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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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玄米
벼를 수확한 뒤 먹을 수 있게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을 도정 혹은 정미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도정 과정은 쌀겨만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배아도 깎아내게 된다. 이때 겨층을 완전히 벗겨내어[1] 하얗게 도정한 것이 우리가 보통 먹는 백미이고, 왕겨만 제거하고 쌀겨층과 배아를 남겨둔, 즉 '덜 깎은' 쌀이 현미이다. 즉 품종명이 아니라 쌀의 가공 단계에 따른 구분이므로, 흑미 현미도 있고 찹쌀 현미도 있다.
2. 장점
- 쌀겨와 배아(쌀눈)이 남아있기 때문에 미네랄이 백미보다 많다.
- 비타민 B1, B2, B6, B9가 풍부하고[2] 비타민E는 백미보다 4배나 많고, 항동맥 경화 작용을 하는 토코트리에놀이 들어있다.
- 불포화 지방산(리놀렌산)이 소량 함유되었다.
- 중금속을 해독하는 피치산이 있다.
- 쌀겨를 같이 먹는 만큼 섬유소가 들었다.
- 식감 때문에 식사가 느려져서 식사중 혈당량이 올라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 조절에 효과가 있다.
- 쌀을 감싸는 쌀겨 때문에 소화가 느려져서 혈당관리에 도움이 된다.
3. 단점
완전히 정제된 백미에 비해 영양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어 건강 식품으로 불리지만, 백미와 쌀불림 취사시간등 조리법이 달라 잘 모르고 먹으면 맛이 없거나 밥이 제대로 익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한 현미에는 무기비소 함량이 높아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기비소는 농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과일들도 보통은 껍질을 깎아서 먹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4. 기타
도정을 얼마나 거쳤느냐에 따라 밥맛도 조금씩 다른데, 익숙하지 않다면 8~9분도미 정도를 고르자. 사실 7분도미[3] 정도만 되어도 깔끄러워 먹기가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가끔 현미는 물에 담가두면 발아한다면서 현미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씨앗이니까 당연히 싹이 튼다. 백미는 싹이 트는 부분인 씨눈이 깎여나가고 씨눈에 영양을 보급하는 씨배 부분만 남았기 때문에 당연히 싹이 안 트고, 현미는 쌀겨만 조금 깎아내고 나머지가 온전하게 남았으니 당연히 싹이 튼다. 발아현미는 보통 현미보다 영양성분이 더 풍부해지고, 현미 껍질을 딱딱하게 만드는 성분인 피트산이 인과 이니시톨로 변하며 부드러워져 보통 현미보다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시중에서도 발아현미를 잡곡처럼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고 전기압력밥솥에서도 발아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판매하므로 먹기 쉬워졌다.
현미가 백미보다 도정은 적게 했으면서 백미보다 비싸게 팔리곤 해서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나 옛날에는 흰 쌀밥을 먹는 건 부자들이나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듯. 하지만 현미는 백미보다 오히려 보관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적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힘들다. 현미 도정도 얼핏 생각하기에는 백미 깎는 기계로 좀 덜 깎으면 될 듯하지만, 실제로는 현미도정용으로 따로 기계를 사야 한다. 백미 소비량의 수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현미를 위해 전용기계를 구입해야 하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흔히 시중에서 파는 '현미' 들어간 음료수는 '현미맛'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안 먹는 게 낫다. 현미녹차, 현미차, 현미두유 등. '현미'라고 안 써놔도 둥굴레차 티백처럼 현미(30%)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현미첨가 제품들은 건강에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맛이 다 똑같다.''' 공통적으로 현미맛만 난다. 그래서 다도를 하는 사람 중에서는 현미녹차는 현미물(숭늉)이지 녹차가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현미녹차 티백의 성분표를 보면 '''현미 60%에 녹차 40%''' 정도면 양반이다. 현미 70%에 녹차 30%인 상품도 흔하다! 현미녹차가 아니라 현미차에 녹차 가미한 수준. 물론 싸구려 티백이 아니라 비싼 현미녹차(겐마이차)는 배합도도 적절하고 찻잎의 질도 좋다.
볶아 먹으면 상당히 고소하고 맛이 있다. 하지만 조금 딱딱하니 이가 약한 사람은 주의. 뻥튀기로 해 먹으면 더 고소하다.
황성수라는 의사는 <현미 채식이 건강>이라는 책을 쓰고 활동하며 방송에도 나왔다. 고혈압을 현미 채식으로만 고친다고 주장하는 그는 장두석 같은 엉터리 유사의학 사기꾼과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싱거운 채식을 권장하던 황성수와 달리 닥치고 짜게 먹어야 좋다고 주장하는 장두석은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세우는 현미채식에 대하여 좋은 점만 인터넷에 자주 보이지만, 부작용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한의사 황지모는 현미 채식이 닥치는 대로 좋다는 말은 사이비종교 같다고 비난하며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해야지, 채소만 먹으면 건강하다고? 채식만 하던 스님들은 무수히 무병장수를 누려야 하는데 현미 채식 및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은 이런 문제를 피해다니더라. 아니면 스님들이 몰래 고기 먹어서 이렇다느니 현미만 먹고 건강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이다.' 하고 비난했다.
[1] '쓿는다'라고 한다.[2] 백미를 주식으로 삼던 과거 일본인들, 특히 에도 주민들은 비타민 B1가 부족하여 각기병에 걸리곤 했다. 이 때문에 각기병을 에도병이라고 불렀을 정도. 비타민 B1은 돼지고기나 콩으로 만든 식품(장류, 두부)에 풍부하므로 현대에는 각기병을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백미에도 비타민B를 인위적으로 첨가해서 각기병을 원천봉쇄한다.[3] 박정희 유신 시대에는 백미 대신 7분도미를 먹으라고 나라에서 강력히 캠페인을 벌이고, 학생들 점심 도시락 두껑을 열어 보리 혼식을 안 하거나 7분도미 밥이 아니면 벌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에는 8-9분도미는 백미 취급, 현미로 쳐 주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