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악기)

 


1. 소개
1.1. 향피리
1.2. 세피리
1.3. 당피리
1.4. 피리의 가격
1.5. 여담
1.6. 피리의 개량
1.7. 비슷한 악기


1. 소개


한국의 전통 관악기. 한문으로는 필률(觱篥) [1]이라고 쓴다.
겹서(겹혀, Double reed)를 가진 악기로, 대나무 가지로 만든 짧고 가는 관대에 역시 대나무를 깎아 만든 혀를 꽂아서 분다. 크기가 상당히 작아서 서를 분리하면 천으로 만든 필통에는 조금 무리하면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크기가 작은 데 비해 내는 소리는 무척 크고 아름답다. 실제로 국악에 대해 잘 모르는(=국악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유초신지곡이나 수연장지곡 등 향피리가 편성되는 관현악을 들으면 거의 피리 소리밖에 안 들린다고 할 정도.[2] 이렇게 소리가 큰 덕에 관현악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합주 연습을 할 때 피리 주자가 빠졌다가 중간에 오면 다른 주자들은 한숨 놓는 경우도.
소리가 큰 만큼 불기가 만만치 않다. 서를 물컵에 넣어 불린 다음에[3] 입술로 혀를 꽉 누르고 세게 부는데, 이 때 힘이 많이 들어가 양 볼이 한쪽에 만두 하나씩 들어 있는 것 마냥 부푼다. 또 그만큼 입술에 무리가 가서 숙달되지 않은 사람은 5분만 불어도 입술에 힘이 빠져서 불기가 어렵다.
같은 음을 짚어도 소리가 오락가락 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느 정도냐 하면 관대를 빼고 서만 입에 물고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 조율하기도 까다롭다.[4] 합주할 때 피리 음정이 점차점차 올라가서 불협화음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5] 심지어 피리 독주는 음정이 맞는 독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정 음정이 맞지 않다 싶으면 커터칼이나 동전 등으로 서를 깎아서 음정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관대문제 이 점에서는 양악기의 오보에랑 비슷하다.
종류로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의 세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피리'라고 하면 향피리를 말한다.

1.1. 향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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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피리는 말 그대로 향악에 편성되는데, 요즘 연주하는 음악이 대부분 향악화된 관계로 가장 많이 쓰이는 쪽이다. 유초신지곡, 표정만방지곡, 취타 등 대부분의 관현악과 관악합주에 사용된다. 관악합주를 이르는 '사관풍류'에서 말하는 '사관'은 원래 현악과 관악을 말하는 絲管이 아니라 향관(鄕管), 즉 이 향피리를 가리킨다. 향나무 → 상나무로 변하는 서북 방언 탓이다.
향피리에도 종류가 있는데,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정악관, 산조를 연주하는 산조관, 민요를 연주하는 민요관, 창작음악을 연주하는 신곡관등 다양한 종류의 향피리가 존재한다. 창작국악이나 국악관현악에서 연주 하는 향피리는 신곡관(Bb조, Eb조, Ab조 모두 연주가능)으로 음역은 평취로는 Bb4에서 F6~G6까지 난다. 하지만 향피리에 옥타브키를 달아서 음역대를 확장시키고는 하는데 많이 연주되지는 않지만 최대 F7(!?) 까지 역취로 낼 수 있다.

1.2. 세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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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리는 가늘 細(세)자를 써서 세피리라고 불린다. 향피리를 더 가늘게 만든 것으로, 음량이 작다. 원래 세피리는 완전히 막은상태에서는 Ab4 음을 냈지만 현재는 조금 개량되어서 Bb4음이 난다. 이쪽은 천년만세중광지곡 등 주로 피리가 튀면 곤란한 현악 합주나 시조가곡 반주에 쓰인다.

1.3. 당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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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피리는 보허자낙양춘 같은 당악계 음악을 연주할 때 쓰는 피리로, 당악음계(C조 )에 맞추어져 있는 피리이다.
신기하게 당피리로는 정악곡에서 역취(비청)음을 연주한다. 음역은 평취로는 C5에서 D6이고 역취로는 Bb6까지 연주한다.
지공(指孔)이 9개이고,『세종실록』의 그림에도 지공이 9개인데, 그 중 2개는 뒤에 있다. 그러나 『악학궤범』에 의하면 상(上, 즉 仲呂)과 구(句, 즉 蕤賓)의 음은 모두 한 구멍에서 낼 수 있기 때문에 9구멍을 8구멍으로 고쳤다. 그 뒤로 오늘날까지 당피리의 구멍은 향피리와 같이 8개이다.

1.4. 피리의 가격


가격은 국악기 중에선 가장 싼 편에 속한다. 덕분에 어릴때 부터 국악을 해온 사람들 중에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부모님에게 억지로 떠밀려서 시작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게 또 그렇지만도 않은게, 안그래도 작은 악기인데 나무로 만들어 졌으니 아무리 관리를 잘해준다 한들 다른 국악기들에 비해 금방 썩거나 부셔지기도 쉽기 때문에 악기를 상당히 자주 사러 가줘야한다. 즉 지속적으로 돈을 퍼먹는 악기는 국악기 중엔 피리를 따라올 악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혹시나 이 문서를 보고있는 미래의 국악인들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6]
2018년 기준으로는 서 개당 3만원, 향피리 관대 5~30만원, 세피리 관대 5~20만원 당피리 관대 7~30만원 정도이다.

1.5. 여담


  • 미묘하게 옹근 소리가 의외로 서양 악기와 많이 어울리는 편이다. 특히 피아노 반주로 연주했을 때는 정말 위화감이 없다. 다만 피리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음역 문제. A플랫(㑖)에서부터 높은 F(汰)까지 1옥타브 반이 조금 넘는 정도라 현대 음악을 연주할 때는 애로사항이 꽃핀다. 음역을 넓히는 것이 피리 악기 개량에 있어서 숙제라면 숙제.
  •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네임드 피리로 만파식적이 있다. 사실 이 피리는 대금이다.

1.6. 피리의 개량



1.7. 비슷한 악기


외국 악기 중에서 비슷한걸 찾자면 한국 피리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비리(筚篥, bìlì, 이 한자의 한국어 발음이 바로 한국 피리의 이명인 필률이다)가 있다. 관대는 관즈(管子), 서는 샤오피엔(哨片)으로 불리며 서(샤오피엔)의 재질은 한국 피리와 동일한 갈대이지만 관대(관즈)의 재질은 대나무가 아닌 목질로 만든다.
한국이나 일본 피리의 서와는 달리 중국 피리의 서(샤오피엔)은 절대로 물에 넣고 불리지않고 그냥 불게 되어 있다. 중국 피리의 서는 물에 담갔다간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입술로 무는 작은 힘에도 갈라져서 망가져 버린다.
터키의 십시(Sipsi)라는 악기도 한국의 피리와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향피리와 똑같은 구조로 다만 터키에는 대나무가 없기때문에 갈대를 이용해서 몸체와 서를 만들며 구멍이 앞쪽에 다섯개, 뒤쪽에 한개가 있다. 부는 법도 동일. 마찬가지로 소리가 굉장히 크기때문에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해도 십시 소리만 들린다. 다만 이 악기는 에게해 지방 특히 데니즐리(Denizli)를 중심으로 연주되는 악기라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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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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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궁중음악인 가가쿠에도 히치리키(篳篥)라는 악기가 있는데, 조금 짧고 굵지만 주법이나 음색은 피리와 매우 흡사하며, 이름 또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같은 기원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이하게 겉면에 나무껍질을 감아 마감한다. 사실 이는 히치리키 뿐만이 아니고 많은 일본의 전통 관악기는 겉에 나무껍질을 감아 마감한다. 플라스틱으로 된 악기도 나와있다. 한가지 특징으로는 연주 전 서를 따뜻한 차에 넣어 불린다는 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물을 사용한다.

[1] 참고로 이것의 중국어 발음이 다름아닌 피리라는 말의 어원으로 추정되는 비리(bìlì)이다. 현대 중국어 간체자로는 筚篥라고 쓴다. 발음은 같다.[2] 반면 표정만방 같은 관악합주에서는 피리소리 대금소리가 따로 놀기도 하거니와 원체 대금이랑 피리가 주로 편성되는 터라 피리 못지않게 대금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 음향학적으로도 피리는 가까운 곳에서는 무지 큰 소리로 들리지만 먼 곳까지 가지는 못하는 반면 대금 소리는 가장 멀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다.[3] 오보에처럼 물에 불려야만 소리가 난다.[4] 서를 입술에 무는 정도를 달리해서 음정을 맞추는데 서를 물면 음정이 올라가고 빼서 물면 음정이 내려간다.[5] 피리를 문 입술에 힘이 빠져서 입에서 바람이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현악기는 연주하면서 줄이 풀리기 때문에 살짝 음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피리 음이 올라갈 경우 불협화음이 튀기 십상이다. 현악기류는 연주중 음을 맞추기 때문에 이런 경우 관악 주자들이 신경써서 음정을 맞춰 주어야 한다.[6] 피리 전공자의 덕담에 의하면, 피리는 매달 꾸준하게 서를 사야하는 악기라 한달에 적으면 5만원, 많으면 10만원씩 깨지는 데다 공연이 있어서 관대하나 맞추려면 개당 15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피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의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