 자체인 노화세포[4]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노화세포가 사라지면 영생은 아니더라도 노화속도는 현저하게 늦출 수 있다. 최근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모든 노화세포를 제거한 쥐는 비교군의 일반 쥐보다 30퍼센트 가량을 오래 살며, 노화 속도도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쥐의 사례이고, 인간의 모든 세포를 조작하는건 어려운 일이기에 우선은 자살 명령 단백질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살 명령 단백질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자살하지 못하는 노화 세포를 위해 직접 단백질을 주입한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연구로 2016년 쥐를 실험대상으로한 연구에서 약 80퍼센트 가량의 노화세포가 자살했으며 실험대상의 쥐는 빠진 털이 다시 나는 등의 재생력을 보였다고 한다.
노화를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보는 대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며, 이런 이들은 주로 노화의 기전과 자연에서 장수하는 생물들의 생리를 연구한다.

3. 노화 이론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만 말하자면, '노화는 진화적 현상이며, 노화 없는 개체보다 노화 있는 개체가 자손을 더 많이 남긴다'.
노화로 늙어서 죽는 개체가 자손을 더 많이 남긴다니, 어떻게 보면 대단히 역설적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어느 종 내부에서 노화를 보이지 않는 개체들의 집단(개체군)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노화는 개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 관점에서 보아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종(species)' 관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한 종 내부에서 노화를 보이는 개체와 보이지 않는 개체의 번식률을 비교해야 한다. 그렇다면
  1. 이 개체군의 개체 수는, 사망 원인이 사고든 포식이든 병이든 간에 시간에 따라 일정한 비율만큼 지수적으로 계속 감소할 것이다.
    • 노화가 없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달리기가 느려져 포식자에게 잡혀 먹히거나 병으로 죽을 가능성은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동일하다.
    • 만약 완전히 성숙한 개체가 100만이라 하고 사망률이 1년에 50%로 일정하다고 하면, 1년 뒤에는 50만이, 2년 뒤에는 25만, 10년 뒤에는 1000 개체 이하만 남아 있을 것이다.
  2. 이 개체군 내의 어느 개체에, 노화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이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개체군을 이루는 다음 세대의 개체로 더 퍼져 나갈까 그렇지 않을까? 만약 전자라면 우리는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관찰할 것이고, 후자라면 노화 현상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노화가 나타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위에서 노화 없는 개체군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개체가 100만이어도, 사망률이 50퍼센트라 10년 후에는 1000개체 이하만 살아남는다. 만약 10년 후에 개체를 죽게 만드는 유전자가 생겨도, 어차피 다른 이유로 죽을 가능성이 50퍼라 이 유전자 때문에 죽는 개체는 전체의 0.1% 이하다. 10년이 지나기 전에 전체의 10퍼센트라도 번식을 할 수 있다면, 이 사망 유전자 때문에 번식을 못 하는 평균적 '손해'는 1%도 안 된다.
이 관찰을 일반화하면, 일단 개체가 번식을 시작하면 유전자가 그 후에 나타내는 해로운 효과를 걸러내는 자연 선택의 능력은 급속도로 저하한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우리는 인간이 어째서 자연 선택으로 을 떨쳐내지 못했는지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암의 절대다수가 번식을 이미 한참 전에 끝마쳤을 생애 후반부에 발병하므로. 따라서 번식 개시 시점 후에는 해로운 효과를 나타내는 유전자가 점차 쌓이게 된다.
이런 가능성은 처음에 존 B. S. 홀데인(Haldane)이 깨달았지만,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은 1952년 피터 메다워(Peter Medawar)다.
  1. 이런 기능을 갖는 유전자가 나타났다고 해 보자; 위 1)번에서 설명한 것처럼 번식을 개시한 지 10년 후에 개체를 죽게 만들지만, 번식 개시 후 10년 내에 개체의 건강을 1% 개선시켜준다. 구체적으로, 번식 개시 후 사망률을 1년에 50%에서 49%로 낮춘다고 해 보자. 이 경우 이 개체가 늘어나는 속도는 노화가 없는 개체보다 빠를까 느릴까?
    • 차이는 '1%'에 불과하지만, 9년 후에는 이 유전자를 갖는 쪽이 개체 수가 19.5%만큼 더 많다. (물론 10년 후에는 유전자의 치사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개체 수가 0으로 떨어지지만 말이다)
    • 따라서 이 유전자가 득인지 아닌지는, 이 10년 동안(죽기 전)에 약간 개체수가 더 많아서 나타나는 번식 이득이 10년째에 다 죽어서 나타나는 손해를 능가하는지가 결정한다.
    • 물론 정성적 예측은 쉽다; 개체가 사고나 포식 등을 당해 일찍 죽는 비율이 클수록, 나중에 개체에게 큰 손해를 입혀도 지금 당장 이득을 주는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더 이롭다. 만약 사망률이 1년에 50%가 아니라 75%라면, '1% 생존률 이익'은 9년 후에 개체 수의 비율을 19.5% 차이가 아니라 42.3% 차이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이것이 쥐나 토끼 등 '동네밥' 수준으로 잡아먹히는 동물이 번식률이 매우 높으면서 금방 노화하여 죽는 이유다. 실제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노화 없는 개체보다는 '번식 개시 후 어느 시점에 이득을 주면서, 거의 직후 같은 크기만큼 손해를 주는' 유전자라도 거의 항상 이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가 번식적으로 이롭다고 간주할 수 있다. 어차피 잡혀 먹혀서 일찍 죽을 텐데, 오래 살면서 자손을 많이 남기려는 전략보다는, 장수를 위해 육체 보수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생애 초기 번식에 투자하는 편이 자손 수를 더 늘릴 수 있지 않겠는가?
바로 이 논리가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즈가 1957년에 처음 제안한 노화의 길항적(antagonistic) 다면발현(多面發現; pleiotropy) 이론이다.[5] 한 유전자가 젊은 시절에는 이익을 주지만 늙어서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이로운 경우가 많다는 것. 윌리엄즈는 성숙 전에는 칼슘을 침착시켜 뼈를 굳게 하지만 노년기에는 혈관에 칼슘을 침착시켜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뒤 윌리엄 D. 해밀턴은 1966년 윌리엄즈의 논문에서 없던 엄격한 수학적 취급을 통해 개체의 생존률과 생식률의 곱과 노화 속도가 반비례한다는[6] 점을 명확히 보였다. 그는 노화의 이러한 측면을 "Live now, pay later"라 간결하게 표현했다.
현대적 노화 이론을 세운 사람이라면 요즘에는 대체로 메다워, 윌리엄즈와 해밀턴이라는 세 명을 거명한다.

3.1. 윌리엄즈의 예측


윌리엄즈는 1957년 논문에서 다음 사항들을 예측했다.
  1. '신체'와 '생식 세포'의 구분이 있는 생물에서는 항상 노화가 나타난다.
  2. 성숙한 개체가 사망률이 낮으면 노화 속도가 늦어진다.
  3. 성숙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식률이 올라갈 경우 노화 속도가 감소한다.
  4. 성이 존재하는 생물의 경우, 사망률이 높은 쪽이 빨리 노화한다.
  5. 신체의 여러 기관이 매우 비슷한 속도로 노화한다.
  6. 생식이 끝나면 거의 모든 개체가 노화로 인해 사망한다.
  7. 성적으로 성숙하면 바로 노화가 개시된다.
  8. 개체가 빨리 발달하면, 더 빨리 노화가 개시된다.
  9. 수명을 증가시키는 변화는 젊은 시기의 활력을 줄인다.
6번과 비추어 윌리엄즈는 인간 여성이 폐경 후에도 오래 사는 현상은 상당히 예외적이라고 지적하며, 어느 시점 이후는 새로 아이를 낳기보다 기존의 아이 및 손자에게 자원을 투자하는 편이 이롭기 때문에 폐경이 진화했다는 '좋은 어머니(할머니) 가설'을 제시했다. 자식을 낳지 못하면 번식적 가치는 전혀 없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이런 시기까지 개체를 유지한다는 것은 자원 낭비다. 하지만 인간 여성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인간의 출산이 특히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인간 아이를 돌보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전자를 공유하는 가족을 돌보는 편이 출산보다 더 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아마 윌리엄즈가 '가족 이타주의'라 할 수 있는 이 내용을 더 파고들었다면, 친족 선택(kin selection)을 정립한 해밀턴의 업적을 선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설은 아직 논란이 좀 있다. 현재의 수렵 채집 부족의 조사 결과 이 가설을 명확히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시 농경정착 부족들은 조부모가 손자손녀들을 돌보는 예가 많으나, 원시 수렵유목 부족에선 노인들을 가차없이 버리고 경시하는 일이 흔해 생활양식에 따라서 서로 다른 양극단의 결과가 관측되고 있다.
현재 이 예측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다 맞아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초파리를 갖고 수명 후반에만 번식시켜서 수명을 2배 이상 늘린 실험과[7], 섬에 고립된 주머니쥐 집단의 노화가 늦어졌음을 증명한 실험이 유명하다. 초파리만 실험했을 땐 포유류에서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즉 인간과 그나마 비교할 대상도 없다고 무시하던 과학자들도 주머니쥐 실험에선 그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섬에는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주머니쥐처럼 작은 생물이 더 오래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생애 후반기가 번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노화가 늦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노화는 수명 뿐 아니라 전반적인 노화진행 정도까지 포함하는데 진행 정도를 밝혀낸 방법이 뭐냐하면 힘줄 비교.
그 외에도,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한 결과 특정 단백질(샤페론)이 많이 만들어져서 오래 사는 개체는 자손의 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 노화 늦추기-멈추기?




어떻게 노화를 치료하는가[8]
노화 정지 기술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니며, 이미 일부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실현 가능 기술이다.
위 영상에서 언급되는 기관인 LIfespan.io에서는 노화 정지 기술의 연구 진행 현황을 차트로 보여주고 있는데[9] 해당 기관에서 업데이트되는 노화 정지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의외로 놀라운 수준이다. 예컨데 영상에서 등장한 NAD+(NMN) 기술은 영상 업로드 당시 "전임상 체내(Preclinical in vivo)" 단계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1단계 인체 실험(small phase 1 human trial)" 수준으로 상향된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 복제 기술 등으로 낡은 신체 부위를 교환하는 방법이 제시되곤 했지만, 인체의 모든 기관은 아주 비슷한 속도로 노화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장기 한두 개를 교환한다고 해서 노화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 심하게 낡거나 고장난 부위를 교체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완화는 가능하겠지만, 신경계처럼 교체 불가능한 부위는 이러한 방법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인간이 개발 및 연구중인 노화 해결책들은 이를 고려해 위 영상에서 소개된 방법과 같이 노화의 전체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 또한 인간이 늙지 않아도 같은 인간이나 사고, 질병이나 재해에 의해 죽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노화를 멈출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혁신이고 인간이 필멸자에서 불멸자가 되는 첫 걸음을 뗐다는 의미이기에 노화를 멈춤으로서 나타나는 의의는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연구 초기에는 텔로미어를 연장시키는 단순한 방법이 주로 연구되었으나, 전체적인 치료도 불가능할 뿐더러 오히려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자료도 나와[10] 텔로미어 연장이 인류 최초의 노화 방지 치료술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여겨지는 편.
이후에는 다른 방법들이 논의중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줄기 세포. 자신의 게놈으로 인공 배양한 줄기 세포 자체를 우리 몸에 다시 넣어주거나 인공적인 장기의 일부/기존 장기를 보강할 수 있는 생체 부품을 제작해서 집어 넣는 등의 방법이 바로 그것인데, 윤리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20년 안에 불안정하더라도 시술법 자체의 보급이 이루어질 수는 있고 초반에는 시술이 너무 비싸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다만 어떠한 방법론이든간에 일단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어 유의미한 효과를 낸 해결책들은 대부분 이제 막 실험쥐 수준을 벗어나 초기 임상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2010년대 중후반 들어서 노화 방지에 대한 학계의 견해가 이러듯 낙관적으로 기울고 있기에 노화 방지책 자체에 대한 회의보단 노화 방지 혹은 회춘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한 후의 사후 처리 문제 관련 논의가 더 부상하는 중이다.
노화 방지 시술이 일상화될 시 일어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인구 증가율의 문제이다. 노화 방지 시술을 받은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사망하지 않기에, 사회적으로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무한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사실상 노화를 역전시킬 정도의 기술력이 있는 세계라면 웬만한 병이나 웬만한 사고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사망률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무한한 인구 증가율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한정된 거주지역, 자원과 무한한 수요로 인해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필연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미래 사회가 불로 시술을 받은 사람은 자식을 가질 수 없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거나, 인류가 다른 행성이나 우주 공간에 생활공간을 자유자재로 창조할 레벨이 된다든가 항성의 에너지를 다루면서 에너지로 무엇이든 생산이 가능해져 자원이 무의미한 시대가 도래하지 않는 한 끝없이 남는다.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노화를 정지시킨 사람을 거세까지는 무리여도 법으로 자녀를 두지 못하게 하는 방법까지 밖에는 없다. 뭐 이정도만 해도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날 동안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긴 할태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굳이 자발적으로 하려 들진 않게 될 테니, 인공 자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자손을 보고 싶어하는 본능이 없는, 인공지능을 가족 삼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다른 방법으로는, BSI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자아를 전선화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 실질적인 육체 없이 컴퓨서 속에서 살 수 있게되면서 어느정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인구 증가가 덜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이에 따르면 노화 정지 초기에는 인구가 늘 수 있지만(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도중 노화가 정복될 경우 기존보다 낮은 인구수에서 안정화된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정체되는 듯 하다.
또한 노화 정지-회춘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 시 따라오는 윤리적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가령 수많은 관련 단체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감히 어떻게 반불멸자인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하냐며 사형, 징병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관련 법 살인죄나 징역형 같은 요소들도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길어야 100년 언저리 밖에 못 산다는 기존의 관념을 통째로 갈아 엎기 때문.
윤리적 문제 외에 제도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기존 제도와 시스템은 누구나 노화로 인해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노인이 될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노화를 정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나 65세 정년 등 기존 시스템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장래 인구 추계, 기대 수명 예측 등 노화를 불변의 상수로 취급하는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예측도 완전히 틀린 것이 되므로,[11] 이에 기반한 장기 정책 등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이렇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21세기 중반으로 향해가는 2020년 현재 시점 기준으로 다양하고도 방대한 방법과 가능성, 성공적인 결과 등이 끊임없이 제출되며 여러 위키들의 노화 방지에 대한 문서들도 회의적인 견해보단 낙관적인 견해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건 사실이니 혹여나 늙지 않는 것, 또는 영원한 삶[12]에 관심이 있다면 희망을 잃지 말도록 하자. 다만 적극적으로 방법을 연구하되 위에 상술한 출산으로 인한 인구 과잉, 윤리적 문제나 부작용 등을 회피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써야 할 것이다.
참고-늙음을 막을수있다?#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살아 있는 동안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에서는 노화가 늦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지구로 오면 다시 복귀한다.#

5. 노화의 속도는 일정하다?


그렇지 않다. 노화는 죽을때까지 서서히 빨리 진행하게 된다. 대략 50대의 노화의 진행속도는 20대의 2배라고 하는데 이것은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의 농도가 50대가 20대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된 영양보충제 니코틴아마이드 리보사이드 등으로 나이가 들면서 가속화되는 노화의 속도를 20대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6. 노화는 질병이다?


  • 베르너 증후군을 질병에 분류하게 된 이후 노화도 질병이며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을 넘어서 위험 그 자체이다.

7. 관련 문서



[1] 사망률 배가 시간; mortality rate doubling time. 보통 MRDT로 약칭[2] 인간의 경우 수렵 채집 시대의 사망률은 현재 OECD 국가들에 비해 모든 연령에서 적어도 수십 배는 되리라 추정한다.[3] 동물 중에는 노년기가 없는 바닷가재 같은 별종들도 있으며, Turritopsis dohrnii (해파리 종)같은 경우 아예 노년기가 다가오면 다시 유생으로 되돌아가며 영원히 살 수 있다. 또한 식물의 노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통 식물 세포가 죽어도 비교적 안전하게 굳어서 조직 보호까지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감염 등 환경 악화나 조직 분화 오류, 영양분의 지나친 소진 등으로 기전이 악화되어 죽는 것 같다.[4] 노화세포는 주변 조직에 피해를 입혀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세포이다. 그럼에도 같은 세포라서 공격할 수 없고 자살 명령 단백질도 충분히 생산할 수 없어 자살도 불가한 좀비세포이다.[5] "Pleiotropy, Natural Selection, and the Evolution of Senescence", Evolution, Dec. 1957, 11, 398~411. 한국어 번역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6] 정확히 말하면, 선택의 효과가 생존률과 생식률의 곱에 비례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식을 더 많이 낳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나이가 들어도 기하급수적으로 선택 효과가 떨어지지 않아서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노화가 완전히 없어지기는 힘든데, 생식률이 연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시간적 효과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서지 사항은 'The moulding of senescence by natural selection', J. Theoret. Biol., 1966, 12, p.12~45며, 한국어 번역도 http://fischer.egloos.com/6597367여기서 볼 수 있다.[7] 수명 후반에 번식하려면 그 때까지 개체를 살려 두는 유전자가 선택된다. 따라서 수명은 길어진다.[8] 쿠르츠게작트의 영상.[9] 이는 크롬의 페이지 전체 구글 번역 기능을 통해 한국어로도 볼 수 있다.[10] 텔로미어 항목에도 서술되있듯이 텔로미어에 의한 분열 횟수 제한은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어느 세포에 분열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자폭 신호를 무시하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금새 텔로미어가 닳아 없어져서 증식이 멈추기 때문.[11] 보통 인구통계학적인 미래 예측은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노화 정복은 초대형 변수이다.[12] 이건 영생 문서에도 나와있지만 단순히 불로장생 같은 생물학적으로 노화를 막는 것은 현재로서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화함에 따라 지구의 소멸과 아주 멀고 먼 미래의 빅 프리즈와 같은것을 인류가 막을 수 있다거나 다른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은 아직까지는 많이 어렵다 못해 현재 기술로는 가능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단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우주에 많은 인류가 진출하고 영역을 확장하고 우주에서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다른 은하로 혹은 다중 우주론의 관점에서 다른 우주로 갈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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