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시딩
1. 개요
'''Proceedings'''
학술문헌 조사의 참고정보원 중 하나이자, '''한 연구가 학계에서 첫 발을 내딛는 단계.'''
어떤 연구주제가 연구실에서 갓 튀어나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논문 형식으로 정리해 놓은 보고서.''' 학회 같은 곳에 가 보면 수많은 대학교 연구실들에서 연구관련 포스터들을 잔뜩 걸어놓는데 이는 '''포스터(poster)'''이고, 이렇게 포스터 또는 강연으로 발표된 내용을 논문 형식으로 정리해 놓은 보고서는 프로시딩이다. 혹은 그 보고서들을 모아서 학회 주최 측에서 발간하는 프로시딩 모음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상세
이렇게 선보인 프로시딩은 해당 학술대회에 참석한 다른 학자들과 함께 난상토론을 하면서 다양한 비평과 평가를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회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업로드되기도 하며, 드문 경우지만 저널 측에서 이번 호의 이슈로 선정하여 학회지에 공유하기도 한다.
대부분 동료평가를 아직 거치지 않은 상태이고(일부 분야 제외), 선게재 후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문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 연구에 대해서 다른 연구자들의 코멘트나 비평, 지지, 반박 등을 전부 수집해 보고, 후속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도 찾아봐야만 이걸 어찌 판단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프로시딩의 또 다른 단점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회색문헌의 한 종류라는 것으로, 해당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열람 자체도 크게 제약을 받거니와, 아예 이런 게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단 '''전산학이나 전자공학''' 분야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곤란하다! 전산학은 트렌드나 핫 이슈의 변화가 잦은 편이라서 투고에서 출간까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저널보다 프로시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이 분야의 학회는 프로시딩 하나를 올리는 데에도 동료평가가 필수이고,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학회에서는 리비전을 요구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저널과 맞먹는 수준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학회도 있어서 논문 하나 쓰기가 저널보다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 실제 전산학 주요 분야의 탑티어로 인정받는 학회들은 그 수준이 SCIE급 저널보다 더 높다. 문제는 한국에서 연구자 평가의 기준이 대부분 SCIE 저널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분야 사람들은 소위 탑티어급으로 평가 되는 좋은 학회에 논문을 발표해도 '''저널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 어쨌든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주도의 학회 또는 한국인이 주요 간부급으로 있는 학회에서는 발표한 학회 논문을 확장하여 SCIE급 저널, 못해도 SCOPUS 등재 저널에 실을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199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학원 육성 산업인 BK21이 점차 진행되면서 위와 같은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대회 프로시딩을 SCIE급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이를 선례로 SCIE급을 실적으로 요하는 대학원의 박사졸업요건이나 타 국책사업 등도 BK21의 기준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중이다.[1] 인정되는 학술대회는 대부분 ACM이나 IEEE, USENIX, AAAI, ACL이 주관, 후원[2] 하는 학술대회들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 WWW 등의 학술대회도 있다.
학술대회에 따라 프로시딩들을 프로시딩만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프로시딩 저널을 통해 등재하게 하는 곳도 있고, SCIE급 학술저널의 특별호에 프로시딩 세션을 따로 마련하여 프로시딩들을 실을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동료평가를 철저하게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SCIE급 학술저널에 등재가 되면 프로시딩 겸 학술논문이 되는 것이다. 사실 프로시딩의 실적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서도 프로시딩은 학술논문에 비해 수준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술대회에서 밝히지 않은 채 학술저널에 투고[3] 하는 연구자들이 많고, 이는 학문의 발전과 연구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학회 프로시딩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논문 형식으로 기고한 글 참고 바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프로시딩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통과된 논문들만을 SCIE급 학술저널에 학술논문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프로시딩들은 프로시딩 모음집이나 프로시딩 저널 등에 등재하면 된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그 어떠한 프로시딩 출판물에 대해서도 임팩트 팩터를 계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출처. 따라서 프로시딩 저널들은 임팩트 팩터가 없다. 또한 프로시딩 저널들은 SCIE에 나와있지 않으나 대신 CPCI[4] (Conference Proceedings Citation Index)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저널들 중에는 '''제목에 "프로시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나 프로시딩으로 분류되지 않고 학술지로 분류되는 경우도 존재한다.'''[5] 또는 SCIE 학술지의 특별호에 프로시딩만 가득 채우는 경우도 존재한다.[6] 따라서 읽어보지 않은 채 저널 이름만 보고 프로시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싶으면 프로시딩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프로시딩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전세계 대학교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깐깐한 검증과 비평을 거쳐서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들을 읽는다면 신뢰성 문제는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예전에" 그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던 연구를 이해하게 될 뿐이다. 이처럼 프로시딩은 그 잠재적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회색문헌이라는 성격상 자기 가치만큼 유용하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와 같은 장점과 단점들은 출판전 논문(preprint)의 특징과도 거의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시딩은 학술대회 게시판에 붙는 것이고, 출판 전 논문은 저널에 출판되기 이전의 것. 그 외에,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회색문헌이라거나 최신 동향을 파악할 단서가 된다거나 하는 것들은 대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시딩은 학자들의 성과평가에서 다른 학술발표 활동에 비해 다소 낮게 평가되곤 하는데, 출판 전 논문은 일단 출판되면 그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
비록 프로시딩이라 할지라도 해당 주제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들이 많아지고, 피인용수가 올라가고, 더 많은 연구자들이 그 연구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한때 파릇한 새싹이었던 그 논문은 마침내 많은 과실을 맺게 될 것이다.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송유근의 논문표절 사건으로 인해 유명해졌다. 물리학 분야에서 논문으로 잘 쳐주지 않는 프로시딩도 출처 목록에 밝혀야 하는가가 문제가 된 것.[7] 문제는 해당 프로시딩이 프로시딩 저널에 실려 명백히 출판된 논문[8] 이었고, 지도교수의 과거 프로시딩을 자기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저널 측에서도 뒤늦게[9] 표절이라고 판단하여 게재 철회 조치를 내렸다.[10] 오픈액세스 운동가이자 학술문헌 전문가로서 이 사건에 관여했던 제프리 빌은 동아사이언스 인터뷰에서 "프로시딩도 인용을 해야 한다" 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2002년 프로시딩에는 없는 송유근이 2015년 논문에 갑툭튀한 점에 대해서 아무리 프로시딩이라도 두 글의 학술적 차이가 분명해야 하는데 분명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된다.
[1] 국제저명학술대회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BK21 기준이라고 못박는 경우도 있다.[2] 스폰서 형태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다를 수 있다. 학술진흥재단에서는 Sole-Sponsor, Co-Sponsor 형태의 IEEE computer society 본부 주관 국제학술대회을 인정하고 그 외에는 과제나 대학원 규약을 참고하자.[3] 물론 학술대회에서 선행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프로시딩으로 출판하고,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완성된 연구를 저명한 저널에 학술논문으로 재출판하여도 무방하다. 하지만 논문을 한 번 더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이미 학술대회에서 완성 단계로 봐도 무방한 수준의 연구를 발표하여서 프로시딩으로 논문을 작성하면 새롭게 덧붙일 내용이 별로 없어 저명한 저널에 재출판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다. 프로시딩과 해당 프로시딩의 후속 학술논문은 반드시 현저한 차이점이 존재해야만 한다. 또한 후속 학술논문에서는 반드시 선행 프로시딩을 출처로 제시해야만 한다.[4] 학회 프로시딩 인용 색인[5] 예를 들어 영국토목학회의 저널인 Proceedings of the 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의 경우처럼 제목에 프로시딩이 들어가 있지만 SCIE 학술지로 분류되며 임팩트 팩터도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6] 물론 이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동료평가를 거친 검증된 논문인 경우이므로 프로시딩 겸 학술논문이라 볼 수 있다.[7] 박석재 박사의 "급이 낮은 자료" 발언은 물리학계에서 프로시딩의 안습한 위상을 보여준다.(...) [8] 해당 논문이 실려 있는 프로시딩 저널은 ISBN을 부여 받아 정식으로 출판되었다.[9] 아마도 회색문헌이라는 성격상 심사 과정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밝혀지기로는 저널에서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용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다고. 최종적으로 저널 측에서는 "단순히 인용이 누락된 것 이상으로, 인용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시딩과의 내용의 유사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10] 논문이라는 것이 인용은 가급적 철저해야 하지만, 또 그렇다고 불필요한 인용이 많다 싶으면 지도교수 선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저널에서 리젝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고의적 표절로 확인되었으나, 항상 인용을 무조건 최대한 하는 게 능사인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