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나잇 쇼 사태
NBC의 토크쇼이자,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토크쇼인 투나잇 쇼의 진행자 자리를 두고 일어난 분쟁에 대한 문서이다. 1990년 초반 3대 진행자 조니 카슨의 은퇴 당시 데이비드 레터맨과 제이 레노간의 1차 분쟁과 2010년 코난 오브라이언과 쇼를 다시 진행하려는 제이 레노 간의 2차 분쟁이 서술되어 있다.
1. 1차 투나잇 쇼 사태 (1992)
NBC에서 투나잇 쇼를 30년간 진행한 전설적인 진행자 조니 카슨의 은퇴설이 슬슬 올라올 즈음[1] 부터, NBC는 그의 다음 시간대에서 1982년부터 '''레이트 나잇'''[2] 을 10년여 간 진행하던 데이비드 레터맨에게 투나잇 쇼의 차기 진행자 자리를 제안한다. 투나잇 쇼에서 레이트 나잇으로 이어지는 심야 토크쇼 라인업은 NBC를 8-90년대 부동의 1위 방송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NBC는 주가가 높고 인기가 좋던 레터맨을 붙잡으려 실제 카슨의 은퇴 전 부터 '''물 밑 작업'''을 한 것.
하지만 방송사 내부 정치에 끼고 싶지 않던 레터맨은 "카슨과의 직접적인 은퇴 상의도 없이 하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안을 거부한다. 어쨌든 조니 카슨 역시 레터맨을 후계자로 점찍어둔 상태[3] 였고, 방송업계나 시청자 역시 '''당연히''' 레터맨이 투나잇 쇼를 이어받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는 좋은 처사였다. 무엇보다도, 젊은 시절의 레터맨은 자신의 방송과 쇼의 재미 그 자체에만 너무나도 집중해, 공익 방송이나 모금 방송등 방송사의 눈 표에 들 수 있는 일을 모두 마다 한 것은 물론이고, 높으신 분들과의 만남도 좋아하지 않았다. '''즉 사내정치를 챙기지 않은 것.''' 이런 레터맨이 NBC로썬 탐탁치 않았지만, 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고, 이를 놓칠 수 없기에 레이트 나잇의 진행자로 1993년까지 재계약을 한다.
이윽고, 조니 카슨은 NBC의 1991년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자신이 1992년 중으로 은퇴함을 발표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카슨 측[4] 이나 레터맨 측은 레터맨이 곧바로 투나잇 쇼를 이어받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NBC와 레터맨은 여전히 계약 상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는 일이 있었는데, 1990년, NBC는 주가를 올리던 제이 레노를 경쟁사인 빼앗기지 않으려 투나잇 쇼의 차기 진행자 내정을 조건으로 계약해두었던 것. 당시부터 CBS는 NBC의 공고한 심야 프로그램 왕좌를 호시탐탐 차지하고자 했고, 그들 조차도 레터맨이 투나잇 쇼를 이어받으리라 예상했기에 CBS는 제이 레노를 노렸던 것이다. 그런 제이 레노와 레터맨을 모두 잡기 위해 레노와의 계약을 철저히 대외비로 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레터맨이 계속해서 투나잇 쇼를 바라보고 방송을 이어나가게 한 동시에, 레노까지 자신들의 품에 지킨 것이다. 레노는 처세술의 달인이었고, 그의 매니지먼트 사도 그 쪽에 도가 튼걸로 유명했다. 반면 레터맨은 이 사건 전까지는 매니지먼트사에도 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레터맨은 결국 상술한 매니지먼트 사와 접촉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다. NBC는 1993년까지 자신들과 맺은 계약으로 처음엔 이런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그를 영입하기 위해 CBS는 물론 ABC, FOX와 같은 방송사와 콜롬비아, 파라마운트와 같은 신디케이션[5] 제작사까지 거물급 회사들의 회장 및 부회장 급이 '''직접''' 레터맨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위협을 느낀다.
초조해진 NBC는 "레노가 1년 하는 것 보고 결정하겠다" 식으로 레터맨을 가지고 노려 들었고, 그는 투나잇 쇼를 위해 1년여 간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잇쇼''' 다음 시간 대에서 참고 방송해야하는 수모를 겪었다.[6] 결국 투나잇 쇼를 물려 받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레터맨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수 많은 방송사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지원을 약속한 CBS로 이적해 레이트 쇼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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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맨의 성공적인 이적 후에 CBS는 레터맨에게 그의 쇼는 물론 심야 토크쇼 라인업의 제작 권한을 주고, 레터맨은 자신의 쇼 뒷 시간대, 즉 NBC의 레이트 나잇과 시간대를 같이하는 더 레이트 레이트 쇼까지 만들게 되어 NBC는 그렇게 심야 토크쇼 라인업에 영원한 적수를 만들게 된다."다음 번에 여러분을 찾아뵐 때는, 8월 30일 월요일 밤, '''11시 30분'''에 돌아오겠습니다."
토크쇼 매니아들의 이후로도 제이 레노로 인해 꼬여버리는 투나잇 쇼의 역사를 보며, "레터맨이 투나잇 쇼를 이어받았다면..."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7]
2. 2차 투나잇 쇼 사태 (2010)
투나잇 쇼의 진행자 제이 레노는 자기 이름을 딴 '제이 레노 쇼'를 황금시간대(10pm)에 시작하게 되면서 투나잇 쇼를 하차하게 된다. 한편 16년 가까이 방송된 코난의 레이트 나이트는 많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결국 2009년 코난은 제이 레노의 뒤를 잇는 투나잇 쇼의 차기 호스트로 확정된다. 이는 2004년 NBC와의 재계약을 통해 명시된 내용이었다. 제이 레노 역시 방송에서 5년뒤에 이 자리는 코난의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다.[8] 코난의 뒤를 이어 레이트 나이트를 진행할 후계자는 지미 팰런으로 내정되었고, 코난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투나잇 쇼로 무대를 옮긴다.
이때까지는 모든 게 좋았다.
하지만 코난의 투나잇 쇼와 제이 레노의 제이 레노쇼 모두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다. 호스트 교체로 인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 레노의 1시간짜리 쇼는 시청률 저조로 30분으로 단축되었다. 결국 NBC는 방송시간을 원상복귀 시킬 꼼수를 쓰게 되는데, 밤 10시에 방영되던 레노의 토크쇼를 11시 반으로 옮기고, 투나잇 쇼를 밤 12시 이후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코난은 이를 1954년부터 이어진 투나잇 쇼의 전통을 깨는 일[9] 이자 지미 팰런의 '레이트 나이트'에 악영향을 끼치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게다가 투나잇 쇼에서 물러난 제이 레노의 쇼를 투나잇 쇼 시간대에 방송하고, 정작 투나잇 쇼의 진행자인 코난은 과거 레이트 나이트의 시간대에 방송을 하는 건 말 그대로 코난만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10]
물론 지미 팰런도 코난과 마찬가지로 쇼가 30분 뒤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팰런은 비록 예상보다 주목을 못 받게 됐다고는 해도 어쨌든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딴 쇼가 생긴 상황이었다. 그러니 15년 넘게 NBC에서 자기 이름을 가진 쇼를 진행했던 코난이 당한 수모보다는 덜했다. 코난이 당한 수모가 1군에서 2군으로 강등당한 것이라면 지미 팰런은 2군에서 3군으로 강등당한 것이니 뉘앙스상 코난이 받은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또 코난은 2000년대 초부터 계약 만료가 임박한 시점까지 다른 지상파 방송국(ABC와 폭스)으로부터 개인 토크쇼 호스트 자리를 제의받았었다. 높은 계약금은 물론이고, 폭스의 경우는 심지어 5년 이내에 프라임타임으로 옮겨주겠다는 제의를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코난을 잃기 싫었던 NBC는 2004년 코난에게 5년 뒤 투나잇 쇼 호스트 자리를 준다는 조건으로 급히 재계약을 했으니, 코난 입장에서 보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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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의 투나잇 쇼 마지막 에피소드 엔딩. 코난의 마지막 인사 이후 ZZ TOP의 빌리 기븐스와 벡, 윌 페럴과 코난 본인이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를 연주함으로써 7개월의 방송을 마쳤다."여러분께 딱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특히 지금 시청하고 계신 젊은이들에게 간청합니다. 부디 시니컬해지지 마세요. 저는 냉소를 증오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성격이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자기가 얻을 거라 생각했던 걸 다 얻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다면, 반드시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잊지 마세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11]
막 인기를 끌려고 하던 차에 NBC와 레노의 일방적 처사에 빡친 코난은 결국 바이아웃을 하고 작가로써 SNL과, 진행자로써의 레잇 나잇 쇼&투나잇 쇼를 통해 도합 20여년을 몸 바친 NBC를 나왔다.
그리고 2010년 4월~6월 동안 자신을 따르던 레이트 나이트/투나잇 쇼 출신 멤버들과 함께 순회 공연을 돌았다.[12][13][14]
NBC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조삼모사식 결정으로 코난이 나가게 되자, 되려 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이 레노와 NBC의 횡포를 비난하고 코난 오브라이언에 대해서 동정을 느끼게 된다. 십수년전 과거 비슷한 일로 인해서 다른 방송국으로 가야했던 데이비드 레터먼은 물론이고, ABC의 지미 키멜은 이걸 방송중인 제이 레노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까기도 했다.
물론 자기 자신도 하루를 할애해 NBC와 레노를 대차게 깠다.[15] 코난이 NBC를 얼마나 싫어하냐면 조든 슐랜스키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편에서는'''NBC의 편지봉투가 발견되자 급정색하고 갖다버린다.'''[16] 트라이엄프#s-2의 타임 스퀘어 마스코트 코스프레 현장 인터뷰에서도 버즈 라이트이어 인형탈을 쓴 사람에게 "안녕, 제이 레노?" 라고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 둘 다 턱이 커서 서로 닮았다고 디스한 것.
같은 사람에게 당한 피해자 둘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
[1] 그의 은퇴설은 실제 은퇴 몇 년 전부터 있었다[2] 데이비드 레터맨이 창시하고 코난 오브라이언, 지미 팰론을 거쳐 현재는 세스 마이어스가 이어받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3] 레터맨은 카슨 대신 투나잇 쇼의 게스트 진행자로도 여러번 활동한 바 있다[4] 아래의 과정에서 레터맨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인물이 조니 카슨의 프로듀서인 피터 라슬리였다.[5] 직접 프로그램을 제공해 여러 방송사에 외주로 납품하는 형식[6] 12시 30분 시간대의 어떤 방송도 레터맨의 레이트 나잇을 넘을 수가 없었기에 NBC로썬 투나잇쇼와 레이트 나잇의 두 진행자를 다 교체하기 보단, 레터맨을 그대로 해당 시간에 두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투나잇 쇼는 새로운 시청자층을 결집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 판단한 것.[7] 조니 카슨 역시 사태 당시엔 떠나는 인물이었기에 NBC의 영향력을 당해낼 수 없었지만, 은퇴 후 투나잇 쇼엔 일절 출연치 않고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만 잠시 얼굴을 비춘다. 특히 레이트 쇼의 94년 LA특집에선 직접 무대에 나와 진행자 석에 잠시 앉아 박수를 받은 뒤 레터맨에게 조크가 담긴 종이를 건네주고 다시는 TV에 출연하지 않았다. 레터맨이 진정한 후계자임을 암시했던 장면.[8] 투나잇 쇼 호스트 자리가 왕좌 같은 것이라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묘사한다[9] 밀린 방영시각이 밤 12시 5분이라 엄밀히 말해 '투나잇'에 하지 않는 '투나잇 쇼'가 되어버렸다.[10] 레노가 이 당시 욕을 많이 먹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에 자신이 NBC 사장에게 졸라서 야심차게 프라임타임으로 옮겼으나 시청률이 안나오자 결국 원 시간대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NBC 사장과 제이 레노의 농간에 코난과 지미 팰런 등 후배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1차 투나잇 쇼 전쟁 때도 그랬지만 NBC가 레노를 감싸고 돈다는 인상을 크게 준 게 안티의 가장 큰 원인. 밑에 레터먼이 코난을 인터뷰 하는 동영상에서 이때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궁금하면 보도록 하자.[11] 훗날 이 엔딩 멘트는 2011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도 인용되었다. 유머와 투나잇 쇼를 겪으며 얻은 교훈을 섞은 명연설. 국내외에서 현재까지도 회자된다.[12] The Legally Prohibited from Being Funny on Television Tour" (법적으로 TV에서 웃기는 게 금지된 투어)[13] 바이아웃 조항에 6개월간 다른 방송사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14] 이 때의 과정을 담은 Conan O'Brien Can't Stop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던 웃긴 모습들과는 달리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한창 예민해지고 다혈질적인 코난의 모습이 이질적이다.[15] 해당 동영상에서 코난이 레노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방송이 NBC의 투데이 쇼(아침 방송)이다. 방송의 독립성을 엿보이게 하는 부분.[16] 첨언하자면 조든 항목을 보면 나와있지만 다소 특이한 성격의 슐랜스키의 특징들을 더욱 과장해서, 코난이 조든을 매우 싫어하고 괴롭히는 꽁트들을 종종하는데 (당연하지만 개그성 컨셉이다. 실제론 둘의 사이가 전혀 나쁘지 않으며 오히려 친밀한 편이다. 조든 본인도 특이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또라이는 아니다), 청소를 안해 사무실 관리를 엉망으로 하는 (이건 진짜다;;) 조든을 갈구며 치워주는 꽁트였다. 이때 NBC 봉투를 보자 적과 내통하는 걸 발견한 것처럼 정색을 하는데, 당연히 조든은 프로듀서니 제작 과정에서 다른 방송국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코난과 NBC의 악연을 아는 팬들 입장에선 웃기게 보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