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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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소설가 황석영이 번역한 삼국지이다. 1999년 상하이 강소고적출판사에서 나온 '수상삼국연의'을 기반으로 했다. 김구용의 번역을 이은 정역류이다.
2. 특징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전문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기에 이문열 삼국지가 지적당한 단점들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일부에선 지나치게 번역에만 충실한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비를 위해 자기 아내를 죽이고 그 고기를 요리해서 대접한 사냥꾼의 일화처럼 요즘 정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은 평역을 통해서라도 해설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있다.[1]
3. 장점
이 삼국지 판본이 중요한 것은 모종강본 계열 중에서 비교적 최신 판본인 인민문학출판사본(이하 인문본)을 번역했기 때문에 제갈량 사후 부분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이다. 무려 전체 10권 중 한권 반 씩이나 할애한다. 이문열 삼국지나 기타 판본이 제갈량 사후 부분을 아예 무시하거나 대충 설명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점.
그런데 황석영 삼국지를 읽다 보면 가정본과 모종강본의 내용상 차이점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모본의 내용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보아 황석영판이 100프로 나관중본을 기초로 한 것이라는 점에 의구심이 생기게 한다.라고 되어있는데,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 초기에는 모종강본 계열의 현토본을 번역했고, 조조가 중원을 장악한 시점인 3권부터 모종강본 계열의 교정 판본인 인문본을 번역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단, 3권부터는 확실히 인문본을 참조했다. 대표적인 증거로 3권의 33회에서 조조가 오환 정벌을 하는 장면에서 인문본 이전 판본에서 오환의 수령이 답돈이 아닌 묵돌로 나왔으나 인문본에서는 답돈이라고 올바르게 나온 것을 그대로 적었다.[2]
또 4권에서 손권이 인재를 맞아들이는 장면에서 인재들의 정보를 서술하는데, 인문본 이전의 판본에서는 회계의 능통이라 나오는데, 인문본에서 낙통이라 나온다.[3] 그리고 오찬의 한자가 인문본 이전에는 吳粲인데, 정사에서는 吾粲으로 나온다. 인문본에서는 정사를 바탕으로 수정했다.
4. 오류
1, 2권 한정으로 현토본[4] 을 토대로 번역해 19회의 허사와 왕해가 여포의 명을 받아 원술에게 구원을 청하는 장면에서 가짜 황제인 원술에게 명상이라 안하고 명공이라고 한 오류를 범했다. 실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5]
6권 64회에서, 재기한 마초가 농서의 여러 고을들을 침략하는데, "오로지 기주(冀州)만이 함락되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기성(冀城)을 기주로 오기한 것이다. 덕분에 위강은 졸지에 양주 자사에서 기주 자사로 바뀌어 버렸다.
제갈탄이 가충의 역심을 꾸짖는 장면(10권)에서, 제갈탄이 가충의 아버지 가규를 '가예주'라 언급하는데, 이때 괄호를 치고 '예주'가 가규의 자(字)라고 설명하는 오류가 있다. 가규의 자는 양도(梁道)이며, '예주'란 생전 그의 관직이 예주자사였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비가 흔히 '유예주'로 불리던 것과 같다.
한정판은 기존 간행본을 크기를 줄여 재간행한 정도이기 때문에, 이 단락에서 말한 오류들이 수정되지 않았다
5. 여담
- 황석영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었던 시절에 창작욕구를 달래기 위해서 삼국지 번역에 손을 댔었다. 후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삼국지 출간을 제의하자, 황석영은 노후 대책을 마련할 겸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황석영 본인이 말하기를, 창비에게 선인세를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하고 싶었을 만큼 삼국지를 번역하는 건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었다고.
- 삼국지 전문가 정원기 교수가 황석영 삼국지에 있는 오류를 지적하고, 옌볜인민출판사의 출간본을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황석영이 정원기에게 반론함으로써 둘은 신문 지면을 통하여 몇 차례 논전을 펼쳤다. #1 #2 #3 #4
- 황석영의 네임 벨류 + 문학 시장에서 가장 큰 출판사 중 하나인 창작과비평사의 마케팅 파워 + 괜찮은 디자인과 중국 화백의 실감나는 삽화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이 퍼진 삼국지에 속한다.
- 일부에서는 어중간하고 딱히 장점이 없는 판본이라는 비판이 있다. 원본에 가까운 번역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몇가지 오류를 지적당한 만큼 크게 신뢰성 있는 판본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문열 평역 삼국지처럼 심한 오역이 다수 발견되는 정도는 아니다. 또한 정원기 교수 등이 지적한 번역에 대한 사항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사실 삼국지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오래된 서사인지라 이를 무결하게 번역해 내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교수신문이 발행한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김구용 삼국지와 함께 최고의 번역본으로 선정되었다.
>"오역을 최소화한 정역류이다. 그에 더해 황석영의 필력이 살아있다. 전문가의 자문을 잘 반영하였기 때문에 소설가의 번역이라도 신뢰할 수 있다. 연변본과 비슷한 부분을 들어 순수성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다."
라고 평했다.
라고 평했다.
- 2019년 7월에 판매 부수 200만 부 돌파 기념으로 한정판이 나왔다. 출판사 블로그 링크
- 2020년 12월에 6권짜리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은 우석대 전홍철 교수가 간체, 번체자 텍스트의 대조와 교열작업을,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한시번역을 각각 감수해 문장의 완성도를 높였다.기사링크
[1] 단 평역은 본래 삼국지연의에서 없던 것이기에 오리지날 텍스트를 지향하는 황석영판으로서는 오히려 안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2] 이문열은 거기서 그냥 이민족의 우두머리의 대명사 정도로 해석해서 퉁쳤는데, 그 이유는 답돈이라는 이름을 몰랐던 것이 컸다.[3] 물론 그 원인이 능통이 다시 나올 때 15살밖에 안 되었다는 서술이 있어서 그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낙통이라고 고친 것으로 보인다. 정사를 기준으로 할 때 이것도 말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인 게, 낙통은 능통보다 어리다. 아마도 연의에서 낙통이 잠깐 나오고 마는 엑스트라라서 나이가 언급되지 않으니 낙통의 이름을 대면서 고친 듯하다.[4] 현토본이란 無父無君之言乎아, 식으로 한문인 원문 뒤에 한글로 토를 달아놓은 것을 현토본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것은 제갈량이 설종과 설전을 벌일 때 조조를 옹호하면서 항복을 주장하는 것에 정당성을 역설할 때, 근본도 없는 자라고 깐 것이다. 즉, 유교적으로는 사문난적의 뜻을 대놓고 말한 셈.[5] 이건 본삼국지에 나온 부분도 있지만, 그게 아니어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치인데, 자신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고 한낱(어디까지나 황제 입장에서.....) 고관으로 깎아 내렸으니 허사와 왕해의 목이 달아나지 않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