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펫

 

Tophet. 혹은 Topheth.
1. 고대 유다 왕국에서 인신공양이 벌어지던 곳
2. 고대 가나안계 종교의 성소
2.1. 인신공양이 실제로 벌어졌는가?
2.2. 미디어에서


1. 고대 유다 왕국에서 인신공양이 벌어지던 곳


야훼 신앙을 저버리고 우상 숭배에 빠진 남유다 왕국의 왕들이 몰렉바알에게 인신공양으로 어린이들을 바치던 곳.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불타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여긴다. 토펫은 예루살렘의 게힌놈(Gehinnom), 즉 '힌놈 골짜기'에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게헨나이다. 게힌놈을 그리스어로 음역한 단어가 게헨나.

임금은 '벤 힌놈 골짜기'에 있는 토펫을 부정한 곳으로 만들어, 아무도 제 아들딸을 불 속으로 지나가게 하여 몰록에게 바치지 못하도록 하였다.

2열왕 23, 10

그들은 '벤 힌놈 골짜기'에 토펫의 산당을 세우고 저희 아들딸들을 불에 살라 바쳤는데, 이는 내가 명령한 적도 없고 내 마음에 떠오른 적도 없는 일이다.

예레 7, 31

전통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지옥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했다.

2. 고대 가나안계 종교의 성소


유래는 1. 신전은 아니고, '''어린이들을 불에 태운 뼈가 담긴 항아리를 묻은 곳'''이다. 담장으로 둘러친 공간 안에 몰렉이나 바알, 타니트를 상징하는 기호를 새긴 비석을 세우고 그 주위에 항아리를 묻는 식으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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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고 시에 남은 토펫.
가장 유명한 것은 페니키아 인들이 지중해 서부로 이주해 가서 건설한 카르타고의 토펫이다. 카르타고의 세력이 미쳤던 북아프리카, 시칠리아, 사르데냐 등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카르타고시에 있는 토펫이 가장 유명하다. 아무래도 중심도시다 보니 크기도 크고, 아래에서 설명할 이유로 보존도 잘 되었기 때문이다.

2.1. 인신공양이 실제로 벌어졌는가?


오래 전부터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라고 알려졌다. 카르타고시의 토펫이 잘 보존된 이유도 기원전 146년 제3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군 병사들이 저주를 받을까봐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로마 치하에서 재건될 때도 토펫만은 건드리지 않아서 2천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었다.
고대 로마인들이 남긴 기록이 하도 악의적이라 인신공양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았었다. 로마인들이 '이렇게 사악한 풍습을 유지하는 카르타고인들이니 멸망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우겼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토펫을 두고 인신공양된 어린이들이 묻힌 곳이 아니라, 영아사망률이 높던 고대에 어려서 죽은 아이들이 묻힌 묘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설을 주장한 학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토펫 유적을 발굴하고 과학적인 연구를 실시한 뒤로, '''인신공양으로 죽은 어린이들을 묻은 장소가 맞는다'''는 설이 정설이 되었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상당수 항아리에서 동물의 뼈가 함께 나왔다는 점: 토펫에서 발견된 항아리에는 생후 반 년이 안 된 어린이들의 뼈가 가장 많이 나왔지만, 양과 같은 동물의 뼈도 함께 나왔다. 어느 무덤도 죽은 사람과 제물로 바치는 동물을 한 납골함에 담지 않는다.
2. 발굴된 어린이의 뼈에서 질병의 흔적이 없다는 점: 고대에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주된 이유는 질병 때문이다. 그런데 발굴된 어린이들의 뼈에는 질병의 흔적이 없다. 화장된 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질병의 흔적은 남기 마련인데 그게 없다. 이는 토펫에 묻힌 어린이들이 질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음을 암시한다.

2.2. 미디어에서


토탈 워: 로마2에서 카르타고의 최종 테크 신전으로 등장한다. 아이콘에 묘사된 것은 몰렉.[1] 페니키아인의 특성에 맞춰 전 지역의 해운 수입을 증가시켜 준다.

[1] 그런데 정작 카르타고의 토펫에는 바알타니트가 가장 많이 새겨졌다고 한다. 페니키아인의 인신공양 풍습에서 가장 유명한 게 몰렉 상이어서 그런 듯. 대신 카르타고의 주신 타니트의 기호는 게임 내 카르타고의 국기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