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리크 쇼팽/프렐류드
1. 개요
2. 개별 악곡 설명
2.1. Op. 28
2.1.1. No. 1
2.1.2. No. 2
2.1.3. No. 3
2.1.4. No. 4
2.1.5. No. 5
2.1.6. No. 6
2.1.7. No. 7
2.1.8. No. 8
2.1.9. No. 9
2.1.10. No.10
2.1.11. No. 11
2.1.12. No. 12
2.1.13. No. 13
2.1.14. No. 14
2.1.15. No. 15
2.1.16. No. 16
2.1.17. No. 17
2.1.18. No. 18
2.1.19. No. 19
2.1.20. No. 20
2.1.21. No. 21
2.1.22. No. 22
2.1.23. No. 23
2.1.24. No. 24
2.2. Op. 45
2.3. Op.posth
1. 개요
쇼팽 프렐류드는 Op.28 24곡, Op.45 1곡, 작품번호 없는 3곡으로 총 28곡으로 구성된다.
쇼팽의 전주곡은 에튀드(연습곡)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전주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쇼팽 이전의 일반적인 의미의 전주곡은 도입부 역할을 하는 짤막한 곡들이었는데[1] 쇼팽이 기존까지는 단순히 '연습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에튀드의 예술성을 부여해 하나의 연주곡으로 만들어 낸 것과 같이 쇼팽의 전주곡은 단순한 도입곡이 아니라 완성된, 그 자체로 독립된 음악이기 때문이다.[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곡'으로 불리는 이유는 바흐의 전주곡(평균율)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차용해왔기 때문이다. 24개의 모든 조성을 사용하면서 각각의 조성의 특징을 심상을 통해 표현해 냈다는 것과 하나의 전체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전주곡 24곡이 묶이게 되는 것 등이 바흐의 전주곡에 뿌리를 둔 부분들이다. [3]
하지만 바흐의 전주곡은 24개의 조성이 C 장조 C 단조 C♯ 장조 C♯ 단조 순으로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는데 비해 쇼팽의 전주곡은 C 장조 A 단조 G장조 순으로, 5도를 기준으로한 관계조(나란한 조)형식의 배치이다. 음악 이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조성 배치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C 장조-A 단조(나란한 조) -(C장조에서 5도)-> G 장조-E 단조(나란한 조)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조성 배치는 악보 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위에 설명보다는 더 이해하기가 쉽다. 나란한 조는 플랫이나 샵의 숫자가 같은 장조와 단조를 말하므로 1, 2번이 C 장조-A 단조로, 즉 나란한 조 형식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샵이 하나도 없는 장조, 샵이 하나도 없는 단조 순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샵이 하나 붙었음은 5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므로 3번에서 5도가 증가함은 샵이 하나가 더 붙었다는 뜻이고 3, 4번이 G 장조-E 단조(나란한 조)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샵이 하나 있는 장조, 샵이 하나 있는 단조 순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4]
즉,
1번-샵이 하나도 없는 장조, 2번-샵이 하나도 없는 단조
3번-샵이 하나 있는 장조, 4번-샵이 하나 있는 단조
5번-샵이 두개 있는 장조, 6번-샵이 하나 있는 단조
...
13번-샵이 여섯개 있는 장조, 14번-플랫이 여섯개 있는 단조[5]
15번-플랫이 다섯개 있는 장조, 16번-플랫이 다섯개 있는 단조
...
23번-플랫이 하나 있는 장조, 24번 플랫이 하나 있는 단조
순으로 연결된다.
2. 개별 악곡 설명
2.1. Op. 28
2.1.1. No. 1
<No.1 Agitato (격하게) In C Major>
- 36초 정도의 짤막한 곡. 2/8 박자. 밝고 경쾌한 느낌이며 즉흥적 성격이 강함. 3개의 성부가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첫 8마디의 주제에 이어 다채롭게 전주하며 고조되다 21번째 마디에서 절정. 격정이 가라앉은 뒤 25번째 마디부터 코다. 아르페지오 속에서 끝맺음. 8번 전주곡처럼 하나의 동기적 주제의 묶음이다.
2.1.2. No. 2
<Lento (매우 느리게) In A Minor>
- 우울하고 무거운 화음 위에서 짧은 악상이 4번 반복된다. 왼손의 두마디 서주 다음에 악상이 나타난다. 악상이 반복될 때마다 조성은 종잡을 수 없이 변화가 심하다. 낮은 음에서 시종 반복되는 우울한 선율이 노래하듯이 흐른다.
2.1.3. No. 3
<Vivace (아주 빠르게) In G Major>
- 왼손의 움직임이 아주 날렵한 곡이다. 강한 싱커페이션 등장. 마지막에 오른손도 왼손과 같은 반주형을 취하며 안개처럼 고음부로 사라진다. 아르페지오의 화음 두 개가 아쉬운 듯 남을 뿐이다. 왼손의 가랑비 같은 음형은 연습곡의 성격을 띈다. 프랑스풍의 선율은 섬세한 정서를 띄고 있다.
2.1.4. No. 4
<Largo (매우 느리게) In E Minor>
- 흐린 날처럼 멜랑콜리한 곡. 오른손의 점2분음표와 4분음표의 두 음을 동기로 반주의 화음을 바꾸며 진행. 그 사이, 반음계적 진행을 하여 우울한 감정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표현. 파리 마들렌 성당에서 진행된 쇼팽의 장례식에서 프렐류드 6번과 함께 오르간으로 연주되었다.
2.1.5. No. 5
<Molto Allegro (매우 빠르게) In D Major>
- 아라베스크풍의 리듬감 있는 동기가 다양하게 화성을 바꿔가며 펼쳐진다. 가볍고 화려한 분산화음들 사이에 단순하지만 우아한 선율이 떠오른다. 5마디부터는 16분음표의 분산화음만으로 발랄한 악상이 전개된다. 이러한 형태를 반복하다가 강렬하게 연주되는 두 개의 화음으로 끝맺어진다. 12번과 함께 꽤나 어려운 곡 중 하나이다. 8번, 12번, 18번과 함께 쇼팽 프렐류드에서는 꽤나 어려운 편에 속한다.
2.1.6. No. 6
<Lento Assai (매우 느리게) In B Minor>
- 왼손에서 느긋하고 우울하게 흐르는 선율. 오른손은 단조롭게 흔들리는 리듬만을 집요하게 반복. 마지막에 아주 낮은 B음으로 시작되는 쓸쓸한 주선율의 회상이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끝난다.
2.1.7. No. 7
<Andanntino (안단테보다 조금 빠르게) In A Major>
- 바로 전 곡인 6번 선율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7마디의 짧은 곡으로 선율과 화성도 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시적인 깊이를 가진 곡. 스페인의 작곡가 프레데릭 몸포유는 이 곡에 대한 변주곡을 만들기도 했다.
2.1.8. No. 8
<Molto Agitato (더욱 격렬하게) In F Sharp Minor>
- 1번 C장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짧은 동기를 중복해서 엮었다. 주선율은 곡 전체에 걸쳐 오른손의 엄지로 연주. 전체적으로 리듬은 동일하지만, 독창적 음형으로 화성을 변화시키며 단조로움 방지. 5번, 12번, 18번과 함께 쇼팽 프렐류드에서는 꽤나 어려운 편이다.
2.1.9. No. 9
E장조의 장엄한, 그리고 처절한 느낌의 전주곡. 12마디로 쇼팽 프렐류드 중에 마디수가 가장 적다. 그러나 템포 마킹과 특유의 무거움 때문에 연주 시간은 1, 3번 등에 밀린다. 오른손 주선율이 붓점 부분에서 16분음표를 셋잇단 8분음표 끝에 맞추는 사람도 더러 있다. 4/4박자이며 Largo e grave.
2.1.10. No.10
3/4박이며 오른손 셋잇단16분음표가 많고 왼손의 10도 빠르게 펼침화음이 있다. Molto allegro. 연주 난이도는 사람에 따라 평이하거나 껄끄러울 수도 있으며 곡의 길이가 1분도 안되게 짧다.
2.1.11. No. 11
쇼팽다운 선율과 꾸밈음을 통한 활기찬 느낌을 주는 곡이다. 테크닉적인 난이도는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밀리 발라키레프의 쇼팽 프렐류드 주제에 의한 즉흥곡에서 중간부에 이 곡의 멜로디가 D장조로 전조해서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프렐류드 14번 주제가 나오며 끝에서도 비슷한 주제가 나온다.
2.1.12. No. 12
반음계적인 멜로디와 끊임없이 달리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연주 난이도는 5번, 8번, 18번과 함께 조금 어려운 편이며 마지막에 잠시 늘어지나 싶었더니 끝에서는 포르티시모로 확실하게 끝낸다.
2.1.13. No. 13
명상적인 전주곡. F# 장조의 매우 조용한 전주곡이다. 중간의 piu lento에서는 24개의 전주곡 중 가장 애상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단조 선율의, 매우 멜랑콜리한 이 선율은 중간에 잠깐 등장, 처음 선율로 되돌아오며 그 모습이 사라진다. 마지막까지도 명상적이고 애상적인 주제를 유지하며 마무리한다.
2.1.14. No. 14
Eb단조의 전주곡. 프렐류드 중에서 가장 어두운 면모를 보인다. 암울한 주제, 그리고 앙손 모두 저음부를 연주하여 분위기의 고조 없이 어두운 주제로 끝마친다. 셋잇단음표와 빠른 템포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빠른 페이스이나 특유의 중저부와 분위기의 고조가 없음으로 인해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Allegro. 밀리 발라키레프는 쇼팽 프렐류드 주제에 의한 즉흥곡에서 이 곡의 주제가 나온다. 중간부는 프렐류드 11번이다.
2.1.15. No. 15
<No.15 Sostenuto (억제하는 듯한 빠르기로) In D Flat Major>
곡 전체에 걸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A♭(G♯)음이 마치 빗방울을 연상시켜 '빗방울'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중간에는 C#단조로 바뀌어 한층 더 격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2.1.16. No. 16
전주곡 중에서도 전례없는, 매우 빠르고 격정적인 곡. 오른손은 화려한 스케일 위주의 기교들을, 왼손은 매우 빠른 도약을 소화해야 한다. 급격한 코다, 전례없는 빠른 패시지 덕분에 일각에서는 "하데스"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하였다. 연주 난이도는 에튀드 10-4보다 조금 더 어려운 편이다.[6]
2.1.17. No. 17
쇼팽만의 우아한 멜로디가 주가 되는 곡이며 하이라이트가 꽤나 뚜렷한 편이다. 기술적인 난이도는 앞번호인 16번보다 매우 할만하나 멜로디 살리기가 까다롭다.
2.1.18. No. 18
격정적인 느낌의 곡이지만 16번하고는 성격이 좀 다르다. 16번이 마치 추격과 같은 느낌이라면 18번은 깜짝 놀래키는 듯한 느낌이 강하며 처음 들었을 때 곡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이곡도 5번, 8번, 12번과 함께 꽤 어려운 축에 속하지만 16번보다는 할만하다.
2.1.19. No. 19
대놓고 어려워 보이고 실제로도 매우 어려운 16번, 24번과 달리 숨은 난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편인데 밝은 멜로디와 달리 양손의 벌림과 도약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곡이다.
2.1.20. No. 20
모든 선율이 코드로만 이루어진, C단조의 전주곡. 음울한 주제가 돋보인다. 4번의 선율 진행 구조와 유사성을 띄고 있으며, 같은 선율, 같은 부분을, 셈여림만 바꾸어 연주하는 것이 특징.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의 주제를 이용해 변주곡을 만들기도 했다.
2.1.21. No. 21
Bb장조의 전주곡. 연주 난이도는 어렵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레가토가 까다롭다. 쇼팽답게 아름다운 멜로디는 덤이다. B파트의 카타르시스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2.1.22. No. 22
격정적인, 그러나 24번이나 12번과는 다른 느낌의 매우 긴박하고 강렬한 진행이 특징인 곡. 양손의 복잡한 진행이 곡의 텐션을 고조시킨다. 연주 난이도는 왼손의 빠른 옥타브를 커버하면 다른 격정적인 곡인 16번, 18번보다는 할만해서 가성비적으로 좋기도 하다.[7]
2.1.23. No. 23
우아한 F장조의 아르페지오 속 왼손의 트릴이 어우러지는 곡.
오른손의 아르페지오는 곡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올라가다 여운을 주며 끝나게 되며, 24번과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
2.1.24. No. 24
이 곡은 톰과 제리의 <피아노 콘서트>에서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보다 먼저 나오는 곡이다. 끝 부분만 따서.
전의 23번에서 이어지듯 시작하는 d단조의 단순하지만 어려운 왼손 위의 오른손의 자유롭고 휘몰아치듯한 음계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선율은 마치 폭풍을 연상케 한다. 길이와 난이도는 단연 쇼팽 프렐류드 중에서는 16, 19번과 같이 최상급. 여담으로 당타이선이 1980 쇼팽 콩쿠르에서 마지막 최저음 레를 주먹으로 쳤는데 그 뒤로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연주법을 택하기도 한다. 한 손으로 최저음 레 양 옆인 도와 미를 살짝 누르고 레를 다른 손으로 주먹으로 치면 된다.
2.2. Op. 45
조성진이 우승한 2015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연주.
24곡의 전주곡과 작품번호(Opus)가 다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Op.28의 24개의 전주곡과는 다른 시기에 단독으로 발표된 곡이다. 1841년, 빈의 출판사인 메케티가 베토벤 기념비 설립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베토벤 기념 앨범'에 수록될 목적으로 작곡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녹턴풍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엘리자베트 체르니헤프 공작 부인에게 헌정되었다.
2.3. Op.posth
[1] 바로크 시대에는 바흐의 모음곡이나 푸가와 같이 엮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2] 쇼팽이 시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후 낭만주의 음악가들에 의해 '전주곡'에서 도입곡의 의미는 퇴색되고 독립적인 장르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3] 실제로 쇼팽은 바흐의 평균율을 즐겨 들었으며 이 곡이 작곡된 시기 또한 쇼팽이 바흐의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라고 한다. 바흐의 평균율은 쇼팽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스크리아빈 등등 여러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사실 바흐의 음악에 영향을 안 받은 작곡가를 고르는 게 더 힘들겠지만.[4] 해당 배치는 하농의 39번 및 41번 곡에서의 조성 배치와 유사하지만, 하농에서는 완전4도 간격으로 한 것과 다르게 완전5도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5] 샵이 여섯개 있는 장조(F♯ 장조=G♭ 장조)와 플랫이 여섯개 있는 단조(E♭ 단조=D♯ 단조)는 나란한 조 관계이다.(G♭ 장조-E♭ 단조, F♯ 장조-D♯ 단조) 이 부분을 기점으로 ♭을 하나씩 줄여가며 5도씩 올린다.(♭을 하나 붙였음은 5도가 감소(4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6] 세르게이 티엠포의 연주도 추천한다. 정확히 59초 컷으로 매우 빠르게 곡을 소화해내며 그에 못지않게 악상표현도 훌륭하다.[7] 난이도에 비해서 연주효과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