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한국 영화)
1. 개요
2014년 11월 6일 개봉. 전작 '가시꽃'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이돈구 감독의 3번째 영화이다.
김영애, 송일국, 도지원, 김소은 주연.
2. 줄거리
강원도 산골 어딘가 4명의 단란한 가족이 살고 있다. 엄마 순임(김영애), 첫째 딸 영희(도지원), 영희의 남편 상호(송일국), 둘째 딸 꽃잎(김소은)이 그들. 순임은 최근들어 건망증 증세가 심해져 치매까지 의심받는 모습을 보이는 어엿한 할머니이다. 영희는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곧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산부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상호는 사람 좋은 성격이지만 그 때문인지 아내에게 잡혀사는 모습을 보이고 눈치가 없는 면도 있다. 꽃잎은 이제 고등학생 3학년이 되었다. 저녁을 먹으며 둘러앉아 얘기하는 모습에선 크게 화목하지도 않고 마냥 서먹서먹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저녁을 먹던 도중 영희는 급작스런 출산 통증을 호소하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가게 된다. 다행히 산모도 아기도 모두 건강한 출산이 이뤄졌고 아기는 삭막했던 가정에 오랜만에 웃음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순임이 아기를 씻기던 도중 순간적인 현기증으로 쓰러지고 아기는 욕조에 빠지게 된다. 거기에 심해진 치매기로 그런 아기를 잊고 낮잠을 자버리게 되어 아기는 결국 죽고 만다. 계속되는 난임으로 어렵게 얻은 아기였기에 영희는 격분하지만 그 원인이 자신의 엄마인데다 고의적인 것도 아닌 치매 때문임을 알기에, 이런 영희의 분노는 애꿎은 꽃잎과 상호에게로 향한다. 순임은 실수이지만 본인 때문에 아기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극심하게 괴로워한다. 영희는 결국 상호와 함께 분가를 선택한다.
이런 와중에 꽃잎은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같은 반의 소위 양아치들의 표적이 되고, 그들의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에 힘든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순임은 순임대로 영희는 영희대로 괴롭기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거기에 순임의 치매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 꽃잎은 걱정거리가 더욱 늘어가고, 결국 영희가 분가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지만 영희는 아직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내키지 않기에 거절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는 영희의 히스테리와 무신경하게 뱉어내는 상처의 말들로 인해 질려가고, 끝내 친구의 유혹에 못이겨 외도를 하게 되지만 욕망과 윤리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만다.
꽃잎은 양아치들의 협박과 폭력으로 인해 성매매를 당하게 되고 이후로는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학교도 못 나간다. 결국 꽃잎은 빨랫줄로 목을 매 본인의 방 창문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순임은 2층의 꽃잎의 방으로 올라가 이러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저지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1층으로 내려가던 도중 또다시 밀려온 현기증으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기절하고 만다. 이때 용기를 낸 영희는 순임에게 전화를 하지만 당연히 받지 못하고... 이후 기절에서 깨어난 순임은 정신이 나가 죽은 꽃잎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 꽃잎에게 본인의 죄책감과 아기가 죽은 사건에 대한 합리화를 투영시킨다.[1][2]
순임의 상태가 걱정된 영희는 결국 본인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호와 함께 순임을 보러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같이 밥을 먹는데 영희와 상호는 순임의 치매를 염려하며 병원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만 순임은 그저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만 말한다. 그러자 갑자기 영희와 상호가 미친 듯이 기침하고 먹었던 것을 토해내며 식탁에서 굴러떨어져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순임은 그런 딸과 사위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곧 다시 자리에 앉아 본인의 국을 떠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숟가락을 내팽개치고 집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결국 또다시 찾아온 현기증으로 마을로 통하는 다리를 달리다 혼절하고 만다. 이후 영희와 상호는 빈사상태로 구급차에 실려가고 경찰들에 의해 2층에서 목을 매달고 끔찍하게 부패한 꽃잎의 시체도 발견 된다.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들에 의해 순임이 점심에 먹을 국에 농약을 탄 것이 밝혀지고 순임은 그대로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이후 다시 시간은 순임이 아기를 씻기다 현기증으로 쓰러져 기절한 장면으로 되돌아가는데 순임은 기절에서 깨어나고 욕조에 빠져 익사한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 그리고 순임은 화장실 문틈으로 쇼파에서 낮잠을 자는 영희를 두려움과 혼란이 담긴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따라서 영화의 반전은 '''순임은 치매가 아니었다는 것.''' 그저 단순 현기증으로 아이를 죽이게 된 것이었다. 마지막에서 대놓고 나왔지만 사실 극중에서도 간접적인 언급은 계속 있었다. 대표적으로 꽃잎과 함께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아직 치매라고 말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 것. 그 외에도 초반에 영희가 아기가 죽은 것을 발견할 때의 순임의 행동도 이상했다.[3]
3. 얘깃거리
영화 제목도 제목이고 내용 때문에도 네티즌 평가에 '현기증 나게 하는 영화'라는 평가가 많다.(...)
이돈구 감독은 전작 가시꽃을 초저예산으로 찍었는데 이것이 국제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자 영화사에서 3억의 제작비를 받았다고 한다. 원래 저예산 작품을 찍는 감독이기에 유명한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건냈고 결과는 의외의 호응. 송일국은 가시꽃을 보고는 이돈구 감독의 팬이 되었었다고 하며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굉장히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순임 역의 김영애와 영희 역의 도지원의 연기는 가히 두 배우 간의 숨막히는 연기 배틀이었다고 평가하는 지경. 특히 김영애는 배우 인생 중 역대급 연기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맨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농약을 탄 국을 먹고 가족들을 따라 죽을 것인가하는 고뇌와 본능적인 생존 욕구가 부딪히며 미친듯이 갈등하는 장면의 표정연기는 그야말로 이 영화의 압권.
김영애는 이 영화를 찍고 대략 1달 가까이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감정 소모가 극심했던 모양. 감독의 말에 따르면 촬영장으로 오는 길 내내 울었다고.
꽃잎이 죽은 모습은 영화 마지막에 확실히 나오지만 그전에도 암시는 많다. 꽃잎의 자살 시도 이후 순임과 꽃잎이 저녁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삿밥처럼 수북이 쌓인 꽃잎의 밥을 클로즈업한 장면이나, 영희와 상호가 분가를 해서 식탁의 2자리가 비는데도 마주보게 앉는 것이 아닌[4] 평상시처럼 나란히 앉아 밥을 먹던 순임과 꽃잎이 이때는 마주보며 앉는다든지.[5]
[1] 이때 밝혀지는 사실이, 꽃잎은 사실 남편의 외도로 다른 여자에게서 얻은 아이였다는 것.[2] 꽃잎이 밥을 먹으며 영희가 순임에게 했던 몹쓸 말("날 데리고 온 아빠도 미쳤지만 그걸 받아준 엄마는 더 미쳤다 그랬어.")을 순임에게 말해줄 때, 욕조에서 물에 몸을 담가 숨참기를 한 뒤 했던 말("아기는 물속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3] 영희가 순임의 방문을 열어, 자는 순임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 가는데 영희의 비명이 들리기도 전에 순임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4] 원래는 영희와 상호가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 순임과 꽃잎이 앉았다.[5]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를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