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이반
1. 개요
RPS 동성애 팬픽이나 BL 문화의 영향을 받아 동성과 사귀지만 정작 성적 지향은 이성애자에 가까운 청소년(혹은 성인)과 그러한 문화를 뜻하는 단어이다.
즉, '''동성애자 역할극을 하며 노는 이성애자들.''' 또는 '''성적 지향의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 실제 레즈비언인지 그냥 역할극에 심취한 것인지는 개인별로 다 다르고, 성적 지향과는 별개로 팬픽이반은 또래문화에 속한다.
RPS와 같은 아이돌계의 동성애 팬픽 문화를 접하면서 동성애를 동경하기 시작한 거라 이런 명칭이 붙었다. 실제로 부녀자가 BL을 보면서 팬픽이반이 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첫 시작은 1세대 남성 그룹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RPS가 유행하던 중 멤버를 흉내내며 역할극을 하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오타쿠가 아니라 아이돌과 관련이 깊다. 동성애 팬픽이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 등장해 1세대 아이돌의 활동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형태는 대략 남자 그룹의 멤버를 따라 숏컷으로 자른 머리를 염색하고 힙합계열의 옷을 입는 스타일을 취하는 외관에, 매우 쎈 척하는 자해라든지 피라든지 악마라든지 하는 스타일이 합쳐지고 거기에 '문란한' 성의식이 더해졌다. 이 문화에 빠져드는 동안 원류였던 '오빠들'과는 거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팬픽이반들은 이른바 '빠순이 문화가 청소년에게 끼친 엄청난 해악'으로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10대 소녀들의 동성애 역할놀이 정도로 정의할 수 있지만, 이 역할극이 단순한 역할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 중고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며, 성적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팬픽 속의 주인공을 따라하고 싶어서 팬픽이반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가족놀이의 동성애 버전. 그래서 팬픽이반 내부에서는 가족 '팸'이라는 것을 꾸며 대화를 한다든지, 내부 사람들끼리 닉네임을 맞춘다든지, 문신을 한다는지 하는 식으로 통일시키는 경우가 많다.
애인이라고 해도 사랑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한 놀이 같은 것으로, '중2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각자 실컷 논 후에는 헤어지는 방식이 반복되곤 했다. 당연하겠지만 플라토닉 러브를 빙자하여 가벼운 신체접촉은 가능해도 실제 섹스나 키스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랜선 연애의 대부분이 이것이었다.
BL처럼 공(攻)과 수(受)의 구분이 확실하며, 공의 경우에는 커트머리나 숏컷를 하면서 남자답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수의 경우는 이보다는 덜하지만 마찬가지거나, 혹은 역으로 매우 여자답게 예쁜 외모를 추구하기도 한다. 팬픽이반이 한때 유행을 탔을 때는 학교에서는 머리가 짧은 것을 단속했다.
외모가 좀 되는 경우, 스스로를 '부치' 또는 '팸'이라고 자칭하며 파트너를 찾는다[1] . 파트너를 찾으면 상대와 함께 운영하는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만들어 두 사람이 안거나 키스하는 사진을 올리며 다른 팬픽이반들이 매일 자신들의 미니홈피에 들러 댓글을 다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설정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주변사람에게 알리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진정되면서 대개는 흥미를 잃고 이성애자로 돌아가며, 팬픽이반인 시절을 흑역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정말로 동성애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신의 팬픽이반 시절은 흑역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개중에는 이러한 생활에 도취되어, 자신 뿐만 아니라 교제중이던 상대까지[2] 아웃팅하는 경우도 있다.
레즈비언들 대부분은 팬픽이반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레즈비언들은 팬픽이반들이 사회 전반에 동성애자는 문란하다거나, 동성애자도 연애를 할 때 남녀 역할을 나눈다는 등의 편견을 심각할 정도로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팬픽이반들이 저지른 사고가 동성치정범죄 등으로 언론보도가 된 이후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3] 물론 그렇다고 모든 동성치정범죄가 팬픽이반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는 당연히 아니다. 다만 안그래도 몇몇 쓰레기들 때문에 힘든데 가짜들까지 설치니 곱게 보긴 힘든 상황
일부 레즈비언들(특히 팬픽이반 시절을 경험한)은 이러한 경험이 동성애를 이해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팬픽이반을 배척하는 것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배타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팬픽이반이 동성애를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이고,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게 이들의 주장. 하지만 여기서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자신의 실제 정체성이 레즈비언이라면 이들의 이런 시기는 '팬픽이반'이 아니라 단순한 방황기에 불과하다는 것. 팬픽이반은 진짜 성소수자가 아니라 '''성소수자 행세를 함으로서 자기우월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중2병과 그 기저에 있는 동인이 똑같다. 즉 원래 레즈비언인 사람이 '레즈비언과 유사한'행동을 하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었다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진짜'인 당사자가 '가짜'인 팬픽이반이 될 수는 없다.
개중에는 오히려 같이 어울리던 팬픽이반들이 나이를 먹고 '이성애자로 돌아가' 여전히 레즈비언으로 살고있는 당사자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태도를 보여 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원래 이성애자인 '팬픽이반'들에게 동성애자 행세를 하던 시기는 사춘기의 흑역사일 뿐, '''이들이 진정으로 동성애자들을 이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사회문제가 된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의 범인 두 명이 '계약 연애'를 자칭하는 관계였음이 알려지면서 팬픽 이반에 대한 사회적 인지가 늘어났다. 당연히 긍정적 인식은 아니며 반대로 이들의 중2병적 행적과 만행이 알려지며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2. 같이 보기
[1] 부치와 팸은 실제 레즈비언 용어다. 일본산 속어인 공/수가 아니라 이 용어를 쓴다면 제법 본격적으로 레즈비언 행세를 하고있다는 뜻이다.[2] 이 경우 상대가 팬픽이반인지 모르고 교제하게 된 실제 성소수자가 피해자가 된다.[3] 개중에는 이런 팬픽이반 때문에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숏컷=팬픽이반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숏컷은 예전부터 부치(능동적 성향을 가진 레즈비언)들의 상징이었다. 게다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도 숏컷 스타일 자체가 엄청나게 흔한데 저런 주장을 한다는 건 레즈비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