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집단 안락사 사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미국 뉴올리언스를 지나간 후 밝혀진 안락사 사건.
태풍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가며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에서 구조 지원 작업이 진행되던 중, 메모리얼 병원에서 무려 45구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카트리나에 의해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면서 메모리얼 병원 인근 지역이 물에 잠겨 병원이 고립되자 병원 의료진들이 긴급 회의를 통해 34명의 중환자를 안락사 시킨 것이었다.[1]
의료진은 환자들을 1급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3급까지 분류하였고, 찾아온 가족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안락사되지 않고 구조된 몇몇 환자를 뺀 이들에게 모르핀미다졸람을 투약해 안락사 조치하였다.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미국 사회에서는 안락사 논쟁이 다시금 불 붙기도 하였고 안락사와 관련된 병원 의료진은 2급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다만 당시 심각하게 악화된 병원 상황이 감안되어 많은 논란 끝에[2] 2007년 7월 24일 뉴올리언스 법원에서는 이러한 배심원의 의견을 수용해 당시 상황상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결론지으며 사건은 기각되었다.
프로퍼블리카(Pro Publica)[3]에서 2년 6개월이나 취재해서 집중 보도해서 2007년에 다시금 주목받기도 하였다.
이 부분은 2015년 5월 17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었다. 다만 내용은 다소 편향적인데, 서프라이즈 내용을 보면 고립된 병원에서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한 내용으로 그려져 의료진의 당위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내용이나 실제론 달랐다. (실제 기소가 되었던 안락사를 주도한 애나 포우와 변호인들이 저런 식으로 당위성을 주장하며 언론 플레이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해당 기사와 방송에선 14일 만에 구출 작업이 이뤄졌다는 내용으로 인해 마치 14일간 고립된 것처럼 오인이 되나 실제로 고립된 것은 5일이었으며, 이 5일 동안 전국에서 자원 온 민간 구조대 및 가족들을 통해 1, 2급으로 분류된 환자와 보호자들 및 가족이 온 3급으로 분류된 환자들은 대피가 이뤄졌었다. 그리고 남은 3급의 환자들과 소수의 의사, 간호사만 남은 상황에 이들은 안락사를 선택하고 5일째 되던 날 남은 인원은 전원 대피하였다. 즉, 다수의 인원은 이미 대피가 이뤄졌기에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 것이 아닌 남은 3급의 환자들이 살 가망이 없거나 살아있는 것이 고통이라 여긴 소수 의사들의 자의적 판단 하에 이뤄진 안락사였다. 실제로 이러한 안락사 주장에 반대한 메모리얼 병원 내의 의사들도 있었으며 이들의 양심선언도 사건을 알리는데 한 몫 하였다.
위에서 소개한 프로퍼블리카가 탐사한 내용은 이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재난 상황에 소수에 의해 결정되는 판단이 옳은 것인지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위급 환자를 제1순위로 대피를 시켰어야 하나 메모리얼 병원 관계자들은 정확히 그 반대로 행동하여 상황을 더 키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내용은 당시 프로퍼블리카에서 탐사 보도를 한 의학 전문 기자 셰리 핑크가 추가 취재를 하여 내용을 보강한 서적 <재난, 그 이후>에 나와있다. [4]
미드 보스턴 리걸에 이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가 있다. 시즌3 11화 'ANGEL OF DEATH'[5]인데 주인공 앨런 쇼어의 감동적인 최후 변론이 일품이다. 안락사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봐둬야 할 장면.
팟캐스트방송국인 RadioLab이란 방송국에서 Playing God이라는 제목으로 이 주제를 다뤘다. 이 사건을 집중취재한 뉴욕타임즈 기자를 게스트로 초청하였다.

[1] 이미 11명이 사망한 상황이었다.[2] 메모리얼 병원은 '라이프 케어'라 불리는 고령 환자 전용 의료시설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이곳 소속 의료진들은 담당 환자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3] 비영리 인터넷 언론임에도 불구하고 2011, 2012 퓰리처 수상 단체다![4] 내용 중 환자를 버리고 먼저 대피한 의료진이나 환자보다 자기 애완동물인 고양이를 더 걱정한 의료진 얘기(당시 병원엔 병원으로 대피한 의료진 등의 애완동물들도 많았다고 한다.)를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5] 인체실험으로 악명높은 나치 의사 요제프 엥겔레의 이명이다. 또한 엔젤 오브 데스는 주사기(안락사)로 살인을 하는 의료인을 뜻한다. 고통을 보다 못한 행동에서 나오는 행위지만, 어쨌거나 한 번 안락사를 시작한 의료인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못하고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